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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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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98

break time


BY scentsera 2004-06-24

기분이 안 좋다.

<박선배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배은망덕한 후배쯤으로

여길까? 아니, 그것보담, 인표씨한테 가서 뭐라고 할까?….-.->

난, 인표씨가 준 영화 티켓을 박선배에게 주고 말았다.

후회가 되었지만 나도 모르게...




-팀장님, 지금 나가시죠?

사무실에 들어간 나는 정팀장 방으로 직행하였다.

-왜, 맘이 바뀌었어요? 약속있다고 안 된다고...

-그게……. 그렇게 되었어요…-.-

<그만 물어보세요. 정팀장님…제발….-.->

-그래요 그럼, 나갑시다.




헉~ 그가 날 데려온 곳은 우리 회사 앞, 카페 동만이다.

그런데 내가 동만이라고 좀 웃기게 말해서 그렇지…

사실, Gulf of East 라고… 동쪽의 만이라는 꽤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고급스러운 까페이다.

-어머, 여기 잘, 아세요? 저 방금 여기 왔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여기 치즈케익 먹어보셨어요?

-아뇨, 아직…전 오늘에야 알았어요, 여기 케익이 있단 걸~

-그래요? 그럼 오늘 한번 먹어봐요…

정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금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40대 초반의 여자가 케익과 홍차쯤으로 여겨지는 차를

들고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선경씨, 이 분이 여기 마담입니다.

<마담? ㅋㅋ>

-아이…정팀장이 이렇게 농담을 잘 한다니까~

<둘이 잘 아는 사이 같다>

-좀 전에도 오셨다가 가셨죠?

-아…저요?

눈썰미도 좋은가 보다. 나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다 기억하고…

-네~

그게 아니라 멋진 박선배를 기억했겠지… 멋진 여자와 함께 온

여자쯤으로 날 쳐다보았겠지…

-아..네…

-그런데 아까 왜, 그냥 가셨어요? 우리 케익을 먹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셔서 어찌나 서운하던지…

-아…미안합니다…쫌 바쁜 일이 있어서요…

좀 미안한 생각에 핑계를 대고 있는데 주책없이 정팀장이 나선다.

-선경씨, 아까는 괜찮다고 했으면서...

-아….그게 아니라…

<도대체, 이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그녀가 내온 케익은 정통 독일식 치즈 케익이란다.

-치즈의 깊은 맛과 부드러운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치즈케익 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이 케익을 뉴욕스타일 치즈케익 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독일 치즈케익이란게 더 맞는 말이지요…

부드러운 치즈케익위에 스트로우베리 시럽이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너무 예쁘네요…너무 예뻐서 먹기가 부담스러운걸요~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그녀가 기분 좋게 웃는다.

-이 케익은 보는 것 보담, 먹어 보는게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요,

 

괜찮으니까 드셔보세요…호호~

케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 행복해~~~>

이 때만큼은 인표씨와 박선배 그리고 나의 복잡한 삼각구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맛을 느끼게 해 준 정팀장이 고마울 정도였다.




-정말, 너무너무 맛 있어요…

-그렇죠? 가실 때 제가 조금 싸 드릴께요… 많이많이 드세요…

이 여자 보기와는 다르다. 신경질적으로 보이는데 마음씨가

정 많은 아낙네? 같아 보인다.

-정말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다이어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혹, 아가씨 다이어트 때문에 신경 쓰시는 거에요?

<헉~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뚱뚱해 보이는 걸까?>

-호호~ 홍차나 녹차랑 같이 드세요… 습관적으로 드시는게 아니라면

 

커피랑 마시는 것도 괜찮고요…호호~

-모, 선경씨가 다이어트 같은거 하겠어요?

조용히 있던 정팀장도 한몫 껴든다.

-정팀장님 저 뚱뚱해 보이나요?




정팀장의 알쏭달쏭한 표정에 동만의 마담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W & R(Woman and Food) 코너에 이 곳을 취재할까 하는데,

선경씨 생각은 어떤가요?

-네, 정말 좋은 기사가 나올 거 같은걸요~

-그렇지요?




정팀장과 촬영날을 잡고 바로 퇴근했다.

화영선배가 자신의 보이 프렌드를 소개해준다고 나오란다.

<내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더라? 적어도 그 사람과 의사 소통쯤은 되어야…>

약속장소로 가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면서 생각나는 영어 단어들을

발음 해 보았다.

-왓 추어 네임?

-마이 네임 이즈 선경 리~~~

-웨어 라유 프롬?

<아…그 사람 영국 사람 이랬지…>

<에이 모르겠다. 모..선배가 알아서 하겠지모…>




신사동에서 이태원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는 건

정말 무리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73-3번을 타면 바로 이태원으로

직행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다리품 판 것이 더더욱 아까웠다.

