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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여자[20]


BY 플레이 걸....ㅋㅋ 2010-10-12

모두 저녁 전 이였기에 회사에서 좀 벗어난 곳으로 갔다.어느새 예약을 해 두었는지 권현준이 차을 몰았다. 사전에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던것 처럼 자연스럽게 모든게 흘러갔다. 한 10분 쯤 차을 타고 온 곳은 룸으로 되어 있는 와인바 였다. 역시 예약을 했었는지 권현준이 들어서자 메니저가 나와 룸으로 우릴 안내 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을 나눌수 있는 곳이였다.처음 겪는 분위기라 좀 생소했지만 주위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맘에 들었다.

 

접이식 좌식 의자에 다리 놓는 부분은 아래로 뚫려 있어 한참을 앉아 있어도 힘들것 같지가 않았다.나와 수진이 같이 앉으려고 하는데 현석이 자기 옆을 권했다. 눈으로 수진이에게 눈짓을 보냈다. 현석의 눈짓에 수진이 조금 당황스러워 했지만 권현준이 아무렇지 않게 수진이 옆으로 가서 앉았다. 앉기 전에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 놓는 폼이 자주 오는 단골집 같아 보였다.현석의 자켓도 받아서 함께 걸었다.

 

"주문해요.여기 퓨전 이라 원하는 것 다 되거든요. 한식,중식,일식,양식.....다 되요."

 

우리에게 메뉴판을 보여 주며 현준이 말했다. 역시 여긴 현준의 단골집이 맞는것 같았다.분위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다.잠깐 나와 수진의 시선이 만났다.현석도 내게 메뉴판을 건네며 눈짓을 했다.

 

그리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기에 난 좀 머뭇 거리고 있었고,수진인 그런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망설이는 우릴 보고 현준이 말했다.

 

"여기 스테이크 괜찮은데 ...그걸로 통일 할까요?와인이나 맥주에도 안주로 먹기도 괜찮은데.그걸로 할까요?"

 

현준의 말에 현석이 날 봤고 난 그러자고 고갤 끄덕였다.수진인 고기 종류는 별로 좋아라 안하는데 난 고갤 끄덕이다 말고 수진일 봤다. 벌써 내 끄덕임을 봤는지 수진이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테이블 위의 벨을 눌러 현준이 사람을 불렀다.

 

간단하게 알아서 주문을 하는 현준을 보며 현석이 피식 거리는 웃음을 지었다.들어온 사람도 일반적인 서빙을 도와 주는 도우미가 아닌 입구 에서 본 메니저 였다. 둘이 잘 아는지 친해 보였다.

 

주문이 끝나고 잠시 말이 끊겨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갑자기 만나게 된 거에 대해 내가 물었다.

 

"오늘 이 만남 , 갑자기 생긴게 아닌거죠?"

 

"아뇨.갑자기 생긴것 맞습니다. 사장님이 오늘 단합대회을 하자고 해서 급히 문자 넣은 것 맞습니다."

 

내말을 얼른 현준이 받았다. 목까지 잠겨 있던 단추을 몇개 푸르고 팔을 걷어 올린 모습으로 현준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넥타인 느슨하게 푸르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완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희에게 약속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갑자기 아무런 양해도 없이 이러는건 좀 당황 스럽네요."

 

"사회생활 처음 해보는 신입 입니까?사장이 나오라고 하면 무조건 '네'하고 나와야 한다는 것 모릅니까?"

 

현준의 말에 갑자기 당황이 되었다.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현준의 말에 수진이도 좀 당황스럽다는 얼굴 이였다.

 

"여직원들은 그런거 잘 모르죠?자기일만 딱 끝내고 당연하게 하는 퇴근.....우리 남 직원들의 생활 패턴하곤 전혀 다르죠."

 

"그게 무슨..."

