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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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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섬2


BY 재인 2007-04-09

경리는 그날 밤을 꼬박 새우며

이를 갈았다.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될 줄이야....

자신이 늘 바보같다고 여기던 남편은 아주 무서운 남자였다.

불륜을 알고 난 뒤의 남편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은 평생 잊을 수 없을것 같았다.

평소 여리고 순하던 그 남자가 아니었다.

결혼 전부터 경리가 시키는대로 살았던 사람이었다.

어릴때부터 별 다른 풍파없이 자랐던 남편은

아주 자상했다.

웬만한 일에 화내는일은 없었고 늘 따뜻했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한다고 했는가?

그것을 경리는 십분이용했었다.

남편을 만나면서도 결혼을 했으면서도

경리는 늘 다른 남자가 있었다.

여리고 순한 남편은 연애시절 손목한번 잡지 않았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자를 안 경리는 그런 남편이 답답했지만

앞에서는 아주 순진한 척하면서

남자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내숭을 떨었다.

배우자감으로 남편은 완벽했었다.

지방의 유지면서 아주 풍족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다.

아들이라면 벌벌떠는 시어머니가 불만이었지만

그에게서 어머니를 떼어내는것은 아주 쉬웠다.

얼굴을 찡끄리며 애교스럽게

"민씨 저 어머니가 참 좋은데

같이 살기는 어려울것 같아요. 자기가 외아들이어서

당연히 같이 살아야 겠지만 기대치가 높아 같이 살다가 서로 불편해 지면

않좋잖아요, 어머님도 불편하실테고"

"왜? 어머닌 자기 참좋아하시는데..."

"그게 더 힘들어요, 원래 외며느리 힘들다잖아요

조금만 제가 잘못해도 얼마나 서운하시겠어요"


"하긴"

두어번 그런얘기에 영민은 바로 분가를 결심했고 어머니께

그렇게 의논을 하여 결정하였다

처음 두달만 며느리를 데리고 있고 싶었던 어머니는

서운하지만 양보를 했다.

며느리가 젊은 시어머니와 살긴 어렵겠다싶어서....

 

결혼 생활 내내 경리는 자신의 원대로 살았다.

남편의 일이 늦게 끝나는 이유도 있었지만

경리의 모든것이 사랑스럽던 영민은

경리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신뢰했었기에

신혼 첫날밤은 영민은 잊을 수가 없었다.

경리는 완벽한 여자였다.

너무나 여리고 아름다웠다.

수줍어 견디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얼마나 사랑스러워 했는지..

그녀는 자신에게 언제나 수줍어 하며 안겼다.

떨리는 경리를 안으며 매일 행복했었다.

계산된 경리의 행동을 영민이 알 리가 없었다.

모범생이었던 영민은 여자를 잘 몰랐다.

대학시절 몇번의 연애는 했지만 전부 자기 주장이 강한

애들만 만나던 영민으로서는 경리는 정말 특별했다.

다정하고 부드럽고 애교스럽고 따뜻한 여자였다.

자신의 아내를 보면서 늘 행복했었다.

첫딸을 낳았을때 영민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었다.

사랑스런 아내와 딸...

더 열심히 일했었다.

아버지의 사업을 더 확장시키고

아내와 딸아이의 미래를 위해 정말 바쁘게 살았다.

그래도 일요일 만큼은 아내에게 할애하고 싶었던 영민이었다.

아내가 동창들 모임간다고 2주에 한번씩 자기만의 시간을 달라고 해서

서운했지만 아내의 생활을 위해 쾌히 승낙하고 딸아이를 보았는데..

 

아내의 불륜을 아버지에게 들었을때

영민은 완강히 부인했다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현이 애미 아버지가 더 잘아시잖아요,

경리가 얼마나 제게 충실한 아인데.."
"아이구 이눔아 정신 차려라"

아버지는 고함 소리와 함께 몇장의 사진을 영민에게 던졌다.

사진을 주워든 영민은 기절할 지경이었다.

경리와 어떤 남자가 다정히 팔짱을 끼고 모텔을 들어가고 나오는 장면이며

다정히 식사하는 모습들이 담겨져 있었다

일요일은 동창 모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민아, 갸가 한두번이 아니라 하더라

시내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알더라 너하고 결혼하기 전부터

남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더구나.

그때 니 대고모 말씀을 들었어야 하는데"

어머닌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아득해 졌다.

약간의 신기가 있던 고모 할머니가 결혼전 집에온 경리를 우연히 보시고

결혼을 극구 반대하셨다.

"쟈, 사람아니다. 인간 탈만 썼지

사람아니니라, 큰일낸다

아서라 결혼시키지 말거라 , 집안 큰 망신 당한다."

그때 영민은 불같이 화를 냈었다.

'그 말씀만 들었더라도'

그날 이후 영민의 인생은 망그러졌다.

아름답다고 느끼던 경리의 모습이 추하고 더러웠다.

'자기 왜이래?

남의 말 듣지마, 나는 자기 뿐이야"

더럽고 징그러웠다.

영민을 잡고 2달이상을 애원하던 경리는 지쳤다.

도저히 돌이킬 수가 없었다.

순하던 그 남편은 간곳없고

야수 같은 남자만이 있을뿐이었다.

처음 남편이 자신에게 한 일은 현이와 자신을 격리시키는 일이었다.

현이를 시집으로 보내고 영민은 저녁 8시면 어김없이 집으로 들어왔다.

처음 경리는 오해했다.

영민이 자신을 떠나지 못할거라고 자신했었다.

계산착오였다.

현이를 빼앗기고 난 경리는 얼떨떨했다.

처음부터 모성애가 없었지만 아이를 빼앗긴 기분은 기묘했다.

자신의 몸속 일부가 빠져 나간것 같았다.

그날 영민이 한일은 자신의 친정 부모와 오빠를 불렀다.

불려온  부모와 오빠는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다정하고 착하던 사위가 완전히 딴얼굴로 몇장의 사진을 내밀었는데

기가 막힐 일이었다.

딸년이 집안 망신을 시켜도 이럴수가 없었다.

오랜 침묵 끝에 친정 아버지가

"자네 볼 면목이 없네, 다 딸 자식 교육 잘못 시킨 내탓이네

자네 뜻대로 하게, 지금 저년을 데려가라 하면 데려가고

그냥 두라면 그냥 두겠네, 미친년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라네

안 죽을만큼 때리게 죽이면 미친년 죽이고 살인자되니 자네 손 더럽게 하지말고"

친정 어머닌는 울기만 했다.

경리는 뒷통수가 얼얼했다

친정 오빠가 머리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뭐 이런년이 다있어?

이년아 니가 뭐가 아쉬워 이짓을 했어? 이거 진짜 미친년 아냐?

이서방 볼거 없어 이년데리고 나가 강물에 던져버려

돌 달아 가지고, 아니야 내가 할께"

길길이 날뛰는 오빠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들 가십시요

저 딱 2달만 이여자와 같이 있을께요.

저도 이렇게 된 원인을 알고 싶어서요

2달입니다"

조용하고 나직히 말하는 영민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눈을 보며 경리는 흠찟 몸을 떨었다.

수풀사이에서 사냥감을 노려보는 표범의 눈빛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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