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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여자-22


BY 플레이 걸....ㅋㅋ 2011-11-24

"언니, 난요....." 

 

딱 요 두마디만 하고는 큰 눈에서 눈물을 주르르 털어 내었다. 몇분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랐지만, 그렇게 눈물을 가득 담고 흘러내리게 하는 수진일 보면서 나도 함게 울었다. 아직 아무 얘기도 못들었는데, 그냥 가만히 우는 수진일 보고 있는데 가슴이 철렁 거리면서 쿵쾅 거렸다. 무슨 커다란 비밀이라도 알게 된것처럼.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한 상황인데. 괜시리 맘 부터 떨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수진이 슬픔이 내안으로 성큼 성큼 들어섰다.

 

건네준 손수건에 눈물을 닦아내지도 않고 가는 턱을 덜덜 떨면서 수진인 그렇게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밤 늦은 시간이지만 금요일 저녁이여서 인지 카페엔 손님도 좀 있었는데 내겐 그 사람들의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소리없이 눈물을 떨구고 있는 수진과 그냥 그 얼굴이 너무 아파 함께 울어 주고 있던 나. 그렇게 몇분의 시간이 또 흐르고 있었다.

 

시켰던 커피의 따스한 온기가 다 사라졌을법한 , 시간이 좀 오래 지난 후. 수진이 그제서야 수건에 얼굴을 닦으며 날 향해 베시시 웃었다. 이미 퉁퉁 부어 빨갛게 부어 오른 눈을 반달로 접으며 아픈 미소를 지었다. 또 다시 그 미소에 눈가가 뜨거워 졌다. 그런 날 보며 수진이 내가 건넸던 손수건을 내게 건넸다.이미 식어 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신뒤 수진인  빨갛게 변한 코 끝을 찡그리더니 다시 미솔 지어 보였다.

 

"언닌 , 세상에서 젤 불쌍하고 가엾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야? "

 

갑자기 묻는 말에 난 좀 어리둥절 했다. 수진이 물음은 지금 이 상황에서는 뜬금없어 보였다. 아무말 않고 가만히 있는 날 보더니 수진인 눈가에 또 이슬을 달았다.울먹이는 목소리로 수진이 내게 '세상에서 젤 불쌍한 아이'에 대해서 말했다.

 

"3살때 아이가 없는 집에 입양 되었데. 이왕 입양될거면 좀 잘사는 집에 들어 갈일이지. 넉넉치 못한 그 집에서 아일 입양한건, 다른 아일 입양하면 아이가 생긴다는 속설에 의해서 아일 입양한거래.3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안되자 남자가 여잘 버렸어. 남잔 5대 독자 였거든. 버려진 여자와 아이는 7살 까지 둘이 함께 살았지. "

 

".................."

 

 "아인 몰랐데. 3살이니까 아마도 기억이 없었겠지? 자기가 입양된걸 그 어린나이에 어떻게 알겠어. 남편에게 버림 받은 여잔 그래도 아이와 꽤 정이 많았어. 어려운 살림인데도 아일 계속 혼자 키웠거든.정말 좋은 분 이였던것 같아. 아이가 7살때 여잔 새로운 남자를 만났어. 부인과 사별한  같은 직장 남자였는데. 그 사람에겐 아이가 없었거든.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그 사람 딸로 호적에 올라 간거야. 셋은 가족이 되어서 한 5년 살았나?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식날 사고가 있었어. "

 

"................"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직장에서 조퇴를 하고 아이에게 오던 여자가 교통 사고를 당한거야. 후미진 골목에서의 사고여서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뺑소니 였데. 일찍 발견 되었더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텐데. 낮인데도 그 길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래. '엄마'가 올줄 알고 아이는 찬 바람 맞으며 학교에서 계속 엄마를 기다렸어. 졸업 기념으로 셋이서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기로 했거든. 하나뿐이 없는 외동딸 이니까 교복도 몸에 딱 맞게 맞춰 준다고 했거든. 기대를 아주 많이 했었는데. 엄마도. 새 아빠도 오시지 않는거야.완저 삐져서 화가 나 있는 아일 찾으러 온건 새 아빠의 누나인 큰 고모였어. 병원으로 달려 갔지만. 이미 .엄마의 따스한 체온을 느낄수도 없더라."

 

"..............."

