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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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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자리


BY 데미안 2004-09-12

 

까페안에는 어느덧 빌리 할러데이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공 재희는 술을 많이 마셨다.

분위기 탓인가.. 추억탓인가... 어찌되었건 재희는 주량을 넘어 선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미혜와 진희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술이라면 미혜와 진희도 지지 않는 편이다.

 

과거란 건 왜 잊혀지지 않는건지...

지우라고 있는 게 과거는 아닌지.

누가 그랬던가.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맞는 말이란 생각을 재희는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과거를 잊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녀의 과거는 그림자처럼 없어졌다 어느 순간 나타나고...

망각의 강이 있다면 재희는 아마 주저없이 그 물을 퍼마셨을 것이다.

대신 그녀는 술을 그것인냥 지금 한껏 마시는 것이다.

취기가 오른다. 적당히 머리도 핑 돌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았다.

[이제 일어서자.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어.]

미혜가 먼저 입을 열며 재희를 부축하고자 손을 뻗었다.

[괜찮어.  그 정도는 아니다.]

재희는 혼자 힘으로 버텼다. 카운터로 향했다.

[야야, 계산은 내가 할께]

[됐어. 내가 할거야.]

미혜를 밀치며 재희가 지갑을 꺼냈다. 그러나 미혜가 빨랐다.

 

출입구로 향하는 재희의 걸음이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앉아 있을때완 달리 일어서자 머리가 아찔하게 아파왔다.

...아침에 고생 좀 하겠다....

재희는 지끈하는 머리를 손으로 만지다 들어서는 남자와 살짝 부딫혔다.

[이런...괜찮으십니까?]

중간톤의 매너 깊은 남자의 목소리에 재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흐릿한 시야 안으로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의 얼굴이 스며 들었다.

[어머나. 죄송합니다. 제 친구가  술이 좀 취한 상태라...죄송해요]

미혜가 대신 사과를 하자 남자는 이해한다는 듯 살짝 웃으며 길을 열어 주었다.

 

...향긋한 풀내음이 나네?...

그들이 사라진 곳을 한번 쳐다보면서 남자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술냄새가 가득한데도 남자는 용케도 재희에게 남아 있는 향기를 맡은 것이다.

싱긋 웃으며 까페 안을 둘러 보는 남자의 눈에 빨간 지갑이 띄었다.

[오셨습니까?]

바에 있던 웨이터가 아는 척을 했다.

[손님중 누군가가 지갑을 떨어뜨린 것 같은데...여자 지갑 같지 않나?]

[어, 조금 전에 나간 여자분 지갑 같은데?  제가 지금 나가봐야...1]

[아! 됐네. 내가 알아서 하지.]

[네, 사장님]

남자는 계단을 올라 유리벽 안 사무실로 들어 갔다.

양복을 벗어 걸고 의자에 앉으며 지갑을 열어 보았다.

주민증이 먼저 눈에 띄었다. 남자가 피식 웃었다.

[역시...그 여자군.]

 

[자알 한다.  누군지 몰라도 니 지갑 주워 간 사람, 며칠간은 호강하겠다. 모르지. 천사 같은 사람이 주웠다면 연락 올지도...후자길 바래볼 수 밖에.]

[그만해. 옆에서 쫑알대니깐 머리가 더 아프잖아.]

[머리 아픈 게 대수냐? 앞으로 술 먹으러 가잔 소리 하기만 해봐]

재희는 미간을 찡그렸다. 머리가 아픈 건 둘째치고 지갑을 잃어 버린 게 영 찜짐했다. 돈도 돈이지만 카드며 수첩이며 잡다한 것들... 그런 것들이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손에 의해 파헤쳐 진다는 게 개운치 않은 것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카드사에 분실 신고나 해.]

미혜의 잔소리에 재희는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찰나 전화벨이 울려 재희는 흠칫했다.

[에구 깜짝이야....네, 힌빛 미디어삽니다]

-공 재희씨를 부탁합니다.-

...공 재희? ...

[제...가 공 재흰데...실례지만 누구신지?]

처음 듣는 음성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제 <무랑 루즈>에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지갑을 잃어 버리셨구요.-

[......!]

-하하! 그 지갑이 제 손에 있습니다. 찾으러 오십시요-

[세상에! 내 지갑을 가지고 있대. ]

수화기를 틀어 쥔 채 재희가 미혜에게 소리쳤다. 미혜와 직원들이 놀란 눈을 하고 옆으로 왔다.

[저, 저기요...]

-<무랑 루즈>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오후 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니깐  아무때고 오십시요. 참,  저 놈이 뭐하는 놈일까. 혹시 공갈범이 아닐까 하고 염려하실까봐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이 곳 <무랑 루즈>의 사장입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정 못미더우시면 친구분들이랑 동행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뭐래? 만나재? ]

[음. 찾으러 오래]

[미스 공. 혼자 가지마. 그런데는 남자랑 같이 나가야 돼. 내가 동행해줄까? ]

편집 부장이 말했다.

[나도! 나도 갈께. 많을 수록 좋잖아.]

미혜가 거들었다.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가...<무랑 루즈>사장이래.]

[뭐? 진짜? 진짜 사장이래? 뻥 아니냐? ]

[그런 거짓말을 할려구. ..]

재희는 시계를 보앗다. 이제 겨우 아침 10시였다.

컴퓨터를 켜면서 힐끔, 재희는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어쨌던 지갑은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