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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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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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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BY scentsera 2004-06-26


그가 물었다.

-우리 내일, 또 볼 수 있는 거죠?

내일은…그래, 영화티켓에 명시된 날짜이다.

-아…그래요…

난 가겠다고 대답을 한 것이다.

혼란스러웠지만… 박선배의 당황스러운 얼굴이 상상되었지만…

이렇게 조용하고… 그의 진심어린 눈빛에…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엔,

그의 난감한 대답을 듣기엔, 난 너무나도 용기가 없었다.

우린 그냥, 별 말없이 그냥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갔다.

내게 또 다른 설레임을 안겨준채…




<그래, 박선배에게 연락해서 다시 티켓을 돌려 받자…

그리고 진심으로 나, 그를 좋아한다고 고백하자…>




아침이 상쾌했다.

요며칠 동안 난,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월식마냥, 내 밝은 면들이 무언가에 의해 가려졌었다.

<그렇다고 모, 내가 변하나….나는, 나지~>

그 무엇이, 요며칠 간의 내 우울함을 본래의 나로 돌아오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우유 팩의 입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도,

출근하려고 찾았던 블라우스가 제대로 다림질되어 있지 않아도,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이 나온 전기요금 청구서를

우편함에서 찾아냈을 때도,

나도 모르게 나오는 콧노래 소리에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서두러 나온다고 했지만 시계를 보니 걱정이 되었다.

이참에 차 한대, 사버릴까?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날 부른다.

정팀장이다.

-안녕하세요?

-선경씨, 타세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더니만~ 적어두 지각해서 정팀장한테

눈치보는 일은 없겠다. 지각하면 같이 할 거 아냐~ ㅋㅋ>




-차 있으시면서, 그날은 왜 택시를 타셨어요?

-네?

-저번에 저랑 택시 합승했었잖아요~

-아, 그게…

-차가 고장나기라도 했나요?

-아…네..고장 났었어요~

-그랬었구나~ 그런데 오늘, 정말 다행이에요~

-왜요?

-자칫하면 지각할뻔 했으니깐요~

-아직, 몰라요, 지각할지….ㅋㅋ

-팀장님, 얼른 밟으세요~~~얼른~~~

-푸하하하하!!!!

<내 말이 그렇게 웃을 만한 건가?…>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좋은 아침!

화영선배가 어젯밤 무슨 좋은 일이 있었던지, 좋은 아침이란다~

-선배, 좋은 아침~

-너, 어제 무슨 좋은일 있었나보다?

-그것보다, 선배가 좋은일 있었던 거 아니에요?

-딩동댕~ 당연히 좋은일 있었지~

-좋. 은. 일?

옆에 있던 순정씨가 껴든다.

-김팀장님, 싱글족에겐 좋은 일이 모에요?

-글쎄~ 순정씨, 싱글족에게 좋은 일이 모가 있을까?

화영선배가 순정씨에게 알쏭달쏭,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주면서

나더러 따라 오라는 시늉을 한다.




그녀를 따라간 곳은 사무실입구 옆 커피자판기였다.

100원짜리 동전을 찾고 있는데 화영선배가 말린다.

-애는, 가서 일해야지~

-선배, 그럼 왜 부른거에요?

-아…점심에 나랑 점심 먹자구~

-모야…그건 아까 말해도 되었잖아요~

-그러게…내가 왜 그랬을까? 호호…

정말 싱겁다. 싱글족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저렇게 싱거워지는 걸까?

근데 정말, 좋은일이 몰까?

혹시, 그 영국남자랑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서 박선배한테 전화하는 걸 깜박했다.

<이러다가 혹시…안돼~!!!!>

박 선배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또 했다.

하지만 박선배는 받지않고 낯익은 목소리의 여자에게로 넘어간다.

-저희 고객님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오니….

<어떡하지?……무슨 영화였더라….극장이 어디였지?……>

난감했다.

인표씨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볼 수도 없지 않는가…

다시 박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메시지를 남겼다.

-선배, 저 이선경이에요, 메시지 확인하면 바로 전화해

주시겠어요. 부탁드립니다.

다소 딱딱했지만 그렇다고 그 전처럼 대할 수는 없었다.




난 초조하거나 불안한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오른손이

입으로 간다. 그리곤 두 번째 손가락으로 이빨을 툭툭치는

버릇이 있다.

난 지금, 초조하고 불안하다.




박선배에게 전화를 하려는데 정팀장이 부른다.

-이번 촬영에는 제가 직접가니까 홍작가에게 연락 안해도

되는거 아시죠?

-정팀장님 사진, 하셨어요?

-선경씨는 저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으시네요~

-네?

<내가 무슨~ 자기한테 관심도 없는데 알아둬야 할 게 모…있다고

저러셔~~ 혹시, 아부 떨라고 저러는 거 아냐? 정말, 웃기셔~>

-선경씨, 무슨 생각해요?

-아…예? 모 물어보셨죠?

-동만 사장님한테는 연락 했나요?

-아…아직….

-그럼, 지금이라도 연락 하세요~ 거기 입소문이 은근히 많아서

취재열기가 굉장하니까, 미리 스케줄을 잡아 놔야 합니다.

