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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바다 #27


BY 설탕 2006-03-02

그녀는 또다시 그녀의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이 걸었던 최면속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

아무런 기억도 ,어떤 생각도 하고싶지 않았다 .

지난 몇일동안 자신이 지내온 시간들을 맘에 두고 싶지 않았다 .

아니 생각하고 ,빠지고 싶지 않았다 .

남자에게 두렵다는 말한마디로, 그들은 그새벽 헤어졌다 .

그녀자신도 몰랐다 .

 남자에게 왜 자신이 두렵다고 했는지 ..

알수없는 무게가 그녀를 눌러오고 있었다 .

아팠다 .

알수없는 고통이 그녀를 괴롭혔다 .

그녀는 몇일동안 남자의 아파트를 내려다보지 않았다 .

지금 그들에무대는 어떠한지 ....

관객없는 연극 ...

 

남자는 복잡했다 .

지난시간들이 정말 오랜만에 남자를 깨웠고 ,자신이 아직도 누군가로 인해 가슴이 설레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알게됐다 .

그녀와의 새벽시간이후로, 남자는 자신의 시간을 갖을때마다 ,혼자 미소짓는 시간이 많아졌다 .

다시 사는듯한 생활이 돼고 있었다 .

그녀를 사랑하고싶었다 .

알수없는듯한 그녀의 마음을 갖고싶었다 .

아니, 그녀를 갖고싶었다 .

 

그들의 시간은 그리 흘러가고 있었다 .

 

 

 

"엄마 ...나 이거 하나 다려줄래?..."

아들은 입지도 않던 미색의 와이셔츠를 그녀의 앞으로 가져왔다 .

"오늘 무슨일 있어?  왠 양복을?...."

"......지난번에 얘기 했잔아 ..아버지 .."

아들은 끝까지 말을 잇지 않았다 .

"아 ...그날이야?"

그랬다 ,오늘이 아마도 남편의 재혼,아니 결혼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

남편 .

이제는 남편도 아닌 남자이기에, 그녀는 그저 아들의 아버지라고 생각하기로한 남자 .

그녀와는 무관한 사람이 된 남자 ...

"그럼 양복도 한번 다려줄까?...이왕이면 이쁘게 하구 가야지 우리 아들 ...후후 .."

아들의 옷을 다리면서, 그녀는  남편이였던 남자와의  지난시간들을 되새겨 보았다 .

하지만 ,이제는 기억하는 순간보다 ,기억에 지워진  시간들이 더 많음을 그녀는 알았다.

 

아들을 내보내고 ,그녀는 잠시 그녀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

오랜만에 갖는 그녀만의 시간인것 같았다 .

커피를 만들었다 .

그윽히 흐르는 커피향이 그녀를 행복하게까지 만들었다 .

만들어진 커피를 따르면서 ,그녀는 몇일동안 보지 못했던 그녀의 연극무대를 찾았다..

그들의 무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인기척 조차도 느껴지는것 같지 않았다 .

그녀는  세탁실로가서 다시 내려다 보았다.

누군가 보여주기를 바라면서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낮이라서 그런가?....'

짧은 한숨과 함께 그녀는 ,잔에 커피를 담아 응접실 소파로 나와 앉았다 .

한모금 ,두모금..

그녀의 목을 타고 흐르는 커피가 ,그렇게 맛이 있을수가 없었다 .

이것이 작은 그녀의 행복이라고 ,그녀는 생각해 본다 .

눈을 감았다 .

그순간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난것처럼 ,

전화기 옆의 전화 번호부 메모장을 들추기 시작했다 .

그녀가 찾은것은 남자의 전화번호였다 .

잠시 그녀는 남자가 적어주고 갔던 ,작은 종이의 숫자들을 들여다 봤다 .

손이 전화기로 갈쯤 전화벨이 울렸다 .

"저 ..여보세요 .."

반대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렀다 .

"...?....네..."

"잘있었나?...."

수화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잠시 그녀를 당황하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

한동안 두 수화기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

"...내가 괜히 했나보군 ..잠시 ..그저  안부나 전할까 해서 했는데 .기분 언짢게 했으면 미안하구려 .."

남편 ...예전의 그녀의 남편 ..아들의 아버지였다 .

"......네 ...."
"잘지내구 있다는 소식은 간간히 들어요 ...당신 글도 이제 제법 인기도 있더군 ..

그런 재주가 있는 당신 을 내가 한동안 잡고 있었던 것이 미안할정도네 ..."

아들의 아버지는 말이 없는 그녀와의 분위기를 바꾸려는듯, 그녀의 글재주와 ,그녀의 안부를 물어갔다 .

" 네 ...근데 어쩐일로 ....오늘 바쁜날 아니예요?...아이가 오늘 양복입고 나갔는데 ..."

그녀는 아들의 아버지에게, 아들이 오늘 결혼식에 참석할것을 그렇게 알려 주었다 .

남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축하해요 .....진작에 그렇게 돼야하는것을 ....

가서 축하주기는 그렇구 ..이렇게 전화 통화라두 하니 축하 할수 있네요 ..."
".........."

"좋은 시간들 만들어요 ...그동안 갖지 못했던 ..."

"....당신도 잘살아주구료 ...언제나 난 당신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니까 ..내가 부러울 정도로 살아주구료 ... "

남편은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

남편은 아직도 그녀를 맘에 두고 있었다 .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렸던 시간들이 족히 됐건만 ,그녀는 돌아오기를 그녀 스스로가 거부 하고 있었다 .

남편은 그제서야 아내였던 그녀가, 다시는 올수가 없는 곳까지 가버린것을 안것은 얼마 돼지 않았다 .

언제나 그녀의 빈자리는 있었으나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려지지 않았다 .

"오늘 좋은날인데 ,왜 전화 했어요..이젠 전화 하지 마세요 ..."

그녀는 그리 말을 하는동안 자신의 눈주위가 뜨꺼워짐을 느꼈다 .

눈물이 흘렀다 .

자신으로 인해서 많은시간을 시달렸던 사람 .

진정 행복해지기를 바랫다 .

그들의 전화는 그렇게 아무런 의미 없이 끝나버렸다 .

아니 ,의미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

'맞아 ..그남자는 행복해야돼 ....'

남편과의 살아왔던 시간들이 영화의 필림처럼 마구 돌아가고 있었다 .

숨이 차올랐다 .

갈증도 났다 .

 어지러웠다 .

귀에서는 알수없는 많은 소리들이 들려 왔다 .

윙윙거리는 소리가 그녀를 마구 헤집고 다녔다.

전화 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

대답하는 그녀는 갑자기 욕지기가 나왔다 .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

"여보세요 ....."

반대편의 수화기에서는 그녀를 찾는 소리가 이어졌다 .

그녀는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

주위가 어두워졌다 ...그녀의 다리가 그녀를 지탱할수가 없었다 .

"여보세요....여보세요 ...."

전화기에서는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여러번 이어졌다 ....

"여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