 

"우리 남자들은 아무리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도 윗  상사가 부르면 아무런 이유달지 않고 재깍 나온다 말입니다.그게 바로 정글의 법칙.계급사회의 불문율 같은 거죠.여직원들에 비해 얼마나 힘들게 사회 생활을 하는지 모른다 이말이죠."

 

현준의 말에 나와 수진인 말을 잃어 버린 사람마냥 아무말 못하고 있었고 현석은 좀 기막혀 하면서 피식 거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테이블에 셋팅이 되고 있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져 나온 스테이크는 보는 순간 입안에 침이 고일 만큼 한입 크기로 잘 잘라져 있었다. 갈릭향과 어우러진 크림소스가 얹어져 있는 구은 통 감자도 오리엔탈 드레싱이 뿌려진 해물 샐러드도 맛있어 보였다. 셋팅을 너무 예쁘게 해서 인지 갑자기 시장기가 돌았다.약한 순도의 맥주도 흔히 볼 수 없는 상표여서 호기심이 일었다.

 

셋팅을 끝내고 나가는 메니저 에게 현준이 '고마워요 형 신경써줘서' 라는 말을 했다.형이라 불리운 메니저는 싱긋 웃고는 우리에게 눈인사을 해보이고는 나갔다. 메니져가 나가자 현준이 맥주의 뚜껑을 오픈 했다. 각자 하나씩 들고 먹을 수 있는 작은병의 맥주였다. 현준의 눈짓에 우리도 뚜껑을 돌려서 오픈 시켰다. 연한 연기가 살짝 올라 오다가 사라졌다. 딱 마시기 좋은 온도 인것 같았다.정말 신경 많이 써준것 같았다.

 

샐러드도 입맛에 딱 맞게 소스가 잘 뿌려져 있었다. 씹히는 해물도 싱싱해 보였고 양상추는 아삭 거렸다. 얼음물에 담갔다가 금방 꺼냈는지 야채가 모두 아삭 거렸다.

 

"어때요?괜찮죠?"

 

"네....."

 

"수진씨는 별롭니까? 들어와서 한 마디도 안하는것 보니까....이렇게 갑자기 불러서 아직도 삐져 있는 겁니까?"

 

현준의 말에 난 툭 튀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기막혀 하면 얼굴을 붉히는 수진을 보며 나와 마찬가지로 웃음 터트려 버린 현석도 수진의 눈길에 민망해 하는 얼굴을 했다.

현준의 '삐졌다'는 말에 완전 당혹해 하던 수진이 얼굴이 굳어 졌다. 사무실 에서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준의 태도에 당혹스럽긴 나도 마찮가지였다.오늘 점심때 들은 현준이 대학때 성격이 아주 나쁘다는 얘기가 퍼뜩 떠올랐다.둘 사이가 안좋긴 많이 안좋았나 보다. 그래도 지금껏 아무렇지 않게 잘 참고 지내오다가 왜 갑자기 저렇게 본색을 드러내는 것인지.얼굴이 창백하게 변해 버린 수진이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사실 두 사람 관계가 좀 흥미 진진 했다.

 

"얼굴좀 펴요.장난 좀 한걸 갖고 그렇게 정색하면 내 입장이 뭐가 됩니까?예전엔 그냥 툭툭 받아 치더니,사회물 먹었다고 성격이 바뀐건가?"

 

오늘 아주 권현준은 작정을 한것 같았다.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현준의 모습에 수진인 완전 당황,혼란스러움 자체 였다.기가 딱 막힌다는 얼굴,이해 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런 수진일 보며 현준이 묘하게 입술 끝을 올리며 씨~익 웃었다.미소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살인 미소 였다. 내가 너무 현준에게 몰입해 있자 현석이 팔 꿈치로 날 약하게 건드렸다.

