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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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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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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BY 후시기유기 2006-12-16

    황겸...전화할께....

 

                      - 공현 -

 

 

" 와~ 오늘 또 보네.."

점심을 먹으면서 은정이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 공현이 있었다.

" 요즘 학교에 자주 등장하신단 말이지.그 유명한 아웃사이더가 말야. 나야 뭐 신이내린 축복의 나날이지만.."

" 뭐가?"

" 저 견적을 보고서도 그렇게 물어? 말 그대로 그림이잖아.그림.. 명품!."

" 명품? 네가 그렇게 달고사는 명품이 채공현 같은 애야?"

" 물론, 여러 등급으로 나눌수 있지만 뭐...채공현 정도쯤이면 상급축에 낀다고 볼수 있지..암튼, 오늘도 내 눈이 즐겁다..."

은정의 말에 쯧쯧 혀를 차며 겸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 참, 오늘 정호오빠 온다고 했는데.."

" 누구?"

" 김정호. 오늘 오프라고 학교에 온다더라구. 쳇! 내가 다니는 학교는 얼굴 한번 비추지 않던 인간이 여자친구 학교엔 온다는거지~"

" 그 사람이 누군데? 선배야?"

열심히 떠들어대던 은정이 얼빠진 얼굴로 겸이를 바라보다가 숟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 왜....?"

" 휴~ 밥이나 먹어. 이 기집애야..네 관심을 끌지 못한 한 남자 이야기니까."

" 여자친구 있다며..난 임자 있는 남자한텐 관심없다."

" 아무렴~ 어련하실려구..."

내내 궁시렁 거리는 은정의 얘기를 들으며 학교식당을 빠져나가는데 문자가 들어왔다.

' 헐크'

뭐야? 이 자식이~ 씩씩거리며 둘러보니 저 한쪽 귀퉁이에서 손을 들어 흔드는 공현이 보였다.

통화버튼을 누르려다 서두르는 은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돌아섰지만 요 며칠새 부쩍 친한체 하는 공현이 신경쓰였다.

사실, 겸이는 하루 이틀이면 녀석과의 새벽 만남이 끝날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겸이의 생각을 뒤엎고 벌써 일주일째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보온병에 같은 커피를 들고 겸이를 기다렸다.

대화라곤 별 의미없는 농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공현과의 새벽만남이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그이후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 한두마디쯤은 건네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가끔...이렇게 식당이라든가 강의실에서 만나게 되는 날이면 문자를 보냈다.

'헐크'

피식~ 녀석때문에 가끔... 웃기도 한다.

수업후, 건물 밖에서 겸이가 은정을 기다리고 있는데..공현이 다가왔다.

" 뭐해? 안가?"

" 남이사"

" 약속있어?"

" 아니."

" 준길이랑 저녁먹을건데..그럼 같..."

" 어머? 채공현.."

은정이 웬 남자와 함께 걸어나오며 공현을 반갑게 아는체 했다.

" 너희들 무슨 얘기 나누고 있었어?"

"....."

" 음..그럼 우린 약속이 있어서 그만...채공현 내일 보자?"

" 약속? 무슨 약속?"

겸이는 은정에게 의아한듯 물었고 은정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겸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 어머..얘는 울 오빠가 온다고 했잖아..하하.."

" 근데..?"

그제서야 은정의 옆에서 미소짓고 있는 남자에게 눈을 돌린 겸이는 깜짝 놀랐다.

00대학 레지던트라던 은정의 사촌오빠...며칠전 은정의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이었다.

저 사람 이름이 김정호였단 말야? 그럼 여자친구란건...??

" 그럼 안녕~ 채공현, 내일보자.."

여전히 어리둥절해 있는 겸이의 손을 잡아 끌며 은정은 사촌오빠의 차가 세워진 곳으로 걸어갔다.

겸이가 차에 타려던 순간, 등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황겸! 전화할께~"

멈칫하며 겸이가 돌아보니 공현이 두손을 들어 흔들며 소리치고 있었다.

뭐야...채공현..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 없던 행동이 미안스러워 겸이는 그저 은정이와 김정호란 사람이 이끄는 대로 저녁먹고 차마시고.. 집앞까지 데려다주는 친절까지 거절하지 못했다.

집에 들어와서 씻자마자 책상위에 꺼내놓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저녁부터 수차례 수신확인을 했지만 문자조차 수신된것이 없었다.

녀석이 전화 한댔는데...

어쩜 그냥 지나치는 말이었을지도 모르는 공현의 한마디에 저녁내내 전화가 올까봐 휴대폰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날 새벽..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한체로 겸이는 잠이들었다.

다음날 그저 공현이 왜 전화를 한다고 했는지..그 용건이 무엇이었는지가 궁금한거라고 자신에게 답하면서 겸이는 일찍 강의실을 찾았다.

일주일내내 늘 겸이보다 먼저와서 기다리던 공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수업이 시작될때까지도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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