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미혜는 안절부절이었다.
재희를 어떻게 대해야할지...어떤 표정을 지을지...
실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재희의 출근 시간이 늦을수록 미혜의 초조함은 더해 갔다.
10시... 11시가 되어도 재희는 내려오지 않았다.
늦어도 너무 늦는다....
또 다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미스 공이 늦네? ... 어디 아픈가?
어이, 미헤씨! 전화 한번 넣어봐]
편집장이 결국 입을 열었고 미혜는 집으로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한참이나 후에야 연결이 되었다.
[재희니?...아니,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픈거야? ...응,...알았어. 지금 올라갈게]
미혜가 정색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얘가 어디 아픈가봐요. 올라 가 보고 올게요]
급한 마음에 문을 두드리며 재희의 이름을 불렀다.
한참이나 후에 문이 열렸다.
[도대체 어디가...! 어머나, 재희야!]
재희는 문옆에 풀썩 주저 앉듯이 쓰러졌다.
그녀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숨소리도 가빴다.
이마를 짚어 본 미혜의 얼굴이 노래졌다. 뜨거웠다.
[세상에! 너, 안되겠다. 병원에 가야겠어!]
그렇게 재희는 병원에 입원했다.
심한 몸살 감기에 탈수 증상까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장기간 쉬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색이 파란 얼굴로 진성이 병원에 왔을 때 재희는 없었다.
[재희 작은 아버님이 재희를 집으로 데려 가셨어요. 그 말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진성은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애가 거의 반 죽은 것 같았어요. 얼마나 놀랬는지......]
[어제 재희, 작은 집에 들른다고 했는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도 모르죠...무슨 일인지 재희가 와야 알겠죠....]
갑작스런 재희의 아픔.
미혜도 진성도 알길이 없었다.
다만, 미혜도 진성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언가 답답한 게 속을 꽉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꼬박 보름동안 진성은 재희를 볼수 없었다.
심지어 목소리조차 들을 수도 없었다.
인내의 한계가 오는 것 같았다.
조금씩 술이 늘었다. 그래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연락 한 번 없는 재희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사장님...]
바에 앉아 있는 그에게 웨이트가 눈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재희다!
장미가 수놓인 스커트에 짙은 청자켓을 입은 그녀가 미소지며 서 있었다.
그가 벌떡 일어섰다.
그런 그에게로 그녀가 걸어왔다.
[걱정...많이 했죠?]
나즈막한 그녀의 음성은 아직도 힘이 없었다.
진성은 말없이, 그러나 조심스레 재희를 위층 사무실로 데려가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그 자신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재희를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말없이 진성은 오랜동안 재희를 바라보며, 그동안 자신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눈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