 

꽃미남에 약한 나지만,현석 앞에서 괜한 추태을 보인것 같아 너무 민망했다.회사에서완 너무 다른 현준의 포스에 자꾸 시선이 갔다.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또는 찬 바람 돌 정도로 냉정한 얼굴만 보여 주는 현준이 이렇게 나쁜 남자들이나 한다는 포스을 내 뿜는데 내가 어찌 쉽게 아무렇지 않은척 적응을 한단 말인가?나도 사람인데.......

 

"권실장 오늘 왜그래?수진씨 많이 당황하잖아?둘이 좀 안 좋은것 같아 일부러 자리 만들었는데,더 불편하게 만들고 ,대체 왜그래?"

 

좀 엄한듯이 묻는 현석의 말에 현준은 쿡 하는 비소을 던졌다. 이번엔 현석도 좀 얼굴을 굳혔다.단합회식 하자더니 왜 자꾸 이런 불편한 분위기을 조성하는 건지,알수 없었다. 분위기가 갑자기 많이 다운 되었다.

 

"나름 분위기 띄우려고  했는데 코드가 안맞았나 보네요.이렇게 만나서 회식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뭐 하나 공통된 주제도 없고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지 않는, 말 그대로 공적인 자리에서만 함께 있던 사람들끼리 만나서 친목을 도모 하자며 만난다는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현준의 말에 현석의 얼굴은 당황해 하다가 다시 굳어 졌다. 오늘 정말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 주는 현준 이였다. 왜 저렇게 까칠하게 변하는지,누가 자기 에게 분위기 띄우라고 했나?그냥 저녁 먹으면서 간단히 얘기나 하고 헤어질 것이지,왜 저렇게 까칠한 건지,현석의 갑작스런 부름에 화가 났던 걸까?분위기가 점점 다운 되어갔다.모두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왜 갑자기 약속을 잡은건지,여자 하나 확 잡아 채지 못하구선....."

 

갑자기 나온 현준의 말에 우리 테이블에 커다란 우박 덩어리가 우수수 떨어졋다. 뭔소린가 싶은 나와 수진이완 반대로 크게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현석.그런 현석을 외면하고 앉아 있는 현준.이게 무슨 일인지......난 빨리 머릴 굴렸다.

 

나와 현석의 관계을 알고 있는 현준 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석은 아는 형이 아니라 회사의 상사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공개 망신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현준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대범한 일을 벌인 것인지,정말 이해가 안갔다.수진의 당황한 얼굴이 내게로 왔다.

 

"두 사람의 연애 문제에 나와 민수진 씨가 왜 희생 되어야 합니까?얼마나 남자가 변변치 못하면 매번 데이트 신청을 넣는데 퇴짜을 맞아?나름 잘나가는 남자 아녔어?취향 독특한 장신영씨 만나 고생하는건 잘 알겠는데 이런식으로 날 끌어 들이지 말라구..."

 

"그만해 짜샤!! 내가 끌어들인건 맞는데 순전히 나만을 위해서는 아냐."

 

현준의 말에 현석이 순순히 수긍을 하고 나왔다. 졸지에 독특한 취향을 가진 나는 수진이 앞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게 되었다. 수진인 놀란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숙이고만 있었다.

 

"순전히 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구?그럼 뭔데?나 중요한 약속 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

 

여기로 오기전에 둘 사이에 무슨 안좋은 일이 있었는지 얼굴을 붉히며 화을 내는 현준을 보며 현석이 피식 거렸다.

 

"너 민수진씨 좋아하잖아!! 수진씨랑 언제까지 이렇게 티격 거릴껀데?

 

"뭐?지금....무슨 소릴.....하는 거야?"

 

현석의 말에 현준의 얼굴이 금방 붉어지며 당황스럽다는 얼굴이더니 이내 하얗게 굳어지며 현석을 향해 무지하게 강한 빛을 쏘고 있었다.둘의 눈빛이 정면에서 딱 마주친 순간,나와 수진이 눈도 마주쳤다.정말 이게 무슨 일인지,현석이 터트린건 대형 폭발물 이였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을 현석은 알고 있었던 걸까?권현준의 얼굴 만큼이나 놀란 얼굴의 수진이 보였다.

