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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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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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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BY 후시기유기 2006-11-08

언제쯤이면 꿈에서 해방될까...과연..그런날이 오긴 오려나

                                                                   - 황겸-

 

 

 

풍덩!

뽀그르르...갑자기 모든 소음을 삼킨듯한 먹먹함과 목구멍을 옥죄는 답답함...

헉! 사람 살려...구해주세요...

엄마...엄마...제발...제발....

엄마를 부를수록 자꾸만 입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짠 바닷물과 허우적 거릴수록 점점 자신을 빨아들이는 발밑 어두움...

있는 힘껏 발버둥치는 일이 버거워지고 팔과 다리에서 더이상의 힘을 낼수 없을 만큼

가슴이 답답하게 옭아들었다..

엄마....나...좀...살..려....줘...

누군가가 살며시 손을 쥐어온다. 

엄마? 미소를 짓는다.

이미 호흡을 멈춘 심장은 안도의 숨조차도 내뱉어주지 않는다.

스스륵....서서히 가라앉았다..

 

벌떡!

헉~! 헉!...

꿈이야...꿈일 뿐이야...

흑..흑..꿈이라구...흑..

이마에 송골히 맺힌 땀이나 이미 젖어버린 잠옷따윈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매번 꿈속에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 마지막에 느끼는 안도의 느낌조차 너무나도 생생해서 다시금 죽음에 다다른 기분은 정말...싫다.

잊고 지내고 있는 듯 싶다가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기억은 오늘도 겸이의 모든 기운을 소진시킨다.

갈아입을 옷을 찾아들고 욕실에 들어서니, 거울에 비친 모습은 땀과 눈물로 뒤범벅된 힘들고 지친 여자다.

후~ 언제쯤이면 꿈에서 해방될까...과연..그런날이 오긴 오려나...

몸서리 쳐지는 경험을 하고 뜨거운 물로 모든 기억을 씻어내려 안간힘을 써야 하는 이런날이 도대체 얼마나 더 남았나...

쏴~

쏟아지는 물줄기에 기억을 토해낸다. 그 찌꺼기를 눈물과 함께 흘려보낸다.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것은 고등학교때 포기했다.

민간요법이나 정신과 진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술을 먹으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져서 공부라도 해야 할듯해지고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었다는 수면제도 나에게 붙어있는 불면증이란 귀신을 떼어내기엔 역부족이였다.

어떤 노력도 불필요한 일이 되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오기라는 녀석의 힘을 입어 의사가 되기로 맘먹었다.

과거의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천만에~

그냥 내 스스로 잠들기 위해..남들처럼 숙면해보기 위해... 오직 그 하나가 목표가 되어버렸다.

다들 공부를 하기위해 잠을 줄였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잠을 자지 못하니 남아도는 시간에 할일이 없어 하게 된 공부가 지금의 겸이를 만들었다.

잠깐 눈이라도 붙이게 된다 싶으면 영락없이 악몽에 시달리니 차라리 잠들지 못하는게 더 나았다.

후~ 그럼 이제부턴 뭘해볼까나...이제 밤이 시작되었는데...

 

책읽기에 빠져들기 시작할때쯤 핸드폰이 울렸다.

오빤가?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가 떠있다.

잘못걸린 전화겠지. 이 시간에...

하긴, 강이오빤 조금이라도 내가 자길 바라며 절대 이시간에 전화하지 않는다.

무시하려는데 다시 벨이 울린다. 또 그 번호다.

누구지?

" 여보세요."

딸깍!

엥? 뭐야.. 끊어진건가?

또 벨이 울린다.

" 여보세요!"

딸깍!

아씨..이거 뭐야..시간을 보니 4시 30분이다. 장난 전화인가?

암튼, 기분 더럽다. 우씨~

혹시나 다시 전화가 걸려올까봐 한참을 휴대폰을 노려보고 있는데 다행히 그 뒤론 울리지 않는다.

어떤 미친놈이야!!!!!!!!

역시 이쁜 여자 혼자 집을 지키기엔 세상은 너무 무서워...내일부턴 오빠한테 일찍 들어오라고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겸이다.

 

새벽공기가 상쾌한건 첨 느껴보는 일이다.

이렇게 말짱한 정신으로 새벽을 맞이해본 일이 없으니 물론 첨 있는 일이지만..

이시간에 빈 강의실에서 창문밖의 경치를 감상하는 일도 꽤 괜찮은 일인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바깥을 바라보던 공현은 몸을 일으키려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발견하곤 피식 웃음을 흘린다.

뭐냐..그 뒤론 녀석을 새벽에 만난일도 없으면서.

늘 학교에서 오며가며 얼굴은 보지만 먼저 아는체 하기엔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 들고, 그렇다고 녀석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텐데...

그 뒤로 공현은 일부러 새벽에 이 강의실에 찾아왔다. 하지만 그날 이후 녀석은 이곳에 오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 비어버린 한잔과 차갑게 식어버린 또 한잔...

그저 저번에 빚진 커피를 갚겠다는 허울좋은 핑계로 오늘도 커피한잔을 버리게 되었다.

채공현...넌 뭘 기다리는 거냐..

갑자기 짜증이 난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건데?

까짓 커피한잔 적선한다고까지 한 녀석인데, 뭘 빚진 기분이 든다는거야?

우씨. 내가 귀한 잠까지 포기하며 여기서 버린 커피가 벌써 몇잔이야?

당장 전화라도 걸어 이걸...아! 전화번호를 모른다.

낙심도 잠시.. 수영강사로 일하던 스포츠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스포츠센터 사장이자 나의 사촌형이다.

" 형~ 나 공현인데.."

" 어? 그래..근데, 이 시간에 네가 웬일이냐..?"

" 오픈 준비중이지?"

" 어..근데, 왜?"

" 부탁이 있는데 말야~"

장장 20여분을 고객의 정보를 유출하면 안되느니 자기가 감옥에 가게 되면 다 네탓이라느니 별별 잔소리를 다 들어준 후에야 황겸의 전화번호를 얻을수 있었다.

" 암튼, 난 모르는 일이니 네 선에서 해결해라~"

" 알았어. 형. 고마워~"

" 훗!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천하의 채공현이 전화번호를 이렇게 알아내려고 하다니.."

" 누구한테도 소문내지 말고. 그런거 아냐~"

" 그래..짜샤~ 누군 뭐 연애 안해봤나. 잘해봐라."

후~ 그래..그렇게 잘나신 분...나 인간 채공현 단돈 10원이라도 빚지고는 못사는 사람이야..

이 시대의 절대 양심!!!

그래~ 커피...내가 갚는다...그럼~ 커피를 빚졌으니 꼬~옥 갚아야지...

꽤나 이른시간 이란걸 의식하지도 못한체 얼굴이 벌개진 공현은 빚진걸 갚는거란 요상한 핑계로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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