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낯설다.누구인가 나를태우고 온것같은데..머리가뽀개질듯 아프다.아무도 없는듯하다.몸과 마음이 피곤해서인지,이 닟선공간이 위험할 수있다는것을 알면서도 다시눈을 감았다.창밖의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즈음,현관문 열리는소리가들린다.
"아직도 자냐? 배짱한번 좋다. 아무도 없는줄 알면 도망가야지?"
낯 익은목소리시온이었다.저녁빛에 반사되어 서있는 그는 지금까지의 모습중 제일멋져보였다.문득 이런생각을 하고있는 내가한심하고 우습다.기울어가는 태양을보며 내 삶도 기울어가는 느낌을받았다.
"너 나랑같이 있을래?" 너도 쉴 공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네가 여기로 날 데려왔니?"
"응,너 엄청취했거든, 고마운줄 알아라?"
왜, 고마워야 되는데,너한테 부탁한적 없었어.
"아뭏든,같이있을거야, 어쩔거야?
엄마의 냉혹한 말에 상처입은채,집으로는 가기 싫었다.시온은 촬영스케줄이 마무리되어서
얼마간 휴식을취하려고 이곳에왔다고했다. 시온의 집안도 재벌에 속할만큼 대단한데
연예활동을 허락한것이 납득이 되지 않지만,시온하고 같이 다니다보니 ,그래도 꽤
유명한 스타라는걸 실감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곳은, 뒷편으로 잔잔히 흐르는 호수가있는데 물이 맑아서 호수속의
물고기가 보일듯하다. 호수를 둘러 싼 나무들은 초록물감을 뒤집어 쓴듯 싱그럽기만하다.
앞쪽 정원은 잔디가 잘정돈되어있으며 이름모를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몇일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내가 제일맘에드는 곳은 이제 막 피어오르는 목련꽃옆에 놓인
탁자에서 여유롭게 차 마시는 시간이었다.
시온은 생각보다 다정다감했다. 가끔 기분상할정도로 직설적인 말로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으나,그런대로 서로 잘맞춰갔다.
시내로 나가서 영화도보고 저녁도 먹고 어떤날은 시간을들여 놀이동산에서 아무생각없이
신나게 놀고 씻지도 않고 잠들기도했다.
시간은 둘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으며 어느덧 영우의 일그러진 마음도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가끔씩 보이는 시온의 쓸쓸함을 영우는 안타까워했고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되고 싶다는,...무관심하던 마음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물보라를 일으키고있었다.
"나, 내일은 가야돼?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거든?"
"그래! 그럼 이제 나도 가야지?"
"너....음.......
"왜그래,뭐할말있어."
"오늘밤, ...나랑같이 잘래?
"...................................."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안해도돼?
"너 나 사랑하니?"
"글쎼,아직은 잘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편하고좋긴하다."
"알았어"
어떤 책임감이나,의무를 지우기엔 너무 어린나이, 오늘밤이 내 인생에서 뼈 아픈추억이
되더라도 오늘만큼은 후회하지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