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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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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정은 뭘까...


BY 핑키~ 2004-08-30

 

  5월중반의 날씨는 초여름처럼 느껴진다.

  가로수도 푸르디 푸르고 아스팔트의 열기도 차츰 더워진다.

  아침부터 고르고 골라 결국 몇주전에 새로산 반팔 블라우스를 걸쳐본다.

  영 어색하지만,엄마의 등살에 못이기는 척 하고 복자는 집을 나선참이다.

 

  토요일...강남 한복판 멀티 플렉스 극장엔 젊은이들의 물결이다.

  이런 북적임이 싫긴 하지만,첫 데이트라 그런지 조금의 설레임도 있다.

  "핏~" 복자는 미소를 한번 짓고는 약속장소인 매표소 앞 공중전화로

  향한다.

  100미터쯤 앞에 그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또 그 옆엔...엇..재현이의 얼굴이...!! 또렷하다...

  '앗..이런...'

  복자는 그제서야 재현이와 영화 볼 약속을 했다는걸 기억해냈다.

  서로 손을 들어 복자를 바라보는 두 남자를 보니, 복자의 마음은

  참으로 묘하다.

  '어떻하나..'

 

  최동원이 먼저 말을 건낸다.

  "영미씨~ 어서와요..많이 덥죠?"

  옆에 서있던 재현이의 눈이 커지며 당황하는 표정이다.

  "네에..저기..동원씨..저어..."

  순간, 재현이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동원의 눈을 피해 멀어지는 재현을 잠시 보려니, 복자는 미안함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영미씨..아는사람이라도 있나요?"

  "아니요...들어가죠.."

  나중에 학교에서 만나면 사과해야지..하면서도 뒤돌아 가던 재현의

  모습이 영화를 보는내내 뇌리에 스친다.

  '그렇게 쓸쓸한 모습이라니..에휴..짜슥..화가 좀 났겠는걸..'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는 내내 동원은 즐거운 표정이다.

  집으로 오는길엔 붉은 장미꽃을 한다발 선물한다.

  동원의 전화벨이 울린건 복자의 집앞에서 였다.

  "여보세요? ...어? 박영선씨? 무슨일이죠?"

  '박영선? 누굴까..?'

  "별일아니면 회사에서 얘기하죠 지금은 좀 곤란하네요 그럼.."

  "저때문에..바쁘신것 같은데.."

  "아니에요..회사 동료인데 나중에 얘기해도 되요.오늘 즐거웠어요.

   덕분에 많이 웃었네요..훗.."

  "네, 저두요.."

 

  방에 들어온 복자는 꽃다발에 좋아라 하는 엄마를 뒤로하고

  얼른 재현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계속 신호음만 들리고 받질 않는다.

  '짜식..단단히 삐진 모양이군..'

  낮에 일은 복자도 묘한 여운이 남는다.

  서로 성격상 그렇게 심각할것도 없었는데, 복자는 복자대로

  재현은 재현대로 이상한 벽에 닿은 느낌이다.

 

  '내일 학교에서 만나 얘기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