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정답이 없다.
결혼하면 그 사랑의 결말을 볼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겟지만 사랑은 늘 다른 색으로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게 아니겠는가.
사랑이 이런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도 없다.
각기 다른 사랑을 하니깐...
얼음공주 - 밖에 비 오는데 카제님 있는 곳에도 그래?
카제짱 - 여긴 비가 많이 오네? 난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이 싫다.
얼음공주 - 왜? 난 좋은데...
카제짱 - 걍(그냥). 내가 아끼던 누군가가 비오는 날 세상을 떠났거든. 비만 오면 생각이 나서 맴이 안 좋아.
...이 사람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 보냈구나. 누구나 가슴 속에 슬픈 기억 하나씩은 안고 사는구나...
누구였을까? 여자였겠지?
사랑했을까?
얼마나 사랑했을까?
떠나보낼때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재희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금기사항이라도 되는 듯 이상하게 서로에게 아무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토요일이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이 없는 날이라 늦잠을 잘 수 있었으나 재희는 일찍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
이 진성. 그 남자와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와의 약속이 내내 신경 쓰였다.
빚지고 못 사는 성격탓인지, 빨리 해결을 봐야만 맘이 편할 것 같았다.
<무랑루즈>로 향했다.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노타이의 하늘색 셔츠를 입고 웃으며 그녀를 맞이하는 남자는 나이보다 젊고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웃는 모습에 재희는 가슴 한 끝이 짜르르 당기는 느낌이었다.
[나갑시다, 재희씨]
그가 그녀의 팔꿈치를 살짝 잡았다.
[예?...어딜...요?]
[내 집에서 먹으면 데이트하는 기분을 낼 수가 없지 않소? 따라와 봐요]
남자는 싱긋 웃으며 그녀를 밖으로 데려 갔다.
재희로서는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그냥 그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헤어지겠거니....
그런 게획이었다.
이 진성이 재희를 데려간 곳은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화려한 시내 백화점, 알록달록 간판들로 번쩍이는 번화가가 한눈에 들어 오는 그런 곳이었다.
[..장관이네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곳 음식 맛은 더 기가 막힙니다. 좀 비싸서 탈ㅇ지만]
그가 다시 싱긋이 웃자 재희도 웃었다.
[뭐...한달 용돈보다 더 비쌀라구요]
유쾌한 표정으로 남자가 웃었다.
[재희씬 밝아서 좋소]
그가 갑자기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가만히 있는것 같은데도 재희씨 입가엔 묘하게 미소가 어려 있어요. 슬픈 미소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봄바람같은....누군가가 그런 소리 하지 않았소?]
[아뇨...첨 듣는 소리군요]
[혹시...애인이 있소?]
[.......!]
[내가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건가요?]
[지금은 없어요. 그리고...그런 얘기라면 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내게 물어봐요. 애인이 있는지... 왜 이 나이가 먹도록 장가를 가지 않았는지...성격이 어떤지...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지...이런 식으로 물어 보는건 어떻소? 난 뭐든지 대답할 용의가 있는데...?]
그는 재희의 싸늘한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희는 고개를 찬찬히 저었다.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재희를 건너다 보자 재희는 그런 그를 피해 밖으로시선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