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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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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다


BY 진심 2004-10-04

내 눈동자는 갈색이다.

한국사람의 눈동자는 검정색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짙은 갈색이다.

그런데 나는 투명하리만치 연한갈색으로 그 안의 검정동자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처음 듣는말이

"눈이 참 맑으시네요~" 다.

그래서 난 내 눈동자에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왔다.

내가 23살 될 무렵까지...

책을 사러 종로에 있는 교보문고에 갈때 일이다.

갑자기 누군가가 다가와 내 눈에서 다른 사람보다 강한 기가 내뿜어진다며 아마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하실말씀이 있어 나에게 온것같다는 아주 놀랄만한 말을 해주었다.

원래 그 집안에서 기가 가장 센 사람에게 조상이 온다며 자기랑 같이 어디좀 가자고 했다.

응어리진 한을 풀어야만 집안이 잘된다는것이다.

난 너무 떨렸다.

나에게 나의 이 두 어깨에 혹시 우리 집안의 운명이 달린건 아닐까...

내가 요즘 빈혈기가 있는것두...우리 아빠 사업이 잘 안되는것도...

이런 저런 생각이 미치자 난 금방이라도 그 사람을 따라가야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두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는게 두려워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친구 왈

"아하~ 너두? 우리 언니도 종로갔다가 무슨 도닦는 사람이 조상이 어쩌구..기가 어쩌구..눈빛이 어쩌구...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길래 도망왔다더라.. 너두 절대 따라가지 말고 얼른 집으로 가."

친구는 나의 이 신비한 체험을 코웃음치며 뭉개댔고, 집에와서 가족들에게 흥분해서 얘기했을때 엄마의 반응은

"이그이그... 그러길래 내가 눈에 힘좀 주고 다니라고 그랬지? 네가 얼마나 흐리멍텅해보였으면 그런 사람이 다 쫓아왔겠냐?

넌 눈빛이 흐려서 똑바로 힘안주면 풀어져서 안돼."

 

...그 이후로 난 의기소침해졌다....

난 원래 가만히 있으면 곧잘 딴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버스에서도...전철에서도...심지어 걸어다닐때에도...

그러다 히죽 웃으면 딱 뭐같다.

깜짝 놀라 둘러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 와있을때도 부지기수..

잠을 자는것도 아닌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어쩌다가 공상이 잠으로 연결되어 버린적도 있지만....

그래서 난 가끔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걷고있는지....

그래서 종로에 가게되면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는 습관이 생겨 모르는 친구는 나보고 무슨 화나는 일있냐고 물어본적도 있다.

 

그런데 그가 내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와 헤어지고 내가 아기엄마가 되고 4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브라운 아이즈 노래만 들으면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라운 아이즈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의 차안에서 오래도록 있었을 그 테잎...

정말 그가 음악을 들을때마다 나를 떠올렸을까.............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