 

"그리고 그때 알았어. 큰 고모가 얘기 해주더라구. 내가 누구인지. 난 가족이 없는 아이래. 버려진 아이라잖아. 큰 고모는 내가 새 아빠에게 걸림돌이 된데.장례식 이후 아이는 보육원에 들어가. 아무도 아일 봐주지 않았어. 보육원에서 몇달을 보냈어.물려받은 교복입고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 곳의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어. 밤마다 얼마나 무섭고 춥던지. 엄마 영정 사진  보면서 참 많이 울었어.그렇게 보육원에서 여름을 맞았는데. 그분이 오신거야. 새 아빠가 아일 데릴러 왔어.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아일 데릴러 온거야. 내가 엄마의 친딸이 아니라는 슬픔을 아파하기도 전에 버림을 받았기에, 난 말을 잃어버린 아이가 되었거든. 그런데 그런날 새아빠가 잊지 않고 데릴러 온거야. 춘천에 새로운 직장을 잡았다며 함께 가지 않겠냐고 했어.미안하다구. 혼자서 무서웠을텐데 일찍 오지 못했다구.날 보며 많이 우셨지. "

 

"............."

 

"그렇게 춘천으로 가게 되었고. 새 아빠와 함께 살기 시작했어. 새 아빠 였지만 우린 정말 친 부녀지간 보다 더 사이가 좋았거든.그런데 그 행복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어. 일년쯤 지나서 집안의 성화로 새아빤 재혼을 하게 되었어. 친자식이 아닌 날 키우는게 못 마땅 하신 새 아빠의 집에서 아빨 억지로 선을 보게 했고 나와 함께 산다는 조건을 내걸고 아빤 재혼을 했어. 재혼한 새 엄마에겐 나와 동갑인 여자 아이와 두살 아래인 남동생이 있었어. 새엄만 그 전부터 혼자인 아빠를 맘에 두고 있었데. 음악 카페를 하던 새엄마가 오면서 집안 형편이 많이 나아졌어."

 

"..........."

 

"난 정말 잘하려구 했어. 형제없이 혼자 였던 난 사실 언니나 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거든.그래서 동갑이지만 생일이 좀더 빠른 내가 언니가 되었구, 갑자기 생긴 두 동생에게 난 좋은 언니,누나가 되어 주고 싶었어. 근데 그건 내 착각 이더라. 두 아이에겐 아빠와 내가 반갑지 않았나봐.자기 엄마 재산보고 들어 왔다구 하더라구. 더구나 내가 아빠의 친딸이 아닌것도 알고 있고. 정말 무섭더라. 자주 집에 다니시는 큰 고모님. 새엄만 아빠보다 4살이나 연상이였고 큰 고모의 친구였어. 큰 고모는 내게 뻔뻔한다구 했어. 15살이면 그만한 눈치는 있어야 하는데 너무 뻔뻔하다구."

 

"........."

 

".....근데 난 정말 아빠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 다시 보육원 같은덴 들어 가고 싶지 않았어. 아빨 제외한 다른 식구들은 내 존재를 부담스러워 했어. 그래서 내가 그랬어.고등학교만 졸업 시켜 달라구. 아니 그냥 집에만 있게 해달라구 했어. 재워만 주면  금전적인  민페는 끼치지 않는다고 했어. 그때부터 난 자립심을 키운거야. 새벽에 운동한다고 말하고 신문과 우유을 돌렸어. 학교 끝나면 패스트푸드 점에서 11시까지 알바를 했어. 매일 늦는 날 아빤 걱정을 많이 했지만 학교 에서 자습을 한다고 했어. 재혼을 하면서 아빠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엄마와 함께 카페에 나가셨거든. 나보다 일찍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었어."

 

"그렇게 4년을 더 함께 살다가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그집에서 나왔어.학교 때문에 함께 있지 못한다고 하자 아빤 순순히 보내 주시더라. 내가 알바 해서 틈틈히 돈을 모았지만. 대학 등록금이 한두푼이여지. 한 일년 고시원에서 고생하며 돈좀 모아지면 대학에 가려고 했었는데  아빠가 내게 통장을 내미는 거야. 엄마와 함께 사셨던 집을 처분한 돈이였어. 아빠와 내가 함께 살던곳은 회사 관사였거든. 등록금 때문에 걱정을 하던내게 아빤 그돈으로 집을 얻으라고 했어. 등록금은 이미 새엄마가 내신줄 알고 계셨으니까. 돈은 꽤 되더라구. 아마도 아빠가 내 앞으로 적금을 드셨던가봐.그래서 난 그 돈으로 서울에서 작은 원룸을 얻고 학교도 다니기 시작했어. 나중에 이사실을 안 집에선 난리가 났지만 ,아빠가 잘 막아줬어."

