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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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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아픔


BY 데미안 2005-03-27

 

아침부터 미혜는 안절부절이었다.

재희를 어떻게 대해야할지...어떤 표정을 지을지...

실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재희의 출근 시간이 늦을수록 미혜의 초조함은 더해 갔다.

10시... 11시가 되어도 재희는 내려오지 않았다.

늦어도 너무 늦는다....

또 다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미스 공이 늦네? ... 어디 아픈가?

어이, 미헤씨!  전화 한번 넣어봐]

 

편집장이 결국 입을 열었고 미혜는 집으로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한참이나 후에야 연결이 되었다.

 

[재희니?...아니,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픈거야? ...응,...알았어. 지금 올라갈게]

 

미혜가 정색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얘가 어디 아픈가봐요. 올라 가 보고 올게요]

 

급한 마음에 문을 두드리며 재희의 이름을 불렀다.

한참이나 후에 문이 열렸다.

 

[도대체 어디가...! 어머나, 재희야!]

재희는 문옆에 풀썩 주저 앉듯이 쓰러졌다.

그녀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숨소리도 가빴다.

이마를 짚어 본 미혜의 얼굴이 노래졌다. 뜨거웠다.

[세상에! 너, 안되겠다. 병원에 가야겠어!]

 

 

그렇게 재희는 병원에 입원했다.

심한 몸살 감기에 탈수 증상까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장기간 쉬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색이 파란 얼굴로 진성이 병원에 왔을 때 재희는 없었다.

[재희 작은 아버님이 재희를 집으로 데려 가셨어요. 그 말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진성은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애가 거의 반 죽은 것 같았어요. 얼마나 놀랬는지......]

[어제 재희, 작은 집에 들른다고 했는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도 모르죠...무슨 일인지 재희가 와야 알겠죠....]

 

갑작스런 재희의 아픔.

미혜도 진성도 알길이 없었다.

다만, 미혜도 진성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언가 답답한 게 속을 꽉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꼬박 보름동안 진성은 재희를 볼수 없었다.

심지어 목소리조차 들을 수도 없었다.

인내의 한계가 오는 것 같았다.

조금씩 술이 늘었다. 그래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연락 한 번 없는 재희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사장님...]

바에 앉아 있는 그에게 웨이트가 눈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재희다!

장미가 수놓인 스커트에 짙은 청자켓을 입은 그녀가 미소지며 서 있었다.

그가 벌떡 일어섰다.

그런 그에게로 그녀가 걸어왔다.

 

[걱정...많이 했죠?]

나즈막한 그녀의 음성은 아직도 힘이 없었다.

진성은 말없이, 그러나 조심스레 재희를 위층 사무실로 데려가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그 자신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재희를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말없이 진성은 오랜동안 재희를 바라보며, 그동안 자신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눈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