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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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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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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BY 후시기유기 2006-11-05

분명 웃고 있는것 같은데, 왜 저 뒷모습은 쓸쓸해보이는지...

                                                                             - 공현-

 

 

" 아으~~~"

한동안 책에 집중한 나머지 멍해진 머리를 들고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새벽3가 넘었다.

실컷 기지개를 켜고 커피나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어서는데, 딸깍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 이제 오는거야?"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는 강이 오빠는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말쑥한 모습이다.

모습하고는...저래서 어디 바늘로 찔러 피 한방울 나오겠어? 쯧쯧...

황강..내 8살 위 오빠..한동안 떨어져 지냈기에 오빠의 사춘기 시절이 어땠는지, 또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정하는건...어느부분, 무슨 문제에서건 오빠의 능력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자하니 일찍 다녀온 군대에서도 그랬고, 대학시절은 당연히 수석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였으며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에조차도 그 능력을 인정받아 앞길이 보장되어진 뭐...그런 완벽한 케이스...

그리고...나의 대학 선배...

" 아직...공부했니?"

" 응."

" 시험?"

" 아니, 그냥 이것저것..책좀..보.."

" 너 요즘도 잘 못자는거야?"

" 그렇지 뭐...근데, 뭐하느라 이렇게 늦은거야? 회사일?"

" 아..그게...저..."

어라? 저 완벽한 얼굴이 왜 붉어지는거지? 수상하다. 

" 황강...무슨일있어?"

" 아니."

주저하지 않고 튀어나오는 대답..하긴, 설사 무슨일이 있다해도 내게 털어놓지는 않을 사람이다. 강이 오빠는...

" 자라.그만."

" 응."

더이상의 대화는 거부한다는듯..방문을 열고 등돌리는 오빠에게서 또다른 낯선 기분을 느낀다.

한참을 그렇게 오빠의 방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책상앞에 앉았지만 더이상 책을 들여다보고 싶은 맘은 없어졌다. 커피를 마시려고 컵을 들어올리자..예전에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엄마도 커피를 참 좋아하셨는데..."

갑자기 향기롭던 커피가 죽도록 쓰다.

 

밤새 준비한 발표를 마치고 주섬거리며 강의실을 나오는데 어깨를 툭치며 은정이가 아는체 한다.

" 기집애..암튼 못하는게 없어요. 발표준비하라면 교수님이 억! 소리 나게 준비하지, 시험은 또 왜그렇게 잘보는건데? 누군 피터지게 공부해서 이 어렵다는 대학 들어왔더니 더 잘난 놈들이 쫙 깔린거 알고는 그저 죽어사는데.."

" 훗."

" 웃어~ 웃음이 나와? 아무리 잘나도 그렇지 웬만하면 눈치껏 좀 하면 안되냐? 어디 나같은 사람은 기죽어서 살겠어? 그나저나 시간도 없었을텐데 언제 준비한거니? 정말 대단해..너.."

" 그냥..남는게 시간이라서.."

" 그래? 그럼 이번 주말엔 뭐해? 그렇게나 남아도는 시간..나한테 좀 적선해라."

" 무슨일인데? "

" 그건 그때가서 알아도 충분하고..히히."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좀 기분이 이상했다. 특별히 친구관계가 나빴던건 아니였지만 은정이처럼 친구랍시고 무슨일에건 엮으려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였다.

" 아~ 배고프다. 우리 뭐 먹을까?"

그저 웃음만 나는 녀석이다. 정말 무슨일이지?

 

" 야. 채공현! 요즘 학교에서 자주본다?"

"..........."

" 짜식! 사람이 말을 하면 뭐라고.."

" 너 저녀석 잘 아냐?"

" 누구? 한은정?....황겸?"

" 후자."

" 뭐..별거 없는데. 오늘 봤겠지만 똑소리나는 모범생이고, 뭐 그다지 시끄러운 애는 아닌듯 싶고..또..엉? 근데, 웬 관심?"

" 됐다. 밥이나 먹자."

" 어? 수상하네...야. 임마. 너 정말 쟤한테 관심있는거냐?"

" 배고프다~~~"

정말 시끄러운 녀석은 아니다. 새벽부터 학교에 나와있는 녀석치곤 체력도 짱짱한것 같고..하긴, 매번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면서도 지치지 않던 체력은 인정한다만..

은정이란 친구외엔 잘 어울리는 친구도 없는것 같다.

누구에게나 말을 걸고 대답하지만 누구에게나 웃어주지는 않는다.

아버지의 불호령과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 거의 의무감으로 학교에 오다보니 수업시간마다 엎드려 자는게 일이요, 근 한달이 무료해진 공현이였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늘러붙던 녀석이 학교에서 만나면 그저 간단한 눈인사만 던질뿐, 아는체는 커녕 말한마디 건네질 않기에 내심 귀찮지 않음이 다행스러웠다.

어쩔수 없이 가끔 눈에 띄는 녀석은 정말 똑똑한 의대생,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였다.

오늘 발표를 하던 낭랑한 목소리에 왜 자신이 고개를 들어 쳐다봤는지, 왜 그 얼굴에서 눈을 뗄수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은정이란 친구와 웃으며 나누는 대화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저 앞에서 웃음소리가 제법 호탕한 그 은정이란 친구와 과연 웃음이란걸 짓고 있는건지 궁금한 녀석이 걸어가고 있다.

분명 웃고 있는것 같은데, 왜 저 뒷모습은 쓸쓸해보이는지...

아~~ 짜증나..내가 뭘 신경쓰고 있는건데..그래서, 그 뒷모습이 뭐가 어때서?

이 완벽한 외모에 성격좋지, 나무랄데 없는 인간성...

단지, 악착같이 수영에 매달리는 녀석이 궁금하고, 안되는걸 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을 뿐이야.

그래.채공현...넌 너무 착해.

음...술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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