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문여는 소리에 재인은 눈을 떴다.
퇴원 후 재인은 왠일인지 잠을 자고 자고 또 잤다.
그런 재인을 바라보며 준형은 불안해 했다.
"어디 혹시 불편한 곳은 없어?"
재인의 이마를 만지며 묻는 준형을 바라보며
재인의 눈빛이 흔들린다.
"아녜요"
옆의 아이가 소리내 울자 준형은 얼른 아이를 안는다.
"아이고, 그놈 자주도 우네"
어머니가 달려와 아이를 받으려고 하자
"제가 볼께요, 어머니"
"아냐, 자네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 가서 좀 쉬고 오게"
까칠한 준형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찡해진다.
'저눔이 조금만 내새끼에게 잘했더라면...."
이즈음 준형의 모습을 보노라면 다시 재인과 합쳤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 오지만 재인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 고개가 저어지곤 한다.
"괜찮습니다"
"괜찮키는.. 어여가 쉬고 오게, 오늘 밤엔 나하고 교대 좀 해주게,
나도 집에 좀 다녀 올께, 애에미가 지 시누이 준다고 약을
다려 논 모양이야"
"아, 네에.."
재인은 다시 눈이 감겨온다
"쉬고 저녁에 와요, 난 애 안을 자신이 없어"
스르르 눈을 감으며 하는 재인의 소리에 준형의 눈이 빛난다
"알았어, 그럼 쉬고 올께, 어머니 수고하세요"
"알았네, 이따 보세"
그날 밤 준형은 아이 기저귀 갈아주랴, 재인 밥먹이랴
세탁기 돌리랴
정신 없이 바쁘면서 넘 행복했다
'내게도 이런일이 있다니, 내 소중한 아들의 기저귀를 빨아 줄 수 있다니...'
괜히 찡해지며 코끝이 시려 온다.
또 녀석이 자지러지게 운다.
아주 조그만 녀석이 울음 한번 크게 운다.
처음에는 어디 아픈줄 알고 전전긍긍했는데
아이는 배가 고파도 자지러진다.
'저녀석, 참 누굴 닮았는지. 울음 한번 고약하게 운다'
그러면서도 즐거운 준형은
"네,네, 갑니다" 하면서 방으로 들어 선다
"힘들지 않아요?"
"아냐, 안 힘들어 당신 과일 좀 줄까?"
"됐어요, 이러다 나 너무 살찌겠어요"
"조금 더 쪄야돼, 뭐 줄까? 이놈 우유 먹여 놓고 당신 과일 줄께"
"알았어요"
열심히 우유를 먹이다가
"아이 이름 뭐라고 지을까? 혹시 당신이 지어 논 이름 있소?"
"네, 생각해 놓은게 있는데..."
"어떤 이름인데?"
"인준이"
"태인준? 좋네"
"어질인에 높을준자로요. 아들이면 이 이름이 좋겠다 싶었어요,
준형씨에게 말 안하고 낳더라도 아빠는 잊어서 안되겠다 싶어서"
'그랬구나.. 내 이름에서 준자를 따고 재인의 인이구나'
"고마워..."
준형의 가슴과 눈시울이 더워지며 눈물을 가까스로 참았다.
인준인 배만 부르며 아주 순한 아이였다.
먹이고 트림을 시켜놓자 녀석은 곧 다시 잠을 잔다.
"나좀 일어 나고 싶어요"
"그래? 알았어"
준형은 재인을 일으켜 부축해 준다.
뒤에서 재인을 받쳐 안으니 재인의 몸이 여전히 가볍다
"당신 너무 가벼워. 조금 더 먹어 봐"
준형의 입김이 귓볼을 간지럽히자
재인은 흠칠한다.
재인을 안고 있던 준형은 그 느낌을 알자
죄스러워 꼭 다시 보담듬어 안아 준다.
준형의 팔에 힘이 들어가자 재인의 몸이 뜨거워 진다
준형을 돌아 바라 보는 재인의 눈빛과 그 눈빛을 들여다 보는
준형의 눈빛이 흔들린다
"재인...."
재인은 눈을 스르르 감고 준형은 재인의 입술을 훔친다.
재인의 몸이 떨리는가 싶더니
돌아서 준형의 목을 안는다.
긴 입맞춤 속에서 준형과 재인의 정신은 혼미해져 간다.
재인은 준형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올가즘을 느꼈다.
재인은 자신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게 더 놀라웠다.
준형은 재인의 소리에 눈물이 날것 같았다
한번도 재인을 안을때 부드럽지 않았고
재인의 반응도 차가웠었다.
그날 재인은 자신이 여자인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남녀의 섹스에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너무 느낌이 좋았고 황홀했다.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느낌이었다.
"사랑해, 사랑해, 재인...."
준형은 거의 숨이 멎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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