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처음 맞는 추석 명절이었다.
시골에 혼자 따로 사는 시어머니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허락하에 친정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친정가는 도중에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애비 바까라....."
아들 폰을 내가 받은게 못 마땅한 지 앞뒤 다 자르고 톤을 높히는게 아무래도 불길했다.
시어머니는 항상 전화를 걸면 손주들 걱정이나 집안일에 대해서 먼저 묻는 법이 없이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아들 바꾸라고 했다.
남들처럼 며느리 하고 오곤조곤 귓속 얘기 나누는 법도 없고 손주들 응석 섞인 재롱전화 한번 따뜻하게 받아 준적도 없었다.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며 전화를 넘겨 받은 남편의 옆모습이 일그러 지더니 한숨을 뱉았다.
옆에서 들어보니 집으로 돌아 오라는 전갈 같았다.
여우 부부가 명절이라고 친정 온다는 시어머니의 덜뜬 목소리가 전화기 밖으로 기어 나왔다.
친정을 코앞에 놔둔 채 돌아 오라니.....
두시간 이상을 밀리는 차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와서 친정 가까이 왔는데 돌아오라니......
이럴땐 성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은 휴대폰을 부셔 버리고 싶었다.
하도 어이가 없는 시어머니의 엄명에 남편도 화가 난 모양이었다.
"매일 보는 柳실인데 내일보면 안될까......처가에 다 왔는데..."
화를 누르면서 애원에 가까운 사정을 했지만 막무가내로 돌아오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시어머니에게 남편은 처음으로 화를 내는것 같았다.
전화는 그대로 끊어져 버렸고 불편한 맘으로 친정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둥 마는둥하고 아침일찍 서둘러 시댁에 갔는데.......
집이 비어 있었다.
불길한 생각에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았더니......
남편이 화를 낸게 괘씸해서 밤에 한숨도 못자고 새벽에 그대로 여우 부부와 같이 막내 집으로 갔다고 절반은 울먹이면서 오래비를 몰아 세우는 여우의 악다구니에 싸늘하게 피가 식는것 같았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부부에게 가해지는 가중처벌은 송곳방석이었다.
친정에서 배운게 없다.....
시집 무서운줄 모른다....
혼자사는 에미가 불쌍하지도 않냐....
마누라에게 깔려서 숨도 못쉬는 병신같은 눔........
시어머니가 눈에 불을 켜고 우리 부부를 닦달 했을때 왜 한마디 변명도 못했는지 지나고 나니까 한심했다
배운 사람들이 그러면 쓰냐....
그렇게 안보았더니 두사람 너무 심하네....
알만한 사람들이......
우리한테 해 준게 머 있다고......
그 동안 차마 드러 내놓고 노골적인 불평 불만 표시 못했던 여우가 발 뺄 수 없는 빌미를 얻은김에 시어머니의 엄호아래 사정없이 총알을 쏟았다.
이래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나부다.
도무지 아래위도 없고 경우도 없는 콩가루 집안에 내가 서있는 발밑이 낭떠러지라는 생각만 줄곧 들었다
정말 남편이 고등학교 마친것만 가지고 이렇게들 벌떼같이 굴까 의심도 들었다.
그것도 아니면 혹시 생길수도 있는 뒷돈을 우리끼리만 배터지게 먹고 살까봐 미리 덫을 놓는걸까...
단순하기만 한 시집 식구들을 이해 시키기엔 모든 정황이 우리 부부에게 유리한게 없었다.
이렇게 가파른 사건은 시간이 흘러도 편편하게 닦여질줄을 모른채 사사건건 태클을 걸었다.
특별한 음식 해 놓고 부르면 이핑게 저핑게로 거부했고 생일날 선물 꾸러미 들고 아부를 해봐도 안면몰수는 여전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시집 식구들의 횡포에 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런데 이 여우의 기세를 뭉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여우가 맹장염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내가 밤새워 병간호를 하게 되었다.
주변에 수발 들만한 사람이 없는것도 문제였지만 내가 자청해서 나선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계산을 밑에다가 깔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맏이의 도리같은 무게가 맘을 비우게 한 것 같았는데 여우가 뱉은 말이 비워둔 맘에 또다시 열을 채우고 말았다.
성질이 까다로운 여우지만 급한맘에 내 수발을 받게 된게 영 자존심 상했는지 말끝마다
'퇴원하면 받은거 다 되돌려 줄거야.....'라는 말로 은근히 나를 밀어 낼려고 했다.
그 수발 받은거 돌려 줄려고 그러는지 그 이후로 우리집에 종종 발걸음을 하게 되었지만
바닥에 깔려있는 감정의 응어리는 쉽게 풀리지 않는것 같았다.
말속에 가시박고 은근슬쩍 능청부려도 난 못들은척 안들은척 그렇게 보내고 나면 머릿속에 파고 든 가시 때문에 혼자서 끙끙 앓아야 했다.
박힌 가시 빼느라고........
결혼만 해 주면 절대로 시누이짓 안할거라고 못을 박아가면서 지 오래비 붙혀 주더니
결혼하고 얼마 되지않은 새댁 시절부터 시누이 성깔이 알게 무르게 본색을 드러냈다.
입버릇 처럼 항상 달고 다니는 레파토리는 '배웠으면 다냐.....'
고등학교 2학년때 중퇴한 내 반동가리 학벌을 가지고 여우는 샘을 내고 티를 잡았다
이 여우의 컴플랙스는 배우지 못한데 대한 강한 열등감과 배운 사람에 대한 시기,그리고 질투가 사사건건 부딪히는 촉매역할을 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러서 한 해라도 좀 더 배운 우리 내외를 보면 꿈틀거리는 시누이 특유의 심술이 말과 행동거지에 고스란이 노출 되었다.
그런데 희힌한 건 반동가리 학력만 가진 사람이 버글 거리는 우리집안에 동서는 온동가리 고졸 학력을 소지한 인텔리(?)였지만 어찌된 셈인지 여우의 사정권 안에 들지 않았다는거다.
그 내막을 듣고 나서 난 까무라치는 줄 알았다
학력을 가지고 시비를 걸었을때 동서의 반응이 기상천외 했다는거다.
"형님, 형님 동생이 나를 꼬실때 대학 나왔다고 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
사기결혼 당하것도 억울한데.....제발 나 이혼좀 시켜 주세요....이혼만 하면 영전인데.....씨 발.."
사업 한답시고 수시로 처자식 길거리로 내 몬 남편에게 넌덜머리가 났나보다.
그렇다고 손위 시누이에게 거침없이 욕지거리를 내 뱉는 그 용기에 난 아연실색했다.
여우가 여우를 만났으니 밑천 짧은게 밀리게 되어 있다고....
그리곤 슬며시 꼬랑지 내리더라는 동서의 구미호 작전에 난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손윗 사람이 되어서 드러내놓고 잘했다고 부추기지는 못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거적때기인줄 알고 점잖으면 전봇대인줄 아는,
강한데는 약하고 약한데는 강하게 나오는게 비겁한 자의 생리이고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