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오랫만에 쉬는 토요일이다.
요즘 잘나간다는 take out coffee shop의 매장 매니저로 일하는 나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쉬는 일이 정말 힘들다.
하지만 어찌 알았는지, 누군가 내가 쉬는날이라고 광고라도 내었는지 전화기는 야속하게도 울려댄다.
"여보세요...?"
"오빠다! 뭐하냐?"
"응! 오빠 오랫만이네. 그냥 쉬는날이라 뒹굴고있지뭐..! "
"이 한심한 청춘아~~~! 오늘 같은날 날씨도 좋은데 데이트도 없냐?"
"남 걱정하지말고 오빠나 어떻게 장가좀 가지~~"
"니가 장가좀 보내주라. 그러지 말고 나와라 맛난거 사줄께~~"
"날씨도 추운데......."
"그러지말고 나와라 오빠가 따뜻하게 모실께!"
"그래 오랫만에 인심써서 데이트 해준다! 몇시에 나가?"
"4시에 보자.오빠가 데릴러 갈께. 참 ! 예쁘게 하고나와라."
"내 맘이다. 이따봐"
'별일이네 재성오빠가 맛있는거 사준다고 나오라고를 하고. 항상 팬관리에 바쁘잖아....'
인터넷동호회에서 만난 재성오빠는 특전사다. 그것도 교관님이시다.
하는일이 뭔지는 국가보안법에 위반된다며 말을 안해주니 알수는 없고 그저 교관이라고만알고 있다.
하지만 맘이 따뜻한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여자들이 좋아하나보다.
암튼 약속을 했으니 뭘입고나가야 하나....쩝! 은근히 신경쓰이네......
벌써 4시 30분 이인간이 어떻게 된건지 오지도 연락도 없다.
이제 4시 50분 집에 들어가려는데....엥! 재성오빠가 모르는 사람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것도 무지 촌스러운......
머리는 2:8을 간신히 벗어났고 건빵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면바지에 모직체크남방.
거기에 10전쯤에 없어진 브랜드의 오리털파카를입은...........
"가원아 많이기다렸니?"
"응! 이제막 집에 가려고 나서던 참이었어"
"미안! 이자식이 세차해야한다고 하도 우겨서말이야"
"뭐? 세차?"
기가막혀 말이 안나온다. 세차하느라 이추운 날씨에 여자를 50분이나 기다리게한단말인가?
이런 매너가 없어도 양심껏 없어야지....
가만 그런데 재성오빠는 이남잘 왜 데리고 온거야?
"가원아, 용서하고 인사부터해라! 여긴 내가 젤아끼는 부대후배 강영훈"
"처음뵙겠습니다. 강영훈입니다.늦어서 죄송합니다."
"영훈아! 여긴 내가 말한 한가원"
" 네~ 안녕하세요? "
"참! 가원아 내가 말안했지? 사실 오늘 니네 둘이 소개팅이다"
" 뭐? 뭔팅?"
"소개팅 말하면 니가 안나올까봐~~"
참 내 어이가 막 없어진다....세차하느라 늦은것도 어이 없는데 소개팅이란다.....참~나!
"야! 얘들아 일단 밥먹자...이늙은이 배고프다....."
"그래요 가원씨 식사부터하시죠. 뭐 좋아하세요?"
" 전 주는데로 다 먹어요..메뉴 정하세요."
"거봐라 영훈아! 내가 가원이 입대시켜도 될거라고 했잖냐. 쟤 완전히 특전사감이다."
저인간 지금 뭐라는거야. 갑작스런 소개팅도 모자라 갑자기 이 무신 해괴한소린고~
나보고 소개팅하란소리야 말란소리야.....
" 그런 제가 이근처에 맛있는 버섯요리집아는데 거기로 가실까요?"
" 그러죠" 내가 생각해도 넘 내숭스럽다.
근데 여기가 버섯요리집이야? 그냥 버섯육개장집이잖아.....
그리 근사한데를 바란건아니지만 너무한다.....쩝! 역시 군인이다.
" 가원아! 영훈이도 나랑 계급이 같다. 내가 말한 나보다 더한놈이 이놈이다."
"아~~~이분이 그분이셔~~"
"무슨 얘기신지.....?"
"아 뭐냐면 내가 상사진급할때 동호회 후배들이 축하주사줬거든, 애들이 형너무 빨리진급하는거 아니냐고 좋겠다고하길래 내가 그랬지 나보다 2살어린 27살에 상사 진급하는 징한놈도 있다고"
"아~"
"우리가 일반 육군에 비하면 진급이 좀빠르잖냐"
"오빠가 조금만 빠른건 아니지...동호회 욱진오빠는 32인데 아직도 중사잖아"
"그런가? 암튼 재미없는 얘기 그만하고 다먹었음 일어나자!"
이런 매너라곤 밥비벼먹을라도 없는 인간들..... 나 아직 다안먹었는데.......
정말 밥도 전투적으로 먹는다......진짜 빨라...특전사될려면 밥 빨리 먹는 시험도 보나보당....
" 나 부대에 내려주고 니들이 데이트해라"
"왜 오빠 벌써들어가게?"
"야 늙은이는 일찍사라져주는게 사랑받는 비결이야, 글고 오빠의 팬들이 기다리잖니.."
"그럼그렇지 사수가 일찍 들어갈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날 너무 많이 알려고하지마라"
흠~~~ 차안의 정적이 참 어색하군....재성오빠를 내려주고나니 둘이 갑자기 뻘쭘해졌다.....
뭘해야 하나? 옆모습을 보아하니 이남자도 어색하구만....
여하튼 윤재성 가만두지 않겠어......
차창밖으로 노을이지고 있다....
" 차를 참 아끼시나봐요....?"
"아니요 오늘 가원씨한테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싶어서요...그런데 오히려 나쁜인상을 드린거 같네요.."
"아니예요 조금 춥긴했지만 용서해드릴께요....대신 재미있게해주세요.. 저오랫만에 주말에 쉬거든요"
"네~~~용서 안해주시는것 보다 더어렵네요"
"그런가요?"
"음~~ 영화보러갈까요? 요즘 재미있는거하나?"
"요즘 재미있는거 안하던데.~~"
"그럼 우리 놀이동산갈까요?"
"그럴까요? 거기 가본지 무지 오래됐는데...."
이렇게해서 우린 용인에있는 놀이동산에 갔다 하지만 들어서자마자 후회했다.
놀이기구를 타기엔 너무추운 12월이었던거다.....
추운바람을 헤치며 롤러코스터를타고내리니 곧 불꽃놀이가시작된다는 방송이나온다.
"우리 얼른가서 구경하죠?"
"네."
어린애처럼 달려가 우리두사람앞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런데 이사람 이런거 알고 여기날데려온거 아냐?
어라? 그런데 이사람 봐라 은근슬쩍 내손을 자기 주머나 속에 넣네....
이거 이거 겉은 양촌린데 속은 압구정 오렌지아냐?
하지만 그러면어떠랴 마주잡은 그손은 너무 따뜻하고 하늘에 불꽃놀이는 너무 아름다운걸...
왠지 감이 좋다.......아무래도 재성오빠를 이뻐해줘야 할까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