 

"너 김찬영 알지?나랑은 고교 동창이고,너랑 수진씨와는 같은 대학 동아리 활동 선배인 김찬영"

 

현석의 말에 현준은 잠깐 수진일 보더니 이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찬영이 일본에서 공부 중인거 알지?요번에 졸업하고 지금 다니던 대학에 연구원으로 들어 간다고 했어.거기서 아예 살 작정인것 같아.  그래서 인지 오자마자 민수진씨에 대해서 여기저기 행방을 묻고 다녔어. 누구에게 들었는지 우리회사에 다니는거 알고 날 찾아 연락이 왔어."

 

"............."

 

"대학때 부터 수진씨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면서?"

 

현석의 말에 현준인 얼굴이 조금씩 굳어 갔고,수진인 알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석의 말에 대해서 좀 당황스럽다는 얼굴이였다. 붉게 상기된 얼굴이 많이 놀란듯해 보였다. 정말 흥미 진진 했다.현준과 수진이 사이에 정말 무슨 큰 {?}사건이 있었던 건지.....암튼 난 좀 재미있다는 생각에 자꾸 웃음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찬영이 사무실로 갑자기 찾아 왔잖아?날 만나려고 왔다고 했는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신중하고 생각 깊은 김찬영이 날 보고 싶다고 회사로 찾아 온다는게?그냥 전화로 밖에서 약속을 잡아도 되는 일인데. 확인차 온것 같아 .동창에게 민수진씨가 나랑 함께 일하는것 알고 온거였어. 그러다가 함께 있는 널 보게 된거고.나도 모르는 사실을 찬영이 얘기 하더라...."

 

그러면서 현석은 잠시 수진일 보다가 얼굴을 완전히 굳히고 있는 현준을 봤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난 티 안나게 셋을 눈으로만 잠깐씩 훝었다.

 

"잘은 모르겠다며 예전에 너랑 수진씨 잠깐 사귄것 같은데 아직도 그 만남이 이어지고 있는건지에 대해서 아주 진진하게 묻더라....근데 내가 뭘 알아야지?사귀는 거 아니라고 말했지?그렇잖아?"

 

말끝을 묘하게 올리며 짖궂게 말하는 현석이였다. 갑자기 긴장으로 묶여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장난스럽게 풀어 지려고 했다. 어이없는 현석의 말투에 난 좀 웃음이 나오려고 했고 수진인 더 당황스럽다는 얼굴을,현준은 잠시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더니 이내 현석을 쏘았다. 정말 눈에서 시뻘건 불이라도 나올것만 같았다.그런 현준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마주보며 현석이 한마디 더 던졌다.

 

"둘이 사귀는 거 아니면 찬영이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어. 빠른 시일안에 자리좀 만들어 달라구 부탁 까지 하던데? 조만간 다시 일본으로 들어 가야 하니까 맘이 좀 급한것 같아. 넌 모르겠지만 찬영이 민수진씨 맘에 품은지 오래 됐어. 가끔 우리 만나면 수진씨 얘길 많이 했는데 난 그사람이 저 민수진씨인줄은 전혀 몰랐어. 생각도 못해봤지....네가 가끔 술에 널 맡길때 나오는 여자도 ....누군지 잘 몰랐거든......"

 

현석의 마지막 말에 현준의 얼굴이 다시 벌게졌다. 수진일 향해 있던 시선을 얼른 돌리며 이젠 더이상 돌이킬수 없다고 느꼈는지 자폭한 얼굴로 고갤 숙이고 있었다. 현석의 말은 정말 폭탄 이였다. 핵 폭탄 수준의!!! 깜짝 놀라하는 날 보며 현석이 피식 웃었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겼다는 얼굴이엿다.그에 비해 수진이와 현준은 아주 많이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