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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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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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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이미 다른 여자가.


BY 녹차향기 2004-09-09

은행의 하루하루는 즐겁고 신났습니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청소 아주머니와 함께 직원들 책상도 닦고,

객장에 있는 인주밥을 정리하고,

전표를 가지런히 놓아두고,

그날중 해야할 일을 차근차근 챙기는 아침은 늘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물론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은

이미 막 처음 사랑이란 감정을 가슴에 담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말하지 않은 채,

몰래몰래 그 사람을 마음껏 지켜볼 수 있다는 즐거움 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은행 바로 뒤가 집이었으므로,

어슬렁거리며 천천히 출근을 했고,

어슬렁거리며 천천히 퇴근을 했습니다.

잘 생긴 외모 덕분에

지점 모든 여직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점심 식사후 탈의실에 잠시 앉아 쉬는 동안

온통 그사람 얘기 뿐이었습니다.

 

"얘, 너 아니?  김주임님 말이야..."

"뭐?"

"우리 지점에 사귀는 여자 있대.."

"응???"

가슴은 놀라 벌렁거리고 떨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그럼, 사귀는 사람 하나 없겠냐?"

"둘이 뭐 그렇고 그런 사이라네, 크리스마스 선물로 김주임님이 그 언니한테

이쁜 겨울 코트랑 장갑도 사 줬다더라.  정말 좋겠다.."

"........."

그 언니는 얼굴도 갸름하고 이쁘지만 몸매는 더 예뻤고,

춤은 정말 섹시하게 잘 췄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듣자 금방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혼자 좋아했었는데 누가 있는 것은 당연했던 거야.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리고 있어도 한둘이 아닐거야....

하는 생각으로 멀리서 그저 바라만 보기로 했습니다.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

나에게 그는 그런 사람으로 있어도 행복할거라고 작정했습니다.

 

고3을 마치는 졸업식날,

졸업식이 끝나 교정 여기저기서 친구들과 마지막을 기념하는 사진을

실컷 찍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사진찍기를 하는 동안  부모님들끼리 서로 인사도 하시고

대견하고 흐믓한 웃음으로 기다려 주고 계셨습니다.

각 직장에서 졸업을 축하하는 직원들이 나오기도 했고,

기념 꽃다발이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지점에서도 누군가 온다고 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저멀리서 제이름을 크게 부르며

반갑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 김주임님.....???"

한 손엔 큰 선물 꾸러미를,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검정 코트를 날리며 그사람이 서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