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횡단보도를 다 건넜을쯤
지나가던 차가 경적과 함께 빗물을 사정없이
재인에게 튀겼다.
흠뻑 젖은 옷들이 몸을 감기어 왔다
허둥거리며 도로를 건넌 재인은 정신없이
택시를 잡았다.
밀러로 흘끔거리는 운전수에게
재인은 시내 근교의 황토방을 일러 주었다
"아가씨 그뒤의 수건으로 좀 딱으세요"
피시시 웃음이 나왔다.
'왠 아가씨'
재인은 40대를 넘긴 지금도
얼굴이나 몸매가 다시 한번 돌아 볼 정도로 괜찮은 덕에
가끔 이런 무례한을 만나곤 하였다.
피곤하고 지친 재인은
몸을 의자뒤로 뉘었다.
황토방에 도착 할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던
기사가 내리는 재인에게
"이런 날은 몸 조심하셔야 해요.
무턱대고 그렇게 다니시면 큰일 납니다"
인상 좋은 웃음을 남기고 택시가
떠난후 재인은 비로소 안정이 되어 가는것 같았다.
낯모르는 이에게 진심어린 걱정을 들은 탓일까?
재인의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