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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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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


BY 데미안 2004-09-22

 

재희는 잠시 인사나 하고 갈까 싶어 컴을 눌렀다.

 

얼음공주 - 어, 못보던 얼굴이시네? 반가워요 무지개님.

별무지개 - 방가여~ 얼음공주님.

하늘바람 - 어, 누나. 어여와. 나도 방금 들어왔네.

얼음공주 - 바람아. 나 몇시간 잠수(낚시대만 던져 놓고 나간다는 뜻)할게.

 

컴 앞에서 벗어난 재희는 원고를 들었다.

단편이라 긴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커피를 마셨다.

재희는 커피를 좋아했다. 그것도 블랙 커피를...

그 쌉사르하고 끝 맛이 고소한 그 느낌이 좋았다.

그 남자가 생각났다. 그 남자의 말이...

블랙 커피의 묘미를 아는 사람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마치 그녀의 속을 꿰뚫어 보듯이 말이다.

위험한 남자다.

재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재희는 글 읽는 걸 좋아했다.

자신은 글 재주가 없지만 남의 글을 읽고 평가하는 건 좋아했다.

어떤 날에는 글에 빠져 밥 먹는 것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시보다 소설을 좋아했고 장편보다 단편을 좋아했으며

현대물보다 고전물을 더 좋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읽을 땐 입질 온 고기를 번번히 놓치곤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녀는 고기를 이미 몇 마리 놓쳤는지 세는 것도 잊었다.

무심코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 하늘 바람이 하는 말이 잡혔다.

 

하늘바람 - 그건 거짓말이다. 세상에 완전한 사랑은 없어.

별무지게 - 왜 없어. 님은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없지?

하늘바람 - 사랑? 1년에 한번 꼴로 사랑에 빠지고 한번 꼴로 실연을 맛본다. 어쩔래?

별무지개 -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지. 이 여자, 이 남자 아니면 안된다. 라는 사랑 말이야.

하늘바람 - 사랑에 빠지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근데 여자들은 잘해 주면 더 잘해 주길 바라고 조금만 소홀하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나리 부루스를 추더라.

완전한 사랑? 그건 사랑해서 살면서 만들어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서로 보듬어 주고 부족한 면 서로 채워주면서 살아 갈 때 비로서 완성되는 게 완전한 사랑 아닌가?

별무지개 - 흥, 그건 정을 사랑이라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사랑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아. 완전한 사랑은 사랑하는 그 순간에 이미 만들어 지는 거야. 그 속에서 서로의 삶도 만들어 지고 정도 생겨나는 거지.

 

정? 사랑?

재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본다.

과연 자신은 건우를 얼만큼 사랑했을까?

정말 사랑하기는 했을까?

건우를 마음속에서 몰아내지 못하는 게 과연 사랑하기 때문일까?

단지...집착인가?

아니면.....일종의 배신감에 대한 복수의 감정이 남아서일까?

재희는 한번은...꼭 한번은 그를 만나고 싶다.

만나서...사랑이든 이별이든 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