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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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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국비자


BY 홍 영 옥 2004-06-30

 

                   위 장 결 혼

                        홍 영 옥         

10 분 있으면 엘에이 공항 에 도착 예정 이라는 기내방송이 나온 뒤,

 

비행기는 천천히 그러나 한번씩 쉬익- 쉬익 센 소리를 내가며 하강하고

 

있었다.

 

 ‘유 진국’ 인 나는 담배 한 대 생각이 더욱 더 간절해 졌다.

 

긴 열 두 시간을 참고 오면서 금연 명령을 한 사람이 누군지 주먹으로

 

 한대 멋지게 갈겨주면 기분이 좀 풀릴 것도 같았다.

 

앉아있던 승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소지품 들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다시 휴우 하고 길게  내쉬었다.

 

잠시 후, 스튜어디스가 나긋하게 허리를 반으로 굽히면서 상냥스레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깨에 메는 검은 배낭 하나와 손가방을 꺼낸 뒤, 명순 의 여행가방을

 

 끌어 주면서 트랩을 내려왔다.

 

지금의 내 심정 같은 짙은 회색으로 된 공항청사 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미친 여자 머리칼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그래도 입국수속 하는 곳에서는 질서 있게 한 줄로 서서 조용히

 

자신의 순서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함께 탑승한 명순 의 말에 의하면, 미국 시민권자들을 우선순위로

 

입국시키는 곳이 있고, 그 다음이 영주권자들이고, 가장 까다롭고

 

꼬치꼬치 캐묻고 하는 곳이 일반 방문객들이라고 하였다.

 

그 이유가 여행객을 가장하여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온 뒤 그냥

 

눌러앉아서 사는 불법 체류자인 사람들이 미전역에 수백만 명이기 때문에

 

 머리가 아픈 이민국에서는 입국 시에 그런 사람들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의도에서 조사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명순 은 다른 쪽으로 가면서 이따가 짐 찾는 곳

 

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나는 초조해 지기 시작하였다.

 

 이민알선 하는 브로커인 명순 의 오빠가 어떤 사람이 합법적으로

 

미국비자를 받은 대한민국의 여권에 내 사진만 붙여서 바꿔치기 한

 

사실 때문에  행여 들키게 될까봐 불안하고 계속 가슴이 조마조마 하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왕복비행기표가 같이 끼워져 있는 한국여권을 꺼내어

 

창구에 내밀었다. 곱슬머리의 뚱뚱한 흑인남자는 얼마나 있을 예정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면서 “투 위 크 ”하고 명랑하게 소리쳤다.

 

나는 정말 2주동안 여행하는 꿈을 머리 속으로 그려 보았다.

 

 그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내가 준 가짜여권에 무언가를 적더니

 

스탬프를 꽝 찍어 주었다. 최소한 6개월은 이곳에 머물 수 있다는

 

 권리를 인정해 준 것이었다.

 

한쪽에서 수속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던 명순 이가 내 앞으로 오더니

 

웃는 얼굴로 윙크를 하였다.

 

컨베이어가 돌아가는 곳에 서서 나머지 두개의 가방을 찾은 뒤

 

그녀와 나란히 걸어 나왔다.

 

 짐 검사하는 곳에서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이 보고 싶어 성급히

 

나가려는 사람들에게  떠밀리어 예상보다 빨리 나오게 되었다.

 

그제 서야 이제는 끝났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그때였다.

 

 온 세상이 다 들으라는 듯이 여자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려왔다.

 

“유 진국 여행객께서는 탐 브래들리 공항 인터내셔널 출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명순 이 가까이 다가와 내 팔 안으로 자기의 오른손을 들이밀었다.

 

“들켰나 봐요. 이제 어떡하지요?”

 

“글쎄요....”

 

나는 긴장과 초조함으로 심장이 마구 벌렁벌렁 뛰고 있는 것을 느꼈다.

 

순간 경칠 이가 자랑하던 미국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