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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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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빠..그리고 올케....


BY 그린미 2004-10-12

 

속이 부글부글 끓어 넘쳐서 피시거리며 김을 뿜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어느 한구석 웃을수 있는 맘 보태주는 곳이 없는 허허 벌판이었다.

망설이다가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왠일이냐......집에 별일없냐?"

건조하고도 의례적인 인사가 끝나면 더이상 대화는 이어지질 않는다....항상..

어려부터 오냐오냐로 키운덕에 엄마는 지금 옳은 대접을 못 받고 있고 나 역시도 하나뿐인 오빠지만 살갑고 애틋한 남매간의 정을 못 느끼며 살고 있다.

내가 반동가리 학력으로 끝내야 했을때 나보고 미안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보였던 오빠였다.

내가 시집갈때 보란듯이 혼수 해 주마고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한 해 먼저 결혼한 오빠는 기반이 잡히지 않아서 넉넉한 혼수 못 해주어서 면목 없다고 수없이 되뇌었던 오빠였다.

그런 오빠가 차츰 엄마와 나를 남보듯 한 이면엔 올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았다.

홀시어머니 거북 하다며 결혼초부터 오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온 가정사를 죄지우지 한것도 알았다.

손아랫 시누이는 애초부터 눈엣 가시같이 뜨끔거렸는지 시집갈때 달랑 냉장고 하나로 입 닦고는 두고두고 생색 내던 올케다.

 

오빠가 올케를 결혼 상대자로 엄마에게 인사 시켰을때 엄마 역시 반대 하셨다.

눈매가 매서워서 정이 안 가게 생겼고, 제일 맘에 걸리는 게 홀아버지 밑에 자란 맏딸이라는거였다

아래로 줄줄이 동생이 다섯이나 되었으니 그 책임 몽땅 당신 아들이 떠 맡아야 될거라는 우려가 기를쓰고 반대한 이유였으나 이미 두사람이 선을 넘어버린 뒤였다.

더더욱 엄마를 불안케 한건 친정이 코앞에 있으니 아무래도 친정 드나들면서 아들 등골 뺄게 틀림없다는 나름대로의 경험이 며느리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엄마의 반대에 올케는 숫돌에 칼을 간 게 틀림없는데도 얼굴표정 하나 안바꾸고 처음에는 엎어지듯 잘 하더니 차츰 이빨을 드러내며 가족간의 틈을 벌여 놓았다. 

 

오빠는 바쁘다며 용건부터 다구쳐 물었지만 나에게 들을 말이란 뻔했기에 피하고 싶은 맘이 더 컸을 것이다.

"오빠....엄마한테는 자주가는거야?"

의례적인 인사치레 다 토막내고 곧바로 내 할말부터 쏟아냈다.

"가끔....바빠서 시간도 없고........."

시간이 없는게 아니고 맘이 없는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마 내 말에 벌레를 씹어도 한 입 가득 넣고 씹은 기분 일거다.

"엄마가 다리가 많이 아픈 모양이던데........"

"노인네가 엄살이 심해서, 원........나이 들면 아프기 예사 아니냐?"

아예 방치를 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엄살인 거 오빠가 봤어?..............봤냐고......."

나도 모르게 억양이 거칠고 높아졌다.

"야가 바쁜사람 붙들고 왠 실없는소리냐?...그렇게 궁금하면 니가 함  가봐라....."

"그럼 새언니도 그렇게 바뻐??"

화살이 서서히 방향을 바꾸면서 시위를 떠났다.

"나 보다 더 바쁜사람이라는거 모르나?"

"아무리 바빠도 할 도리는 해얄거 아녀?"

"그런소리 할려거든 전화 끊어라.....나 바쁘다"

딸가닥....

오빠하고의 모처럼 통화는 이렇게 삐거덕 소리를 내고 끊어졌다.

끊긴 전화기 븥들고 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게 핏줄끼리 나눌수 있는 대화의 한계라고 생각하니까 참을수 없는 울화가 가슴을 쥐어 뜯었다

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언제부터......

 

결혼하면서부터 달라진 오빠의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올케의 눈에 보이는 뻔한 행동에 더 정나미가 떨어졌다.

오빠가 매달 엄마에게 보내주는 - 많지도 않은 - 생활비를 이런저런 이유로 중간에서 잘라먹기는 예사고, 살고 계시는 집에 눈독 들이고 있는것도 벌써부터 감지가 되었다.

엄마집은 아버지가 물려 준 유일한 재산인데 머지않아 소방도로로 편입이 될거라는 소문에 평소엔 무거운 발걸음 겨우 옮겨놓는 시늉하던 올케는 팥 밭골에 새앙쥐 드나 들듯, 고자 처갓집 드나들 듯  사흘이 멀다 않고 들락거렸다.

올케의 속셈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엄마는 그저 자주 들여다 보는 며느리가 고마웠단다.

난 눈치채고 있었지만 엄마에게 귀뜸을 하지 못했다.

모르는게 약이 되니까....

보상비가 적지 않을거라는 소문대로 엄마는 꽤 많은 액수의 돈을 보상 받았지만 엄마손에 쥐어진 돈은 고작 기백만원 정도였다.

아들내외의 속을 꿰뚫어보는 눈이 늦게나마 뜨여 졌지만 이미 물건 간 뒤였다.

오빠가 대출낸 빚 갚는다고 보상비의 90%를 다 가져 갔다고 했을때 난 펄펄 뛰었다.

어떻게 그돈에 눈독을 들이냐고....

그러나 출가외인이라는 이름이 나의 행동에 부레이크를 걸었다.

 

난 될수 있으면 시누이 노릇 안할려고 했다.

우리집 여우에게 넌덜머리가 났기에 올케에게만은 여우소리 안 듣고 싶었다.

엄마를 위해서도 참았고 친정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왠만하면 엄마를 나무랐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많이 섭섭하셨을 거라는 거 알지만 난 모른척 했다.

내가 끼어들면 그 여파는 바로 엄마에게 미친다는거 불보듯 뻔했기에 누르고 또 눌렀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올케하고는 별다른 불편없이 조용하게 지나왔는데......

오빠의 무책임하고도 불공한 태도에 내 인내심의 한계가 수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그냥 터뜨려??.......

그래서 한번쯤 쑥대밭을 만들어서 매운 시누이 맛을 보여줘??

죽은척 숨 안쉬고 있으니까 홍어ㅈ인줄 아나........

 

영악한 올케는 나의 성깔을 잘 안다.

그러다보니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착한 며느리, 완벽한 올케노릇 차질없이 하고 있다.

티를 잡을려고 해도 엄마의 입을 빌린것 같애서 함부로 내색도 못한다는거 훤하게 꿰고 있다.

언젠가 한번 걸리기만 해봐라.......

아무리 벼르고 별러도 손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다보니 혹시 내가 올케를 오해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엄마의 얘기만 듣고 올케에게 여우짓 할려는 건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없이 아들 며느리 싸잡아서 딸년에게 고자질 할만큼 고단수의 엄마는 아니다

단순하고 무지하고 올곧기만 한 엄마의 말을 그냥 지나치고 있기엔 뭔가 찜찜했다.

점점 낯설어 지는 오빠의 행동이 모든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내내 떨쳐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