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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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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여자[21]


BY 플레이 걸....ㅋㅋ 2010-10-12

그후의 상황은 너무 무거운 침묵의 연속 이였다. 혼자 폭주하듯 안주 없이 술을 들이켜대는 현준.그런 현준을 말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얼굴로 저녁을 해결하듯이 아무말 없이 먹는데만 관심을 보이는 현석.당황스러움과 당혹스러움,또는 민망함{?}에 우리중 제일 힘든 얼굴을 하고 있는 수진이.나도 사실 편한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넷중 아는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 그냥 분위기에 맞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더는 못견디겠었는지 수진이 양해을 구하고는 먼저 자릴 떴다. 나도 수진이 나간 다음 현석에게 눈짓을 보내곤 수진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나올때 흘깃 보니 현준이 생각보다 술에 약한지 많이 취해 보였다.왜 갑자기 현석이 이런 방법을 택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이번일은 현석이 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을 따로 만나서 얘기 해줘도 될 일이였을텐데 굳이 이런 자릴 만들것 까지는 없었다.수진이 제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갑자기 내게 현준과의 교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게 된것에 대해서도 수진이로써는 당황스러운 일이 였을 거다.

 

수진일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어 나는 얼른 입구 쪽으로 향했고 혼자 걷고 있는 수진을 발견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수진인 마음을 추스릴 여유가 없었는지 혼자 아무생각 없이 걷고 있었다. 난 말없이 수진이 뒤을 따랐다. 버스 정거장도 전철역도 택시도,수진인 그냥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놀랐을지 짐작이 쉽게 갈 만큼의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신중하지 못했던 현석의 행동이 다시 한번 원망이 되었다.술을 입에도 대지 않은 수진이 순간 비틀 거렸다. 얼른 다가가서 팔을 잡으며 부축했다.

 

정말 많이 놀랐는지 수진이 얼굴이 온통 눈물 바다 였다. 뒤에서 묵묵히 따라가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니.가슴이 울컥 거렸다.정말 현준과 수진인 어떤 관계였던 걸까?잠깐 스치듯이 사귄 사이는 아닌것 같다. 이렇게 눈물 범벅의 얼굴을 하고 있는 수진일 보니 둘의 사이가 심각했었을 것이라는게 눈에 보였다.나오기 전에 보았던 현준의 허물어져 가는 모습도 그렇고 ,정말 둘 사이에 아주 말 못할 심각한 일이 있었나 보다.

 

그냥 이 상태로 집에 보내기가 불안해 수진일 데리고 근처의 카페로 들어갔다. 저녁도 먹는둥 해서 인지 거의 빈속인지라 난 따듯한 우유와 간단한 샌드위치을 주문했다.수진인 내가 건네는 수건에 얼굴을 닦으면 멋적은지 내게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조금씩 진정이 되어 갔는지 수진인 내가 건네는 우유을 반쯤 마시고 내려 놓았다.나와 눈이 마주친 수진이 다시 멋적은 얼굴로 베시시 웃었다. 통통 부은 빨간 눈동자가 반달모양으로 조금 접혔다. 웬지 짠한 미소가 나오는 모습이였다.

 

"오늘 ....정말 언니에게 안좋은 모습 다 들켰네."

 

"....애써 얘기 하지 않아도돼.그냥 이거 시킨거니까 먹고 일어나자. 너 많이 힘들어 보여 .집에 가서 샤워하고 쉬어야 할 것 같아."

 

"궁굼하지 ....않아?나하고 권실장.어떤 사이 였는지...."

 

눈가에 살짝 이슬을 담으며 날 향해 말간 눈웃음을 보여 주는 수진일 난 잠시 바라봤다.사실 많이 궁굼하고 묻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닌것 같다.저렇게 아프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내 속물 근성을 드러내 보일 수 는 없었다.

 

"괜찮아.오늘은 아무것도 묻지 않을께.나중에,나중에 네가 말하고 싶을때 그때 얘기 해도돼.안해도 괜찮구.마음 쓰지마."

 

"언니,그러니까 내가 더 미안해질려구 하잖아.사실 숨기고 감추고 할 것도 없어. 그냥 잠깐 알고 지냈던 사이 였어. 그냥 동아리 선배로 만나서 몇번 만났던 정도?사귄것도 아녔어.그런 감정 ....첨 부터 가진적 없었으니까."

