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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섬


BY 재인 2007-05-03

그날 밤 재인은 말이 없어졌다

그런 재인을 보며 준형은 참담하고 불안했다.

낮에 경리가 찾아갔다는것을 인희를 통해 들었던터여서 진정을 할 수 없었다

섣불리 말을 붙일 수 도 없었다.

간간히 인준을 들여다 보며 재인은 말이 없다

 

'어째서 이런일이....

그래 맞는가 보다

예전 내가 경호씰 맘 아프게 한 죄로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이는구나.

참 이생에서 내가 받을 업보인가 보다

경호씨 대신 그 동생이 나에게 이런 아픔과 시련을 주는구나...

그래 내가 이렇게 아픈 만큼 경호씨도 힘 들었을테지...  

그때 내가 경호씨에게 더 다가가지 못한게 지금껏 한켠에서

날 아프게 하더니 그게 이거였구나

이렇게 갚음을 받는거였구나'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한다.

 

과거 완고한 아버지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경호를 용납하지 않으셨다.

아울러 가난한 그의 집안과 무능한 그의 아버지도 함께...

대학 1학년때 우연히 기차안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당황한 재인에게

도움을 주던 경호는 다정하고 철저한 사람이었다.

만날수록 장점이 많았는데...

그에게 주어진 짐이 너무 많았다.

그는 그래도 항상 당당하고 단정했다.

1년정도를  만났다.

시간이 없는 경호를 위해 재인은 서울에서 열심히 집엘 내려왔다.

그런 재인을 보면서 엄마는 나무라곤 했다.

공부는 않고 자꾸내려 온다고...

어느날인가 둘이서 데이트를 하다 아버지께 들켰다.

그날로 재인은 서울로 올려보내져

내려올 수가 없었다.

물론 경호도 만날 수가 없었다.

힘들게 내려와 경호를 찾자

경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니 아버님 말씀이 구구 절절이 옳아

나는 너에게 해 줄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미래도 불투명하고..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내가 널 찾아 가는일은 절대 없을거고 너도 이제 내게 오면 안돼

공부해서 너의 부모님이 바라시는 직장에 들어가

앞으로 내게 찾아오는 일 하지마, 알았니?"

"......"

울기만 할뿐 아무런 말도 하지못한 재인은 쫓겨서 돌아왔다.

후에 두어번 그에게 찾아 간적이 있었지만

만날수는 없었다.

그리곤 끝이었다.

졸업후 직장에 들어간후에는 집안이 기울어 재인이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동생인이를 공부시키려고 재인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어

경호를 맘 속에서 접었다.

이런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할 수 없었는데....

준형과의 결혼을 결정할때도 가슴 한켠에서 경호의 생각을 밀칠 수 없었다.

이미 결혼을 했어리라고 단정지었기에

지나간 인연이라고 묻었기에 찾아가지 않았는데

오늘 계장은 말했었다

저 녀석 과거의 사랑때문에 결혼도 않았다고..

대쪽같은 녀석이어서 사돈집에서 차려주는 가게도 거절한 녀석이라고..

지손으로 이젠 제법 괜찮은 곳에서 큰 가게를 두어개나 운영하고 있다고..

말끝에 "나는 그녀석의 첫사랑이 넌줄 몰랐다.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어쩌냐 상처를 건들여 놓아서

무척 아플것 같네..."

그래 우리의 인연이 이런것이었구나....

이렇게 주고 받는것이거늘 왜 나는 준형과 그녀를 원망했을까?

과거의 나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깊은 밤 재인은 준형과 마주 앉았다

준형은 두려웠다

계속 말이 없던 그녀였기에....

"준형씨 내말 잘 들어요,

오늘 경리란애가 나를 찾아왔었는데.."

"알고 있어"

"내 말 끝까지 들어요.

그애 오빠를 내가 잘알아요,

언젠가 내가 말했었지?

오래전에 내가 사랑했었던 사람이 있었다고..

내 가슴에 묻었던 사람이 있었다고..."

기억이 났다.

한참 재인을 의심하고 괴롭혔을때

과거의 그 놈이 얼마나 미웠던가.

그래도 끝까지 입밖에 내지는 않았었다. 겁이나서

'그런데 그놈이 누구라고?

경리 오빠라고?

이런 기막힐데가 있나?'

"....."

"아무래도 그때 내 잘못이 이런 결과가 왔나 봐요

이제 자신이 없어요

준형씨가 만약에 말이에요

조금이라도 그애에게 애정이 남아있다면

가세요. 인준인 내가 잘키울께요

아빠가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 받을께요"

"무슨말이야?

난 그애한텐 조금도 관심없어.

이일과 당신과거가 무슨 관계가 있어

다 내잘못인데...

난 당신이 결정하는대로 따를거지만 그애랑 연결지어 생각 하진마.

나 조금도 관심없어 내관심은 오로지 당신과 인준이 뿐이야 "

"....... 나 피곤하니 누울께요"

"그래, 다른 생각말고 푹 자고 내일 다시 얘기해"

 

....................................................................

 

오빠가 울고 있다

다정하고 침착하고 좀처럼 아니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오빠였다.

과거 그녀가 떠나고 괴로워 했을때

눈가가 붉어져도 오빤 울지 않았었다.

그런 오빠를 내가 울리고 있다.

경리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머리속이 텅 비어 백지가 된것 같았다.

좀 처럼 당황하거나 불안한게 없던 그녀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자신의 친정,

아니 오빠만은 달랐다.

세상의 어느누구와도 바꿀수 없는

남편과 심지어 자신의 몸에서 난 현이보다도 오빠는 자신에게 각별한 사람이었다.

그런 오빠의 심장에 오늘 그녀는 비수를 꽂았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녀는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 울면서 술을 먹고 또 먹었다.

자신이 일어나 나와도 오빠는 모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오빠의 모습이

평생동안 잊히지 않을것 같았다

"오빠 오빠.

내가 정말 잘못했어

난 몰랐어 그녀가 오빠의 사랑인지...

내가 정말 잘못했어" 울부짖고 몸부림쳤지만

현실은 바꿀 수 없었다.

자신의 방탕함이 오빠의 앞길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빠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경리였기에

앞일이 두려웠다..

'혹시 오빠가 자살이라도 하면? 아니야 그럴리 없어

아냐, 그녀때문에  여자라곤 거들떠 보지 않았던 오빠야,

이제 어쩌지 이제 어쩌면 좋지?'

팔다리가 후들거리며 정신이 아득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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