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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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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의 고백 2


BY 데미안 2005-03-30

 

그는 무덤이 없었다.

한적한,

그의 외할아버지 고향집 앞 강물에 그가, 건우가 잠들어 있었다.

강물은 고요히 흐르며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재희는 들고 있던 꽃을 한 송이  빼내어 강물에 띄웠다.

 

[안녕, 오빠... 아니, 건우씨라고 할게요. 건우씨. 나...재희에요.

오랜만이죠? 그래요...십년은 훨씬 지났네요... 나 보니깐 어때요?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아요? ... 당신은 여전히 대학생으로 남아 있겠죠]

 

그녀는 꽃 한 송이를 또 띄워 보냈다.

 

[당신을 찾아 오기까지 참 오래 걸렸죠. .... 미안해요...미안해요, 건우씨.

건우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더군요.... 나 또한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아마 두려웠기 때문일거에요.

나에 대한 당신의 맘이...변했을까봐....그땐 그 게 두려웠던것 같아요. 그리고 내게도...절망적인 일이 있었고...알고 있겠죠?]

 

또 한 송이가 살포시 물 위에 띄워졌다.

 

[당신을 참 많이도 원망하고 미워했었어요.  영원히 당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죠.

미안해요. 그러나 살면서 한번은...언젠가 한번은 당신을 만나지 않을까...생각을 했어요.

네에...결국 이렇게 만나네요. 나를... 보고는 있겠죠?

건우씨. 왜 우리가 한번은 만나야 하는지 알아요?  짐작하나요?]

 

꽃 한 송이가 그녀 앞에서 맴을 돌더니 천천히 흘러 갔다.

진성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나무에 기댄 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열아홉때의 난 당신을 사랑했었어요. 그리고 그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순진한 10대였구요. 건우씨... 건우씨가 살아 있고 우리의 만남이 계속 되었다면 ... 여전히 우린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모르겠어요, 건우씨...

건우씨 얘길 듣게 되었을때 솔직히 충격이었어요. 그렇지만 찢어질 듯, 다시 말해 애틋한 그런 슬픔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다만, 한 때 사랑했던 아까운 사람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은데 대한 안타까움만이 나를 슬프게 하더군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건우씨.

그 미안함이 나를 꼼짝못하게 했어요. 밤새도록 강가에 앉아  생각을 했지만...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물 밖에 없더군요]

 

또 한 송이가 그녀의 손에서 떠났다.

 

[오늘 내가 여기 온 건...당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에요. 당신을 만나면...꼭 그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작별도 사랑과 같아서 혼자서는 안되잖아요.

당신은 이미 내게 작별을 고했어요.  그렇죠?

그 증거가 진성씨가 아닌가 싶네요. 내 짐작이 맞죠?

당신은 내게 진성씨를 보냈어요.  저기 저,  풀 죽은 채 앉아 있는 남자가 내 사람이 될 거란 걸 당신은 알고 있었던 거예요. 아닌가요?]

 

재희는 다소곳하게 웃었다.  꽃이 원을 그리고 있었다.

 

[건우씨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네에... 이제서야 당신을 온전히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잘가요.... 잘가요, 건우씨.

그리고 진성씨를 내게 보내주어서 정말...고마워요]

[정말이야?]

 

언제 다가왔는지 진성이 뒤에서 그녀를 꼭 안으며 속삭였다.

 

[그리고 진성씨가 이 모든 걸 다 알면서도 날 사랑해줘서...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건우씨. 나 이제 모든 걸 훌훌 털고, 밝고 씩씩하게 잘 살 거에요. 그리고 진성씨를 많이...사랑하면서 살게요. 약속해요]

 

재희는 진성이 자신을 더욱 더 꼭 껴안는 걸 기분좋게 느꼈다.

 

[이 사람, 아주 강해 보이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맞죠, 건우씨? 아마, 무척 마음 졸이고 있었을 거에요. 사실, 진성씨가 나를 속인 것에 대해 화를 내야할지 연민을 가져야 할지 고민 많이 했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죄밖에 없는 불쌍한 남자라구, 난]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그가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