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이 진성과의 데이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만날때면 그는 언제나 각별했다.
설레임도 있었다.
서른 넘어서 다시 또 한번 그런 애잔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재희는 신기하면서도 어쩐지 부끄러웠다.
[두 사람 만난지도 꽤 되었지 아마?]
9월 추석도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 미혜가 물었다.
[요즘 처럼 니 모습이 보기 좋았던 적도 없는 것 같아. 우중충한 골수 노처녀 분위기에서 자잘한 수줍음이 묻어 나는 노처녀의 분위기로 바뀐 거 너 모르지?]
미혜가 키득거렸다.
[너, 니 모습이 얼마나 이뻐졌는지 모르지? 보기 좋다]
[......그런가?]
[언제 준비되면 인사 좀 시켜줘봐라. 이 언냐가 함 봐야 안 되겠냐?]
재희는 웃었다.
남자도 두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첫 눈에 들어 오는 남자와
서서히,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드는 남자...
이 건우는 첫 번째 케이스였다.
건우와 재희는 첫 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불같이 빠져 들었다.
비록 길지도 않았고 많은 의문만 남긴 채 끝이 났지만 어쨌던 첫 사랑이었다.
이 진성은 두번째 케이스다.
아직 사랑은 아니지만 그는 만날수록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카리스마를 내보였다.
재희는 그가 두렵다.
그에게 빠져들까봐 그게 두렵다.
그래서인가 그에게 자꾸만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다.
[아! 난 가을이 되면 케니 지 의 섹스폰 소리가 그리워지더라]
미혜가 기지개를 쭉 폈다.
[오늘 레코드 가게에나 들릴까?]
[너도 나이가 들어 가긴 가는구나. 그런 음악을 다 찾고]
[그래. 난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청춘인 넌 좋것다.]
둘은 웃었다.
재희가 계산을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이 진성이다.
[아, 나도 다시 연애가 하고 싶어 지네]
힐끔 쳐다보면서 미혜가 한 마디 거들었다.
-어디요?-
[시내에요, 친구랑]
-언제 끝나지?-
[이제 들어 갈려구요. 왜요?]
-그럼 어디 적당한 곳에 들어가서 내게 전화해. 느긋하게 데이트나 즐깁시다. 오케이?-
[그러죠, 뭐]
[뭐래, 데이트 하재?]
눈치빠른 미혜.
[이제 내가 사라져줘야 할 시간이네? 에구 부러워라]
[오버하지마. 가자. 꼬맹이들 좋아하는 케익 하나 사줄게]
[그럼 빈손으로 보낼라구 그랬냐?]
미혜는 자신의 오랜 친구가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자꾸만 놀려 주고 싶었다.
미완성으로 시작한 만남이 이번엔 사랑으로 완성되길 미혜는 속으로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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