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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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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반할까봐 그랬어


BY 주 일 향 2004-06-09

 

예약시간에 맞춰 나미애는 귀가했지만 옷을 갈아 입겠다고 이층에 올라가서는 삼십 분이 지나도록 내려오지 않았다.

서연은 근처에서 남편과 만나 모임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옷을 갈아 입고 나미애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고, 마침 이층에서 내려오던 나미애가 인터폰을 받았다.

-누구세요?

-네 베이비시터 아줌마 남편인데요.

서연은 화면을 통해 남편의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랐다.

돌발적인 남편의 출연에 당황한 서연은 나미애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남편이 초인종을 누른 이유를 애써 변명 했다.

미안해하는 서연에게 나미애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줌마가 부러운걸요, 남편 분이 아줌마를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암튼 다음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을 거예요.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뭐.

서연은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고, 대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자마자 책망의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초인종을 누르면 어떡해.

-삼십 분이 지났는데도 안나오니까 걱정이 되서말야.

-뭐가 걱정이 되는데?

-나미애 들어간지 삼십 분이나 지났는데 당신이 안나오니까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

-왜 나미애가 나 잡아 먹을까봐?

-그게 아니고, 참, 서민호 집에 있어?

-없어서 안됐네요.아저씨.

-그럼 종일 혼자 있었어?

-그래 종일 아기만 봤다 왜?

남편의 신경은 온통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서민호에게 가 있었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아내가 처음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인지라 남편으로서 불안했을 것이라고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엄연히 아내의 일터인데, 초인종을 누른 일은 경솔하기 짝이 없었다.

-당신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뭘 오버했다고 그래? 당신 걱정되서 그랬는데..

-뭐가 걱정인데? 유명하고 잘생긴 탤런트 서민호가 나를 꼬시기라도 할까봐서?

-그게 아니라..

-걱정 붙들어매도 되네요. 나미애 같이 이쁜 아내가 있는 그 유명한 탤런트가  애보는 아줌마에게 시선이라도 줄까봐? 그게 그리 걱정이야?

-그게 아니고.. 사실은,... 당신이 서민호에게 반할까봐 그랬어.

-뭐라구??

남편의 마음이 불안했던 이유를 알고나니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 자신을 향한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것 같아 묘한 쾌감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