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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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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가는 길목


BY 주 일 향 2004-06-26

 

민호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복잡한 시내는 민호에게 낯선 곳이었지만. 그녀를 떠올림으로인해

익숙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큰 도로를 따라 시내에 진입했던 기억이 났다. 초행길이나 다름없는 길이라 술래잡기하는 심정으로 기억을 쫓아 달렸다.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그녀를 찾아 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집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아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사는 동네의 길목만 알고 있을뿐. 그녀를 만난다는 보장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선 자신의 태도는 어떤 말로도 해명할 수 없었지만 민호의 마음은 행복했다.

오거리에 이르자 이차선의 좁은길로 접어들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민호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슈퍼가 멀리 보였던 이면도로 입구에서 차를 세웠다. 그녀와 인사를 나눴던 곳이다.

밤에 보았던 동네와 낮에 다시 보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러나 동네는 어디나 다 비슷하기에 그리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다.

골목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집과 집사이가 가까워 인구밀도가 꽤 높아보이는 동네였다.

민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막상 그녀가 지나간다면 뭐라고 아는척을 해야할까......도무지 좋은 구실이 떠오르질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런데 상가를 훓어가던 민호의 눈에 비디오샵이 보였다.

비디오와 DVD 그리고 책을 대여해주는 곳으로 제법 규모가 커 보였다..

민호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길고 긴 여름해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대체 몇시간을 기다렸는지 민호는 시간을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로지 그녀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어떤 댓가라도 지불하리라 맘먹고 있었다.

그러나 한밤중이 될 때까지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민호의 마음은 바람빠진 풍선마냥 말할 수 없이 공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