지지리도 못난 아줌마다. 입이 돌아갈 정도로 마른데다 엉덩이 살이라곤 한볼태기도 없다. 마흔은 넘었을까....
전에 청소하던 아줌마가 남편따라 제주도로 떠나고 틀림 없다며 추천해준 여자가 바로 이 여자다. 하기야 청소하는 여자가 이쁠 필요야 있겠는가.
“안녕하세유”
목소리는 그래도 똘방똘방하다. 눈망울도 쉽지 않다. 청소는 능히 해낼 풍신이다.싶어 세선은 OK했다.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 온다. 아침저녁 회사 사정에 따라 들쑥 날쑥 퇴근하는 남편의 몰골이 피곤해 보인다.
“어디가아?”
앞 구멍가게에 가려는 날 보고 남편이 눈치를 보며 묻는다. 무지랭이 세선의 남편 인구. 손에 낀 기름때가 딱하다. 제가 사서 고생하는걸 세선이 어쩌랴 싶어 눈을 흘겨 보지만 이젠 포기한지 오래다.
“얼른 씻어여....”
인구의 몰골에 세선은 아마도 봉황과 참새라고 할까. 바둑으로 치면 입신의 경지인 9단이라면 인구의 기력은 아무래도 7급정도는 될까. 더구다나 세상 맛을 아는대로 친다면 세선은 백전백승의 여자요 남자를 아는 경륜도 경지에 이르러 남자의 얼굴만 봐도 저 남자가 여자를 얼마나 녹여줄지 아는 처지가 아닌가.
갑자기 백세주가 생각나 한병 사들고 들어오는데 남편이 발을 씻으며 흘끗 올려 본다. 그러는 남편의 옆으로 청소 아줌마가 슬리퍼를 정성들인 폼으로 가져다 놓는다.
“피히~~”
세선의 눈에 두사람- 남편 인구와 아줌마의 나란히 선 모습이 어찌도 저렇게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든다. 천생 알맞은 그림이랄까....기분이 좋지 않다.
“아줌마, 나가서 청소나 해요. 얼쩡거리지 말고.....앞으로 아저씨 근처에 얼른대지 마요 알았지?”
질투 같은걸 하고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데 세선의 말에 날이 보인다.
세선은 남편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 간다. 괜히 무언가 해주고 싶다. 아무래도 조강지처가 있다면 조강지부도 있지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보?”
“응....왜?”
남편이 너무도 다정한 세선의 목소리에 놀랐던가. 눈이 동그래 진다.
“피곤하지?”
“아아니.....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뭐”
“그래도......그냥 쉬면 안돼?”
“지금 회사도 어렵고해서 내가 도와줘야지 흠!”
세선은 혀를 찻다. 어쩌랴 제 좋은일 하는게 행복이라는데.....
남편이ㅣ 방으로 들어 갔는데 핸드펀이 울린다.
“누구?”
“응, 나, 정자”
소정자였다.
“왜?”
“응, 현숙이 왔다지....”
“현숙이라면......”
그랬다. 동창중에 가장 이뻣고 가장 공부 잘해 늘 반장을 내놓지 않던 범생이 바로 그 친구다.
“왜 왔대?”
“그냥 보고 싶어서 왔나봐.....”
“그래....그럼 금방 갈게....”
“근데....또하나 희소식....”
“뭔데....?”
“태구도 같이 왔어“
“태구, 태구!”
태구라면 미술 잘그려 도전에서 입상하기도 하고 늘 낭만적으로 살던 과수원집 아들 아닌가. 소위 인두불 그림 그리며 풍류로 벗을 삼는다던 남자......
"응...갈게 지금 바로“
소정자의 깔깔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태구라면 세선이 그렇게 죽자사자 좋아했던 남자인데 태구는 세선을 싫어하고 1년 후배인 영애라는 계집애와 결혼을 했다.
“이상하네...”
가슴이 울렁거렸다. 소녀처럼. 나이가 몇인데.....
차에 키를 꽂으며 세선은 백미러에 입술을 비춰 본다.
“^^^^”
거울속에 여자가 아직은 쓸만하다고 느껴진다. 세선은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경쾌한 음이 들리며 스르르 차가 움직인다. 차 뒤로 청소 아줌마의 얼굴이 보이고 남편이 세선의 떠나는 차를 아쉽게 처다보는 모습도 함께 보인다.
“어이구 풍신들.....”
세선의 머리에는 온통 태구의 옛모습으로 차오르는다. 빠알간 거리의 네온등들이 세선의 가슴처럼 들떠 있었다. 그녀의 유두가 갑자기 커지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어둠이 곧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