-아..네…전… 정팀장이랑 잘 아시는 관계라 팀장님이

직접 잡으실 줄 알았어요~

-그래도 되는거지만, 담당은 제가 아니라 이선경씨에요…

-네…알았습니다.

<괜한 말을 했다. 안했으면 50점이었는데, 해서 빵점이 되었다.>




정신이 없다.

정팀장방에서 나오자마자 난 또 핸드폰을 눌렀다.

<혹시, 내 전화라 안 받는 걸까?>

난 회사 전화로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또, 아까 그 여자의 목소리뿐이다.

-무슨 급한 일 있어요?

옆의 순정씨가 묻는다.

-아….아니에요…

난 전에도 말했지만, 내 사생활에 잘 모르는 사람이 개입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순정씨처럼 사무실 안의 돌아가는

모든 소소한 것까지 다 알려고 드는 성격의 여자에게, 내 사생활의

일부를 알려 사무실의 가십거리로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근데, 그 쪽에서 전화를 안 받는 모양이네요?

-순정씨 그냥, 모른척 해주실래요?

나도 모르게 맘에 있던 말이, 입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별 뜻은 없고…그냥, 제가 지금…별로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가봐요…기분 나빴다면, 이해해 주세요.. 미안해요~

순정씨는 당황했는지 그냥, 고개만 끄덕인다.

미안하다고 말해놓고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아침의 상쾌했던 맘은 어디로 사라지고, 왜 이렇게

맘이 어수선해 지는거야~>

정신없이 선배에게 전화하고, 열심히 자학하고 있는데

화영선배가 점심 먹잔다.

-선배, 오늘은 가벼운 걸로 하죠?

-왜? 입맛 없니?

-그런게 아니라…아니에요~

내 심경 때문에 선배의 기분까지 망쳐놓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모, 맛있는거 있어요?

-부대찌개 어때?

-부대찌개요?

-어제, 술을 좀 했더니 얼큰한게 먹고 싶으네~

-그래요 그럼, 부대찌개 먹죠…




우린 근처의 부대찌개 체인점으로 갔다.

값도 저렴하고 맛이 있어서 곧잘 오는 그런 곳이다.




-어제 말이야~ 우리 무슨 일 있었게?

-우리요?

-응, 존이랑 나~

-혹시, 두 분 결혼하기로 했어요?

-어머, 지지배…내가 전에 말했었자나…나 결혼에 대해

생각없다고…

-그럼, 좋은일이란게…모지?

다른때 같으면 눈이 동그래져서 무척 궁금해 했을텐데,

지금은 박선배와 통화가 되지 않아서인지 화영선배의 말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 어제 존이랑 잤다~

-헉~

난 놀라서 선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선배, 그럼 어제가 첨 이었어요?

-어…

-난 선배랑 존은 벌써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선배가 수줍게 웃는다.

-사실, 너가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지만 나 어제 존이랑,

첨이야~

-존이랑?

-그니까, 그게 첨이란 말이지…

세상에…세상에…프리하게 성생활을 할 줄 알았던 화영선배에게서

저런 이야길 들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선배 정말, 첨이야?

-지지배…그렇다니까~

세상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아주 끼 많은 여자가 내숭을 떠는건 일상다반사고 해서 이해하는데,

끼 많게 보이려고 내숭을 떠는건 이해할 수가 없으니…




-너도 생각해봐~ 나이가 33살이나 되었는데 성관계를 한번도

안했다는게 자랑할 일이겠니?…창피한 일이지…~

-그런 건가?

때때로 나이는 상대적인 잣대를 만든다.

어릴 때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거나 자랑스러워할 일을,

나이가 드니 수치스러워해야 하는 잣대…

이건 분명, 사람마다 다른 취향이 아닌, 나이가 주는

잣대가 분명하다.




보글보글 끓는 부대찌개 안의 갖가지 채소와 햄을 보고

있으려니 이제 뚜껑을 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사람마다 다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데, 왜 시집가고

장가가는 시기는 정해져 있어야 하는걸까?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선배가 당황해서 부대찌개의 뚜껑을

열다가 그만 놓쳐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모아졌다.




나 때문에 창피해 죽겠다던 선배가 내 뒤에서 존과 통화를

하고 있다. 난 또다시 박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 받지 않으면 인표씨한테라도 전화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받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전화하기로 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무실 안의 사람들이 별로 없다.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인표씨한테 전화하기 위해 회의실로 가려고 일어나는데

-오늘, 홍작가님이랑 약속 있죠?

난데없이 순정씨가 묻는다.

난,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안해요~ 실은, 그때 그 메모 제가 보았거든요~ -.-

다른 때 같았으면 화를 내도 백만스물 세 번이나 냈을텐데,

오늘은 상황이 다르다. 그녀가 아주 잘 한 짓(?) 이었다.

-혹시, 그 안의 티켓도 보셨나요?

-신사극장, 2시 30분 아니었어요?

-순정씨, 고마워요~

난 서둘러 가방을 맸다.

-순정씨, 저 급한 일 있어서 먼저 나가볼게요,

김팀장님 오시면 전해주세요~ 그리고, 고마워요~

후다닥, 사무실에서 나왔다.

이제, 삼자대면을 하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