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 나에겐 너무나도 힘들었던 가을이였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훈희형과의 쓰디쓴 이별의 아픔을 맛보아야 했으니까...
어느 저녁 9시 무렵 그땐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에 앞의 시야가
잘 보여지질 않았을 상황이였다.
형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집에서 입던옷도 갈아입지 않고
털레털레 나와 도로변에서 기다리는데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형은 오질 않는
것이였다. 불과 차로 10분이면 올수 있는 거리인데도 말이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앞서 도저히 전화를 안하고는 못견디겠어서
형집에 전화를 해보니 어머니는 퉁명스럽고 화가 잔뜩 난 듯한 목소리로
형이 나를 만나러가다
빗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크게 다쳐 119에 실려 갔다는 것이다.
어디 병원인지 알려주지도 않으시고
쌀쌀 맞게 끊으시는 형의 어머니!
놀란가슴 쓸어 내릴세도 없이 큰병원이란
큰병원의 응급실은 모두 전화해서
찾아낸 그 병원엔 임 훈희라는 이름이 있질 않은가!
정신없이 뛰어가 병원에 가보니
이제 막 응급처치는 끝났던것 같았다.
형의 몸은 도저히 눈 뜨고는 볼수 없을 정도의 시뻘건 피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너무 놀랜 난 눈물을 흘릴 기운조차 없이 멍하게 서서 옆에 있는 화장지로 피묻은 얼굴을
쓰러내리면서 형을 바라보며 "어떡해~~어떡해~~어떡해"
하면서 반복된 말을 해가면서 중얼거리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그리곤 정신이 혼미해져 그자리에서 5번이나 기절을 하고 말았다.
매번 기절한 후 또 일어나서 누워있는 형의 모습을
보니 미어지는 가슴을 어찌 헤아릴수 없을 고통에
쌓이는 것을 어찌 할수 없었다.
그 땐 앞으로 다가올 나의 아픔이 어떤것이 될찌 좀 처럼
짐작하지도 않았을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