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일후 재인은 시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버렸었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아니 나랑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
저런 사람이 있었구나.
재인은 황당하기도 했지만
시어머닐 한켠에 밀어 놓기로 했었다.
그이후 끊임없는 노인네의 요구를
한달에 주던 용돈을 더 주기로 하고
거절했다.
"어머니 저 여기 오는 시간내기가 어렵네요
제가 용돈을 더 드릴테니 수고롭지만
어머니가 사서 쓰세요"
"뭐라고?
그래 얼마나 더 줄낀데?"
"이십만원 더 드릴께요"
"그래?" 시어머니의 눈이 빛나며
입이 함지막이 되었다.
그리고 몇달뒤 한달에
한번 들릴때마다
돈을 받으면서도
징징 우는 시늉에
계좌로 입금을 하고 특별한 날에만 방문하였다.
그래도 재인이 잊지 않고 꼬박 다달이
50만원을 송금해 주니
노인네는 별말이 없었다.
간혹 아들네 집이라고 들리기도 했지만
준형이 거의 새벽에 들어 오자
눈치가 보였는지 아님
양심이 조금 있었는지 그나마도
발길을 뚝 끊어 주었지만
자신이 무슨일이 있으면 당당히 재인을 불렀다.
가령 봄에 여행을 간다던지 하면
무슨 핑게를 대어서라도 재인에게
손을 벌렸다.
준형의 폭행과 이유없는
학대가 계속될즈음
재인의 시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자식이 내게 이렇게 대하는 줄 알면서도 저렇게
뻔뻔한가?"
여자라면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지론은
들으나 마나 였으나
재인은 연로하신 부모님의 가슴앓이를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지탱해 갔었는데....
이제 준형과의 인연의 끈이
끊어져 버린 마당에
그렇게 싫던
아니 자기가 처음으로 미워하던
노인네의 당당한
음성을 들으니 가슴이 떨렸다.
'이러지 말자
이제 나랑의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쓸데없이 미워하지 말자'
스스로를 추스리며
재인은 마음을 달랬다.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후
하루내내 찜찜했다.
왜인지 일손도 잡히지 않고
직장에서도 괜시리 허둥대곤 했다
"왜? 무슨일 있니?"
"아녜요"
"아니긴 무슨일이야?
나쁜일이니?"
"아녜요"
"무슨일이든 이제 내게 바로 바로 얘기해
그냥 두면 매번 맘이 약해
아무런 조치도 못하니...
왜 그러니 윤선생은?
매사에 똑 부러진 성격이
사람한텐 왜 그렇게 약해?"
"아녜요"
"또 봐, 뭐가 아냐
세상살이를 그렇게 좋게만 살면 안돼
그 나쁜 놈에게
내가 생각해도 치떨리는데
자그마치 너 5년이다.
5년을 어떻게 견디고 살았니? 나 같으면
벌써.... 아니다
이미 끝난 일 행여라도 다시는 그집안하고 얽히지 말아라.
그 인간 엄마는 더한가 보더라
인근에 아주 자자히 소문난 사람이더라
내가 한번 알아 봤어
너네 집이랑은 근본이 다른 사람들이야
머리 좋으면 뭐하냐? 인간이 되어야지
아주 상종을 말아야 할 인간들이야.
내말 명심해. 알았지?"
"네"
재인의 순하디 순한 대답을 들으며
이 계장은 가슴이 답답하고
여리디 여린 재인의 몸의 굴곡을 보며
연민에 가슴이 시리다.
'쟤가 왜 저리 되었을까?
그렇게 빛나고 아름답던 아이가
사람에게도 빛이 있구나 느끼게 하던 아이였는데"
재인의 큰 눈망울이 자신을 바라보자
이 계장은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얘 우리 헬스 다닐래?"
"네?"
뜬금없는 상사의 제안에 재인은 어리둥절 해졌다.
"요즘은 건강이 제일 아니냐
너나 나나 몸이 이게 뭐고?
넌 말라서 볼품없고
난 뚱뚱해서 볼품없고"
"계장님은..."
재인이 배시시 웃는다
"그래 그렇게 웃어
넌 웃어야 니 모습이니까
지금 아주 예쁘다.
우리 운동 열심히하여 요새 아이들 말 처럼 몸짱에 얼짱되자
너나 나나 얼굴은 좀 되잖아"
그말에 인희와 재인은 한참을 웃었다.
"에이구 못 말려
자기 착각에 빠진분들" 인희는
웃으며 한마디 했다
"뭐가 못말려
그럼 내가 얼굴이 안되니?
그러면 너 다른데로 보내 버린다"
"아이구 무서워
제발 다른데로 보내 주셈
그럼 저는 고날로 영전이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