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는 비참했다.
동생 경리의 머리채를 끌다시피 데려오면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난한 집안 때문에 대학을 못나온 그는
여동생이지만 경리 만큼은 학교를 보내고 싶었다.
동생은 예쁘고 영리했다.
어려서부터 영악스러울 만큼 자신의 처지를 알고 처신했었는데...
경리의 결혼식 날 경호는 참 행복했었다.
자신이 다해 주지 못한 부분을 영민이 해 줄것 같았기에..
세상에 이런일이...
꿈이길 바랐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이제 조금 남도 돌아 볼 수 있을것 같았는데....
하나뿐인 동생이, 그것도 믿었던 동생이...
어려서 부터 경리는 유난히 애교가 많았다.
늘 생글거리고...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먹을것 조차 걱정하며 사는 형편에도
어린것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덕분에 주인집에서 경호도 덤으로 저녁을 얻어 먹곤 했었다.
그런 동생때문에 늘 마음이 시리고 아팠던 경호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매일 일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은 덕분에
경리를 고등학교까지 시킬 수 있었다.
어머니의 야채 행상 수입으로는 생활비도 모자란 형편이었다.
언제부터 동생이 이렇게 되었을까?
시에서 근무하는 동창생의 전화를 받고 경호는 비참했다.
그 동창은 어려서 부터 괄괄하지만 성적이 경호랑 1,2등을
번갈아 하였으며 유난히 경호를 잘 챙겼다.
"와서 네 동생 좀 데려가도록 해
네동생때문에 이혼한 애가 내밑에서 일하고 있거든
정말 이런 전화 하기 싫었는데 네 동생인 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내색않고 싶었어.
어쩜 너랑 그렇게 다르냐?
일이 커지기 전에 데려갔음 해
여기는 내가 정리할께"
뭔 소린가 싶었다.
한참 생각 한후 아차 싶었다.
'경리가 바람났다던 그놈의 와이프가 그곳에 근무하는구나'
까지 생각이 미치자 신발을 어떻게 신었는지 모르게
달려갔다.
도착해 보니 동창은 동생을 나무라고 있었고
경리는 악을 쓰고 있었다.
정작 피해자인 그 여자는 그림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너 뭐하고 있어"
경호의 고함소리에 모두다 깜짝 놀라 쳐다 보았다
세상에 그녀였다.
재인이 눈물 그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눈이 왕방울 만 해졌다
"아니? 경호씨..."
"윤선생 얘 알아?"
"네에...."
"어떻게?"
"그냥... 잘 알아요 그럼 얘가 경호씨가 얘기하던 그 동생인 모양이네?"
"응,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하필이면...." 목이메여 더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단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었던 아니 옷깃이라도 스치고 싶던 그녀를 이렇게 이런
상황으로 만나다니...
침착한 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냐 괜찮아, 동생데려가,
쟤말도 영 틀린것은 아닌것 같아,
옛날부터 내가 조금 미련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야"
"아니 무슨... 정말 미안해
얘 내가 데려가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만들께"
..............................
집으로 끌려온 경리 역시 말이 없다.
집으로 돌아 오면서 오빠는 온몸을 경련하다시피 떨고 있었다.
운전을 하며 내내 울고 있었다.
이런 오빠의 모습은 처음이다.
윤재인 그녀가 오빠를 보며 놀라던 모습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옛날 십여년전에 오빠가 심하게 열병을 앓았던 적이 있었다.
그녀가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이었으니까 15, 6년전이었다.
오빠가 어떤 여잘 만났는데 상당히 부유한 집안이었다.
그녀와 오빠는 무척 서로를 사랑하였는데
그녀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오빠 스스로 물러났었다.
그즈음 오빠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고
경리의 공부를 시키기 위해 자신의 대학을 포기한 상태 였다.
어렸지만 그런 상황을 잘 알았던 경리는
오빠가 참 불쌍하고 죄스러웠는데...
오빤 어린 경리가 보기에는 힘들게 그 사랑을 접어었다.
지금까지 오빠는 여잘 만나지 않고 있었다.
과거의 그녀를 가슴에 묻고 살았는데
오빠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 여자가 윤재인이었다니...
자신의 머릴 땅에 찧고 싶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사랑하던 오빠였다.
'어찌 이런 일이, 이게 무슨일이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