 

정말 놀랐다. 눈물이 갑자기 '툭'하고 터져 버리더니 얼굴위로 줄줄이 흘러 내렸다. '그런 감정 첨부터 가진적 없었으니까' 입술을 그러모으며 힘주어 말했는데 그때 눈에서

그렇게 눈물이 터저 버렸다.보고 있던 내 눈에도 설핏 눈물이 맺혀버릴 만큼.대제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수진인 이렇게 아픈 얼굴을 하고 있는것인지.속이 탔다.말처럼 그냥 스쳐 가듯이 사귄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분명 둘 사이엔 뭔가 있었고 그일은 오래전에 끝이 난게 아니라 아직도 둘 사이에서는 진행중 이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금기시 되었던 그일의 뚜껑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 처럼 이제서야 열릴준비을 하고 있었다

눈물을 한참 쏟던 수진이 얼굴의 눈물을 꼭꼭 누르듯이 닦아내고는 날 봤다.수진의 눈빛이 차분하게 안정을 되찾은듯 가라 앉아 있었다.내 눈에 눈을 맞추며 잠시 보던 수진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내게 말했다.

 

"내가 참 많이 못댔고 ,이기적인건  언니도 잘 알지?"

 

"....난 너 그렇게 생각한적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민패을 끼치거나 불 이익을 주는 일은 안하지만,절대 내가 손해보는 일도 안하잖아?사람들은 모두 내가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인줄 알고 있어."

 

"다르게 말하면 똑 부러 지게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거잖아.난 너 그렇게 생각해."

 

내말에 수진이 피식 웃었다,물기가 지워진 평소의 수진이로 돌아온것 같은 미소 였다.맘이 좀 편해지는 느낌이였다.

 

"권실장은 우리 학교에서 알아주는 킹카 였어. 머리 똑똑해.외모 수려해.집안 우수하지.성격이 조금 까칠하긴 하지만 ,주변의 아는 지인들에겐 아주 자상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야.따르는 여자도 많았고 아는 여자도 많았어.동아리도 권실장에게 사심을 품고 들어오는 회원이 많았거든.난 사실 동아리 활동 할 만큼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였지만 친구손에 끌려서 동아리에 들어갔어."

 

그렇게 시작된 수진이 얘긴 밤11시을 훌쩍 넘기더니 자정까지 이어졌고,분명 처음 시작할 땐 수진이 간간히 울움을 터 트렸는데 얘기가 중반으로 흐를수록 소리없는 울움이 터진건 나였다. 내게 풀어니기가 쉽지 않은 얘기였는데 수진이 담담하게 말하는 얘기에 난 속이 너무 상했다. 답답하고.속상하고.쓰라리고.정말 얘기 듣는 내내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이 침묵으로 고개짓만 하고 있었다.

 

"정말 누구에게도 한버도 털어 놓지 않은 얘기였는데.혼자 속으로 끙끙 거리며 꽁꽁 싸안고 있었던 얘기 였는데 이렇게 언니에게 풀어 버리니까 이제서야 속이 좀 후련하네.언니에겐 감당 못할 만큼의 짐만 얹어 놓은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지만......사실 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거든.매일 눈 앞에 앉아 있는 현준선배 보면서 나....정말 많이 힘들었거든.선배가 아직도 날 가슴에 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어."

 

수진인 알고 있었나 보다. 자길 간간히 훔쳐 보는 권실장의 시선을 알고 있었나 보다. 난 오늘에서야 겨우 알아냈는데.수진인 진즉부터 눈치체고 있었나 보다.권실장의 마음을 알고 있었나 보다. 수진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또 다시 눈에서 굵은 방울이 흘러 내렸다.현석일 만나야 했다. 두사람의 아픈 사랑을 풀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수진일 택시에 태워 보내고 현석에게 문자을 넣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둘이 같이 있는건 아닌지.문자을 넣고 답을 기다렸다가 혼자 있다는 답을 받고 현석을 만나러 택시을 탔다. 멋대로 터트렸으니 매듭도 현석이 지어 줘야 할 것이다. 그냥 두기엔 두사람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다. 이젠 꼬여있는 매듭을 풀어 줄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