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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사육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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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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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BY 재인 2004-09-19

"어이 태과장 뭐하고 있나? 이자료 좀 보아 주지"

"뭐해 이사람 이리 오지 않고?"

"과장님" 영리가 옆에와서 준형을 건드린다.

"으응? 뭐"

"부장님이 부르시잖아요"

"응?"

"자네 무슨 생각을 그리하느라 불러도 모르나"

"죄송합니다. "

"이번 이 기획안 다시 손좀 봐서 올려. 밑에 사람 믿지 말고 자네가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 좀 해봐야 겠네. 예전에 자네처럼 일해 주는 친구가 없네"

"알겠습니다"

서류를 받아들고 오면서도 준형은 멍한 표정이었다.

부장이 나가고 마침 사무실이 영리와 준형만 남게되자

"자기 왜그래. 무슨일이야?"

아무런 대답이 없자 영리가 의자를 옆으로 당겨온다

"왜이래, 사무실에서 누가보면 어쩌려고"

"보면 어때. 일하는 줄 알겠지"

"저리가" "아니 왜이래 진짜 무슨일이야. 또 그모자란 여자가 속섞이냐?"

"뭐?" "왜 자기도 그년 모자란다고 몇번씩이나 말했잖아"

"무슨말을 그렇게 하나 말조심해" "왜 내말투 하루 이틀 듣냐, 언젠 매력이라더니"

거침없이 쏘아대는 경리가 매일 예쁘지만은 않다.

오늘처럼 재인에게 연락이 되지 않은적이 없었다.

언제나 상냥하고 고분고분하던 경리 말마따나

어떨땐 모자란 여자 같았는데...

그것이 물론 자신의 시도 때도 없는 억지주장과 폭력때문이라는걸 알면서도

준형은 모른척하고 재인을 그렇게 몰고 갔었는데

'어디 갔을까? 어디에서 사고라도 났는게 아닐까?' 불현듯 마음이 급해 졌다

"나좀 나갔다 올께. 부장님께는 적당히 얘기 해두고"

"어디가? 같이가" "아니 오늘은 그냥 있어 볼일이 있다니까"

"무슨 볼일? 진짜 무슨일이야" "됐어. 그냥 있으라구, 집안일"

"집안일 좋아하네" "너 진짜" "네. 알았어요. 갔다와요"

갑자기 고분거리며 눈웃음을 치는 경리를 보며

준형은 4년이나 남몰래 만나고 있는 경리지만 조금 섬뜩해 졌다.

'저 여자의 남편은 저여잘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남의 남자를 그것도 직장 상사인 자신을

1년 넘어 공들여 무너뜨리고 4년동안이나 아무런 동요나 거리낌없이

불러 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둔한건지 돈에만 관심이 있는것인지

매일밤 늦게 들어가는 아내를 아무런 의심없이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재인의 어제말이 생각이 났다

어제도 다름없이 경리와 딩굴고 밤11시에 정확히 집에들어가

누워 있는 재인을 겁탈하다시피 안고 난 후였다.

"당신 정말 날 어떻게 생각 해요? 내가 옆에 있다는걸

의식이나 해요?"

언젠가 재인이 경리에 대해 물은적이 있었다.

그때 준형은 간단히

"그건 왜 물어. 걔 경희의 고등학교 동창이잖아 그래서 날

오빠처럼 따라" "그래요?...." 경희는 외사촌여동생이다.

그게 한 일년쯤 전이었다.

'혹시 이것이 뭘 아나?'

아뭏튼 맘이 무척 급했다.

 

'이제 조금 살것 같네. 여기가 어디지?"

부시시 눈을 뜨고 보니 따뜻한 온돌에 자신이

누워 있었다. 벽시계를 보니 저녁 8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런 준형이 날 찾느라 난리가 났겠구나?'

핸드폰을 꺼내보니

준형의 부재중 전화가 10번도 넘게 왔고

친정 동생의 전화는 그배 정도 와 있었다

 

늦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재인에게

동생은 늘 이렇게 말했다

"누나 미안해 나때문에 누나가 결혼도 않고 있는것 같아'

나도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았으니 누나도 사람 좀 찾아봐.

내친구 주선이 알지 형이 통신공사에 과장으로 있는데

한번 만나보지. 주선이도 맨날 그얘긴데"

"됐어 신경쓰지마" "누나"

생각할 수록 대견하고 괜찮은 녀석이다.

재인의 친정집은 유복한 편이었다.

하지만 재인의 바로 밑 동생이 병사하면서 가세가 갑자기

기울여 졌다.

거기에다 친정아버지의 실직까지 겹쳐

대학을 갓 졸업한 재인이 실직적인 가장이 되었다

한10년을 정신없이 재인은 살았다.

막내인 이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그 동생이 이젠 대학을 졸업하고 제가정을 꾸려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그러고 나니 재인이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니 재인의 부모와 동생들은 재인을 보면 우울해 했다.

그게 재인이 준형을 받아 들인 최초의 이유였다.

 

5년전이던가?

업무적인 일로 준형을 처음 봤을때

유난히 두눈이 반짝거렸다.

사내 사무실 구조 변경을 하였을때

그 공사를 맡은 담당팀장이 준형이었다.

공사 관련일로 준형과 자주 접했을때 너무나 예의바르고

상냥하여 참 반듯한 친구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이가 재인이 2살 연상이어서

진지하게 접근해 오는 준형을 가볍게 생각했다.

그것이 재인의 치명적인 실수였고

세상을 아니 남자를 알지 못했던 재인에게

너무나 불행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