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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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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BY 데미안 2004-08-10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제법 굵은 게 시원스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공 재희는 틀어올린 머리위에 쥐고 있던 연필을 대충 꽂고는 배란다 창가에 섰다.

갑작스런 비라서 그런지 우산을 받쳐 들고 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나같이 뛰느라 바쁘고 피할 곳을 찾느라 바쁘다.

공 재희는 그런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기다렸다는 듯 우산을 펼치는 정돈된 이미지보단

우왕좌왕 하는 그 모습이 인간적이고 살아 있는 냄새가 나서 좋다.

 

공 재희는 미소 짓는다.

학창시절 참 많이도 비를 맞고 다녔다.

무작정 비를 맞으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재잘재잘...깔깔깔...낄낄낄...

다리 아픈것도 잊은 채 어울려서 그렇게 비를 맞고 다녔다.

그래서인가 공 재희에겐 비에 관한 추억이 많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간에 말이다.

공 재희는 다시 미소 짓는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씁쓰레하게......

첫사랑도...

공 재희의 첫 사랑도 그렇게 비가 내리던 날 찾아 왔었다.

 

공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스물스물 기어 오르는 옛 생각을 그녀는 재빨리 꾹꾹 눌러 앉혔다.

기억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컴퓨터에서 흘러 나오는 신호음이다.

공 재희는 재빨리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즐거운 웃음이 말이다.

공 재희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공주 안녕?-

상대방의 인사말이다.

-카제님 안녕? 오늘은 일찍이네여?-

공 재희 닉네임은 *얼음공주*

상대의 닉네임은 *카제짱*이다.

그들은 오즈에서 만났다.

얼굴도 모르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서로 묻지도 않았고 굳이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단지 하나 확실한 건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연인이다.

오즈에서 만난 오즈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