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밖을 내다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는 비는,
그렇게 소리없이, 마치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내리고 있었다.
재희는 커피를 탔다.
남들은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꺼리지만 재희에겐 그런 게 없었다.
재희는 오즈를 벗어나 네버엔딩 스토리로 들어갔다.
그곳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랑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곳이다.
가끔 재희는 그곳에 들어가 그들의 사랑 얘기를 몇시간씩 읽곤 한다.
그러면 그녀는 딜레마에 빠진다.
사람들에게 있어 사랑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재희는 자신이 후자에 속한다고 믿었다.
고교때 찾아온 단 한번의 사랑.
그러나 그 사랑은 재희에게 크나큰 배신감과 두려움만 안겨준 채 끝이 났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의 사랑이 왜, 어째서 그렇게 허무하게 시들어졌는지를 모른다.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무런 연락조차 없었다.
학교도 나오지 않았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그렇게 감쪽같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게 재희는 믿기지 않았다.
그의 흔적은 그녀에게 오랜 후유증을 남겼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을 때 재희는 자신이 잃은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나이는 서른을 넘고 있었다.
재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다만, 그를...
이 건우를 그를 단 한번만 만나고 싶었다.
만날 수 있을까...
과연 만나질까...
누가 그랬든가.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그와 자신도 그렇게 될가...
12시가 넘어 재희는 오즈로 로그인 했다.
기쁨의 지대 - 퀸스 타운으로 들어가 봤다.
초기에 와봤던 곳으로 그곳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레밸이 너무 높은 사람이 많아 주눅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특히 연인들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다시말해 볼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녀는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정히 끌어 안은 채 낚시를 하는 사람.
나란히 서서 하루의 일상을 얘기하는 사람.
뜨겁게 끌어 안고 뽀뽀를 즐기는 연인들.
파티 맺기를 원하며 뛰어 다니는 사람.
옷이 없어 구걸을 하는 사람.
혼자 조용히 낚시를 하는 사람.
전화벨이 울렸다.
- 카제짱님이 통화를 원하십니다. 통화를 하시겟습니까?-
라는 문구가 떴다.
-yes.-
한쪽에 전화창이 열리고 카제가 들어 왔다.
-어디야?
-응, 퀸스.
-거기서 뭐 하는데?
-그냥 심심해서...
-올래? 내가 갈까?
-ㅎㅎㅎ. 내가 갈게
-알았어. 얼른와.
전화가 끊겼다.
재희는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감각의 지대 - 세이지타운으로.
늘 낚시를 하는 그곳에 카제짱과 하늘 바람이 있었고 별무지개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나르시스왕과 애로숙녀가 끌어 안고 다정히 귓속말로 속삭이며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그 맞은 쪽에는 #비쥬#와 왕원숭이 지온*짱**이 모여 떠들썩하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얼음공주 - 오늘은 손님들이 많으네?
카제짱 - 어여와.
하늘바람 - 누님 안녕.
얼음공주 - 응, 안녕.
카제짱 - 오늘도 바빴어?
얼음공주 - ㅎㅎ. 늘 그렇지 뭐.
카제짱 - 바람하고 무지개가 계속 싸워서 머리가 아파 죽겄다.
얼음공주 - 왜?
카제짱 - 그 놈의 사랑이 어떻고 저떻고...
그러자 별무지개와 하늘 바람이 동시에 웃었다.
카제짱 - 무슨 사랑의 토론장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나가서 싸우라고 했는데 공주 생각은 어때?.
얼음공주 - 놔둬. 재밌잖아. 그 나이에 그런 얘기 아니면 솔직히 할 것도 없지 뭐.
하늘바람 - 그봐요, 카제형님. 공주 누님은 뭔가를 안다니깐.
카제장 - 그래. 나만 늙다리다. 우짤래?
얼음공주 - ㅎㅎㅎ.. 정답이 없는 사랑 문제 가지고 싸워봤자 입만 아퍼.
카제장 - 올치. 그게 정답이다.
그래...사랑엔 정답이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