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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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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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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키재기 때문에


BY 그린미 2004-09-25

남편몰래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서 구멍난 생활비 겨우 맞추어 나가고 있는데

느닷없는 시어머님의 화장실 타령에 대낮인데도 난 눈앞에 날아 다니는 별을 보았다.

 

가끔식 우리집에 다니러 오시면 서둘러 가시는 가장 큰 이유가 '똥을 못눠서......'다

재래식 화장실에 길 들여진 노인네가 방같이 깨끗한 변소칸에 앉아서 힘을 줘 본들

나올려던 거시기가 쏙 들어가서 도저히 식미에 안 맞는다고 총총걸음으로 가셨는데...

 

그런데 갑자기 수세식으로 고쳐야 된다고 자식들에게 사발통문 띄운 이유를 듣고보니

수긍을 해야할지 ..........난감했다

 

이장이 집집마다 돌면서 정부 보조금이 조금 나와 있으니 화장실 고치라고 권유를 해서

여러집이 수세식으로 바꾸었을때도 시어머님은 그래도 화장실은 똥내가 나야 된다고 하시면서

극구 사양하신걸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변소칸 함부로 손대면 정랑신이 노해서 禍를 당한다는 미신도 곁들여 가면서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으셨다.

 

시어머님을 자극한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

 

옆집 동철이네가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고친거였다.

항상 보이지 않는 경쟁심으로 혹시라도 뒤지는게 있을세라 담넘어로 수시로 감시(?)의 눈길 늦추지 않으신 시어머님에겐 충격이었다.

 

남편하고 초등학교 동창인 동철이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농땡이다.

중학교 졸업하고 곳간에 쌓아둔 참깨자루 훔쳐 가지고 서울로 도망갔다가 어영부영 어깨넘어로

배운게 통닭 튀기는 기술이었다.

 

언젠가 동철이 엄마가 아들 솜씨라며 자랑삼아 동네에 돌린 통닭맛이 그런대로 괜찮은것 같았는데 지금 그 길로 한우물 판덕분에 번듯한 내 가게 차려놓고 사장소리 듣는다.

 

손바닥 만한 동네에서 제일 출세한 사람을 꼽을때 당신 아들이 아니고 동철이를 꼽았을때도 우리 부부는 시어머님께 또한번 된 서리를 맞아야 했다.

 

' 먼 인간이 배운값도 못하느냐' 는 소리에 이미 딱지가 앉을대로 앉아버린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동철이네가 아들 돈 자랑할때면 시어머님은 아들 직장을 자랑하셨고

동철이 인물을 자랑하면 당신 아들의 큰키를 내 세우셨다.---남편은 키가 175센티였다.

 

어느해인가 서로 아들자랑 나누다가 종당에는 험담으로 이어 졌는데,

속없는 시어머님이 동철이 작은키를 은근슬쩍 꼰다는게 '난장이 똥자루....'운운 하신게 싸움의 발단이 되었다

 

입 거칠기로 소문난 동철이 엄마가 그 자리에서 칼을 물듯이 대드는데....

"내아들 키 작으면 엉덩이 땅에 끌리는거 봤어?...키 작다고 자식내이 못하는거 봤어?"

 

급기야는 남편의 큰키를 가지고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키는 멀대같이 해 갖고....힘대가리라고는 쳐먹고 죽을래도 없는기.......

새끼농사는 어케 했는지 요상혀이....."

 

삳대질에 욕지거리에 ....

온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지만 주위 사람들의 '살풀이' 작전으로 그러저럭 지내게 되었지만

여전한 (氣) 싸움은 끝을 모른채 또다시 화장실이 도마위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손녀 자랑을 하면 당신은 중학교 일학년짜리 손주 자랑에 거품을 물었다.

지 에비 닮아서 머리가 얼매나 좋은데.....

 

그러다가 당신아들보다도 더 못 배운 동철이가 몇년전에 자가용 끌고 동네어귀에 나타났을때

시어머님은 꼬라지 보기 싫다고 일부러 우리집으로 오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편은 그때까지도 시내버스 타고 출퇴근을 했다.

 

중학교만 나온 동철이도 자가용 끌고 다니는데 넌 머 하는 인간이냐......

 

동철이네가 살림 불어날 기미만 보이면 우리 부부는 며칠을 달달 볶여야 했고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을때는 반대로 목에다가 더 힘을 주시는 거였다.

 

'우리 아들은 그래도 넥꾸다이 매고 책상앞에 앉아서 팬대 굴린다'는 자부심으로....

 

동철이네가 화장실을 고치었다는 사실은 시어머님 화장실도 운명적으로 고쳐드려야 된다는 것과

맥이 통한다는 사실을 곧이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맏아들이 돈없고 힘없는 아들인줄 모르시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넥구다이 매고 책상앞에 앉아서 팬대 굴리는 아들이 설마 중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통닭집 주인 동철이네 늙은이에게 밀리게 놔두지는 않을거라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시어머님에게는 든든한 여우의 빽이 있었다.

이 딸년에게 얘기해서 지금까지 통과되지 않은게 별로 없기 때문에 제일먼저 이 딸년에게 입을 뗀것이다.

물론 딸년은 쌍수 들어서 OK에 낙점을 주었고........

 

엄마의 남은 인생을 편하게 모시자는 여우의 '孝' 발언이 다른 형제들에게 먹혀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