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의 위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76

인연이라는 것


BY 재인 2006-06-01

" 힘들었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자기 깔끔한 성격에 상처 입을까 봐 말 안했어

이제 잊어 버리고 살자. 알았지?"

등을 토닥거리며 우는 재인을 달래는 이계장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선배. 나는 안보여요? 에이

조금 섭섭네"

인희 카랑한 소리에 사무실 직원들도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힘내요. 우리가 있잖아요"

"맞어"

"윤선생. 여그 나도 있다네"

 

너도 나도 한 소리에 사무실 분위기는 금방 환해 졌다.

 

 

 

"오늘 나랑 저녁할래?

아님 집으로 바로 갈래?

저녁먹고 우리 영화 한프로 볼까?"

"계장님 아저씨는요?

저 혼자 갈께요"

"아냐 우리 그이 오늘 자기한테 한턱쏘고 오라고 돈까지 두둑이 주데"

"참 매일 제가 신세만 지네요"

"무신 소리 우리 같은 해태사이다 사이가"

"계장님 저는요?"

"당근 같이 가야지. 우리 가지"

떠들썩하게 직원들이랑 저녁도 먹고

영화를 보고 돌아 오니 밤11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재인의 눈가가 다시금 붉어 졌다

' 내게 주어진 삶이 언제 부터 헝클어 졌던가?

준형을 만나던 순간이었던가? 동생의 죽음 부터 였던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지난 5년동안 꿈을 꾼것만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자신이 아니였던가봐

내가 왜 준형을 견디면서 살았을까?

부모님 때문이었을까?

아님 내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식사하던때의 준형의 파리한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가슴 한쪽이 갑자기 싸 ~~ 해졌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매일밤 증오하며 분노하던 사람이었는데

이 느낌은 무엇일까?

나와 어떤 인연으로 만나

5년을 그렇게 나를 괴럽혔던가

생각하면 진정 악연인 사람인데

그뿐인가

그의 어머니는 어땠는데'

그 순간 싸하던 가슴에 비수하나가 꽂혔다.

 

그의 어머니를 떠 올리자

탐욕스런 그 얼굴과

간사한 그 말 들이 연상되며 준형에 대한 애틋한 감정들이

흩어져 갔다.

 

'싫어, 정말 싫어'

머리가 흔들어 지며 두통이 온다

 

'어머닌 생각도 하기 싫다'

생각속에서도 어머니란 단어에 재인이 화들짝 놀란다.

'이제 나랑 상관 없는 사람이잖아.

마음속으로라도 미워하지 말고

괜한 업 쌓지 말자

어찌보면 가련한 노인네 니까'

 

마음을 편안히 하려고

침대에 앉아 심호흡을 한 후

명상을 시작하였다.

 

갖가지 상념들이 재인을 괴롭히다가 잠잠해 진후

눈을 뜨니 30분이 흘러 갔다.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재인은 상쾌하게 움직였다.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며

출근 준비를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야야 내다"

숨이 턱 막혔다.

 

이 노인네가 어찌 이 전화를 알았을까?

"왜 아무말이 없냐

시에미다"

"어쩐일이세요?"

"어쩐일이라니 내 새끼 다 죽게 되얐다

니가 병원에 좀 오면 안되것냐?"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그 사람한테 못들으셨나봐요

이제 전화 하지 마세요

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왜 상관이 없어. 어쨌든 니 서방아니야"

"무슨 말씀이세요?"

재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

"이제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저와의 인연은 끝났으니 전화하지 마세요

그사람이 시키든가요?

제가 전화해서 한번 물어 볼까요?"

"아녀 아녀 아서

전화하지 마라 내 답답혀서 했응께

아니다

다음에 전화하자"

"하지 마세요

전 할말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도..."

"아뇨. 저 진짜로 할말 없어요

한번만 더 전화하심  전화 끊어 버릴꺼예요

저 정말 할 말도 없고 두번 다시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요"

몸서리 치며 재인은 전화를 소리나게 끊었다

 

'야가 왜이리 표독스러워졌나

지가 감히 누구한테 소릴 지르고

아니지 내가 이러면 안돼지 무조건 빌고 빌어야제

암 고것이 어떤 물건인데

굴러온 복덩일 내가 차버릴수 있나

설마 늙은 내가 빌고 빌면 지가 어쩌겠어

순하고 여린 물건이니'

교활한 눈을 굴리며

혼자서 계산을 이리저리 굴리며

전화를 내려 놓는 준형의 모였다

자신은 절대로 며느릴 놓을 생각이 없었다.

다달이 꼬박꼬박 주던 돈을 생각하니

절대로 며느릴 포기 할 수 없었다.

어찌하던 발목을 잡고 놓을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노인은 다시 병실을 향했다.

약국여자에게

부탁하여 알아낸 전화번호를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