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어 가고 있었으나 그들의 밤은 이제야 시작이었다.
진성의 입술은 대담하고 뜨겁게 재희의 입술을 향했다.
놀라움과 당혹함으로 동그랗게 떠 있던 재희의 눈이 가만히 감겼다.
진성의 손이 재희의 머리를 받쳤다.
빈틈없이 포개지는 그의 입술에서 재희는 짜릿한 감각을 느꼈다.
머리속이 하얗게 비어져 가는 것 같은 황홀함이 있었다.
건우와의 키스는 그렇지 않았다.
건우는 봄비같이 상큼한 느낌이라면
진성은 불꽃같은 뜨거움이 있다.
[날 말리지 말아요. 이 순간을 내가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입술을 약간 떼며 그가 열정적으로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 올렸다.
침대 위에 그녀를 조심스레 내려 놓고 그 위로 그가 살며시 몸을 포개었다.
[진성씨, 난...!]
[쉬잇...아무말 마, 지금은...]
그의 입술이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찾아 내려 왔다.
...그래...지금은 아무말 말자. 나도 이 사람을 원하니깐. 지금은....
다른 느낌이다.
다른 설레임이다.
건우와의 관계가 아지랭이라면
진성과의 관계는 열정이다.
건우와는 부드럽고 순수했다면
진성은 섬세하고 폭발적이다.
건우는 그녀를 우아하게 조심스레 어루만졌고
진성은 거침없고 정열적으로 그녀를 어루만졌다.
조심스레 그가 그녀 안으로 파고 들었다.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움질했다.
그가 조심스레 동작을 멈추었다.
처음이 아닌데도 그녀는 처음보다 더한 아픔을 느꼈다.
그것을 그가 알아차렸다.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달래듯 빨아당기며
천천히 그 자신을 다시 그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천천히...아주 천천히...
그는 그녀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이 대신 그녀의 젖가슴을 따스하게 감싸쥐었다.
가쁜 숨이 일었다.
몰아치는 듯한 감정, 무언가 더 갈구하는 듯한 심정.
재희는 그런 느낌에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가 조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진성이 마사지하듯 쓸어 주었다.
[재희...공재희. 사랑해.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야, 잊지마]
[나,난...]
[알아. 무슨 말 하고 싶은지...날 믿고 당신을 내게 줘..]
그의 움직임이 서서히 빨라지고 재희는 어디론가 떠밀려 가기라도 하는 듯 그를 꽉 움켜잡았다.
떨리듯 흐느끼듯한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 질수록 재희의 신음 소리는 끊어질듯 흐느적거렸다.
주체할길이 없는 열정이 그녀의 깊은 속에서 터져나오자 재희는 눈물을 보였다.
모든 것이 끝나도 재희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무어라 중얼거리며 계속 그녀를 어루만졌다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손길은 다정하고 사랑이 담겨져 있었다.
그의 눈빛 또한 애정이 넘쳐 나고 있었다.
재희의 손이 그의 등을 감쌌다.
그 느낌이 좋았다.
그의 손길이 좋았다.
그가 주는 그 평온함이 좋았다.
비로소 재희는 자신이 머물 곳이 어딘지 찾은 것 같았다.
[자...오늘은 더 이상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자. 내가 당신 곁에 있으니깐...]
그녀의 귓가에 대고 그가 속삭였다.
재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눈을 감았다.
정말로 달콤한 잠이 쏟아져왔다.
[무슨일이 있어도...난 당신을 떠나지 않아. 언제나 당신곁에서 당신을 지켜주고 사랑하며 그렇게 살고 싶어. 사랑해...공재희]
그녀의 얼굴 하나하나를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주문을 걸듯 그렇게 속삭였다.
잠든 그녀 곁에서 진성은 그렇게 뜬눈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