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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그녀의 의식)


BY 후시기유기 2006-12-06

       넌 해장을 커피로 하냐?

                  

                                   - 황겸 -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공현은 밤새 준길과 술을 마셨음에도 또렷한 정신으로 겸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타난 겸이의 모습은...괴물...그 자체였다.

" 너..혹시 헐크라는 영화 봤냐?"

" 아니..왜?"

" 지금 내 앞에 헐크가 와 있는데 함 볼래?"

그리고는 열심히 가방을 뒤적였다.

" 뭐 찾아?"

" 거울..헐크 보여준다니까.."

" 그만해. 농담할 기분아냐. 아무리 내가 어제 술을 좀 마시고 잠을 좀 잤기로서니 헐크가 뭐냐?"

" 난 농담같은거 안해. 너 정말 헐크같다니까."

그러고 보니 녀석은 정말 진지한 얼굴이다. 그렇게 이상한가?

" 암튼, 왜 보자는거야? 이시간에.."

" 생각보다 좀 늦었네. 한참 기다렸다."

" 말했잖아. 잠을 좀 잤다고. 오히려 이시간에 여기 있는 네가 더 이상하다! 일찍왔네?"

" 누굴 만나려면 부지런해야 한대서 일찍 나왔다."

" 왜?"

" 뭐?"

" 왜 만나자 했냐고~"

" 너야말로.. 말했잖냐..커피 갚는다고."

그래..그 이유는 어제도 들었는데...그래서 오늘은 빈손으로 오긴 왔는데...

등뒤에서 보온병을 꺼내들어 종이잔에 커피를 따르는 공현을 보며 겸이는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 언제 너한테 커피 사준적 있냐? 내가?"

" 아니.."

" 그런데 뭘 빚졌다는거야?"

" 음...상황을 제대로 말하자면 네가 나한테 커피를 적선했지."

따뜻한 커피를 한모금 마시던 겸이는 커피를 뱉어낼뻔 했다.

아! 그때...

" 적선이라지만 누구한테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 난 그냥도 잘 얻어마신다. 나중에 다시 커피를 사라느니 어쩌니 치사하게 굴지 마라."

홀짝이며 맛있게도 커피를 마시는 겸이를 바라보며 공현은 아침일찍 보온병을 챙겨나온 자신이 대견했다.

그날 마셨던 커피의 맛을 기억해내려 여러 종류의 커피를 마셔보았던 수고도, 아침 일찍 문도 열지 않은 커피전문점 앞에서 잠깐 느꼈던 새벽공기의 썰렁함도...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겸이를 바라보자 다 보상받아지는 듯 했다.

" 나때문에 한동안 여기 안온거냐?"

" 응?"

" 너 아침마다 여기서 커피 마신다며~ 무슨 의식 같은거라며~"

" 내가? 너한테 그런말을 했나? 언제 그랬지? 우리가 그렇게 친했었나? "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겸이의 얼굴은 장난이나 비난이 아닌 진지한 모습이었다.

" 그냥 그런거지..꼭 너 때문은 아냐.."

" 그럼 가끔 너랑 이렇게 한잔 해도 되는거냐?"

" 넌 해장을 커피로 하냐?"

훗! 공현은 자신의 말에 자신과 같은 질문으로 대답하는 여자를 본적이 없었다.

" 뭐...공짜커피 마다하는 사람은 아니지.내가...난, 누구처럼 계산이 철저하거나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 아니거든.."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던 두 사람에게 유대감 같은 것이 생긴것 같은 기분에 공현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 잘 마셨다. 그만 간다."

" 아직 수업시작 하려면 한참 있어야 하는데?"

" 이몸은 의대생이시라 공부를 게을리 할수가 없거든?"

" 나도 같은 의대 다니거든?"

" 누구처럼 다리 운동만 하는게 아니라 난 머리를 쓰거든..피곤하시다. 그만 간다."

" 가라..그럼."

씩씩하게 돌아서던 겸이는 할말이 있는듯 공현을 향해 돌아섰다.

" 근데, 너 의대엔 왜 왔냐? 공부도 취미 없는듯 하고..수영 좋아하잖아."

" 수영해서 밥먹고 살기 힘들다."

" 거룩한 뜻을 품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포부는 기대도 안했다만..밥먹고 살기 힘들다라~뭐 것도 나쁘진 않네.."

" 왜, 나한테 시집이라도 오게? 미안하지만 난 여자를 원한다. 헐크가 아니라.."

갑자기 심각해진 얼굴로 겸이는 공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아니..나는 뭐..시집을 오라는게 아니라..그냥..농담.."

" 휴~ 그 헐큰지 뭔지 오늘 꼭 봐야겠다. 뭔데 나의 미모와 견주는거야? 간다~"

뭔가로 얻어 맞은듯한 멍한 표정의 공현을 뒤로 하고 씨익 웃으며 겸이는 걸어갔다..

웃는거야~ 그래 그렇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저건 괴물이 맞는거야. 헐크같은...

잠깐 창밖을 바라보는 옆모습이 예뻐보였던 건 다 분위기 탓이라고 자책하며 공현은 자리에 앉아 얼굴을 묻었다..

아무래도 요즘 자신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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