 

"..........."

 

"대학에 다니고 좀 됐는데....지방 대학에 다니던 새엄마의 딸이 서울로 올라 온거야. 학과가 맘에 안든다고 다시 공불 할거라면서 함께 지내자고 하더라. 서울 사는 큰 고모는 당연히 내가 그래야 한다고 하셨고. 그래서 둘이 함께 살았어. 정말 열심히 공불하더니 다음해에 내가 다니던 학교에 떡 하니 붙었어. 원래 춘천에서 외고에 다녔거든. 그러면서 난 또 힘들어 졌어. 아빠가 준 돈은 등록금으로만 쓰고 난 알바를 해서 생활을 했거든. 내게 언니라고 부르던 새엄마의 딸은 어느부턴가 내게 한 남자에 대해서 얘길 하더라구."

 

".........."

 

"동아리 모임 갔다가 늦어 차가 끊긴날 나를 데려다 주던 현준 선밸 보고 그 아인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이라구 했어. 내가 든 동아리가 뭐냐고 묻더니 알바 탓에 몇번 나가지 않았더니 둘은 이미 친한 선후배가 되어 있더라구. 날 바래다 준 선밸 집으로 초대하는 그앨 보면서 난 기막혔지만, 얽히고 싶지 않아 내버려 뒀어. 그후로 선배가 몇번 집으로 찾아 왔구. 난 둘이 사귀는 줄 알았어. 3학년 겨울에 춘천에서 새엄마와 큰 고모가 집으로 오셨어. "

 

".........."

 

"현준선배와 어떤 사이냐구 . 난 아무 사이 아니라고 했는데.두분은 믿지 않으셨어. 그래서 알게 됐지. 선배가 날 맘에 두고 집에 다녔던 거라는걸. 하지만 난,선배를 받아 들일 수가 없었어. 분수도 모르는 ,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은 할 수가 없으니, 그래서 거기서 나왔어. 그뒤 학교 근처 고시원에 들어갔어. 동아리도 관두고 선배도 만나지 않고 4학년을 보냈고, 졸업을 했어. 졸업후 교수님 추천서를 받아 회사에 시험보구 들어왔지. 이렇게 선배가 다시 내앞에  나타 날줄은 정말 몰랐어. 그리고 그 아이도 날 따라 이 회사에 들어 왔어. 정말 질긴 악연이지? 고시원에 들어간 이후로 난 그 집과 연락을 끊었어. 가끔 아빠와만 연락해. 아빠는 나중에 내가 고시원에 들어간걸 알고 가슴 아파 하셨지만. 그집 보증금 빼서 내게 다시 건네고 아빠와 다신 연락 안하기로 했어. 인연을 끊자고 했어. 그래서 내겐 아빠도 없어. "

 

 

또르르 거리다가 툭 떨어진 눈물이였다. 정말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것 같았다. 딲보면 부잣집 막내 딸 같이 새침한 모양을 하고 있는 수진이였는데. 이런 아픔을 가지고 있었더니. 함께 회사까지 따라 왔다는 새엄마의 딸은 낮에 보았던 사보기자 '현지원' 이였다. 천사같은 얼굴을 하면서 어찌 그런 못된 심보를 숨기로 있었는지. 사람은 겪어 보지 않음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것 같다. 회사에서는 아는척 하지 않는데 현지원은 가끔 우리 사무실에 드나 들었다. 수진이완 그냥 같은 회사 동료라고 했다. 여직원 모임에서 만났다고 했는데 그것도 거짓말이였다. 수진인 나와 마찮가지로 그 모임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난 왜 그걸 지금에서야 알게 된건지.

 

수진인 권실장만 보면 힘들다고 했다. 권실장은 수진에겐 과거의 사람 이지만 , 현지원에겐 현재 진행형이니 ,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이제사 고백하는 건데. 자기도 권실장을 맘에 담았다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맘을 굳게 닫고 있었지만. 계속 다가오는 그사람을 막기가 힘들었다고. 하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체념을 했다고. 현지원하고는, 더는 , 그 집안 하고는 얽히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그냥 잊어 버리자고. 그렇게 맘을 먹었는데 매일 눈앞에 권현준이 앉아 있다고. 처음으로 맘에 담았던 사람이. 매일 눈 뜨면 해질 때 까지 앞에 있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