그리고 평상시 택시도 잘 타건만 오늘은 왜, 지하철을 탔을까?

가끔 이런 나의 판단에 제일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또 화가 났다…

<항상, 이런식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화영선배가 말한 바(Bar)를 찾았다.

문을 열고 빼곰히 안을 쳐다보니 화영선배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 친구도….




-안녕하세요?

-윌컴~

<웰컴~ 모…저 정도쯤이야…>

-하우 두유 두~~~

-선경아, 편하게 말해~ 이 사람 한국말도 잘 해~~

-어…어…

나의 바싹 쫄은 안색에 화영선배가 말해준다.

-내가 말한 선경이야~

-방.가.워.요~

모..발음이 재미있었지만 난 웃지 않았다.

-마니 기.다.렸.어.요~

ㅋㅋ 아무튼 재미있는 사람인거 같았다.

-선경아, 여기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 이 사람이 그린 그림들이야~

무지 뽐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화영선배의 눈빛이 매우 반짝거린다.

-아, 그러세요? 정말 그림을 잘 그리시네요?

영국인이 환하게 웃는다.

-고.마.워.요~

라며 내게 자신의 명함을 한 장 건넨다.

-직접 만드셨나 봐요?

명함크기의 사이즈에 그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이메일 주소가 적어져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의 명함이 나름대로 멋있고 값지게

 

보였다.

-선배, 나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바(Bar)안의 사람들은 음악소리에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이 외국사람들로 보였으며, 간간히 일본인처럼 느껴지는

한국인이 있을 뿐이었다.




-혹시, 화장실 안에 있는 그림도 직접 그린 거에요?

-앗~ 마.자.욧~

ㅋㅋㅋ

그렇게 그림 이야길 하면서 우리는 밤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왠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그럼 이만 가볼께요~

-왜? 벌써 가는 건데?

-아…좀 피곤해서…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존~

그 사람 이름이 존이었다.

존 레논~…그의 아버지가 가수 존레논을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다는데

 

실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이야길 할 당시 우린 너무나 많이 웃고있었기 때문이다.




늦은 밤 이태원의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너무 늦은밤이라서 그런건지, 우리 나라 경제 사정이 안좋아서 그런건지…...

택시를 타기 위해 도로변으로 나왔다.

내 앞쪽에 술이 취해 보이는 흑인 두 명이 택시를 잡고 있었다.

조금 겁이 났다.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한데, 때마침 핸드폰 벨이 울렸다.

난 누군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아, 선경씨…

그의, 그의 목소리이다.




시간이 지난 후 난 그와 우리 아파트 앞 작은 공원에 앉아 있다.

-아, 치즈케익 드실래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생각해내고 생각해 낸 것이

카페 동만에서 싸준 치즈케익이었다.




-치즈케익요?

-이 치즈케익 정말 맛있어요~

난 뿌듯해하며 케익의 포장을 열었다.

하지만 그 예쁘던 치즈케익의 자태는 어디로 다 살아지고

퇴기 월매가 남아있는 형상이었다.

-어…이게 아닌데~

나의 당황스런 모습을 보며, 그는 웃는다.

-그 치즈케익이 선경씨에게만 잘 보이고 싶었나 보죠~

정말, 맛난 치즈케익을 그에게 전달해 주지 못한 아쉬움에

내 미간은 점점 주름지고 있었다.




-선경씨, 하늘 좀 봐요~ 정말 예쁘죠?

-모, 밤하늘이 모가 예뻐요? 별이라면 모를까?

-그래요, 별이든, 하늘이든…컴컴한 밤에도 이쁜게 많아요~ 그쵸?

-그러게요…

밤하늘의 별들을 그와 함께 보고 있노라니 낮에 박선배한테 한

내 행동이 미안해졌다.

<박선배, 정말 내게 잘 해준 선배였는데… 내일 전화라도 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인표씨가 캔 커피를 건넨다.

-어느 걸 좋아할지 몰라서 차가운 커피, 따뜻한 커피

두 개를 가져왔는데…

<어머…이다지도 자상할 수가…>

난 따뜻한 커피를 잡았다.

내 취향이 아니라 그를 배려해서 이다.

더운 여름날 밤 따뜻한 커피를 마실 사람은 드물 테니까…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문득, 우리 삶이 밀크커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고, 달콤한 양면을 가진 밀크커피~

어릴 때 몰래 마셨던 커피를, 이제는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않고

맘대로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게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어른들의 판단이 아닌 내 판단에 의해 결정을

햐야하는 나이가 되니...때로는 너무 복잡하고 힘들고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두개에 설탕 하나만 넣자니 너무 쓸거 같고,

커피 두개에 설탕 두개를 넣자니 그맛이 그맛일거 같고...

커피 두개에 설탕 세개를 넣자니 너무 달것 같고...

그리고 이렇게 그와 함께 있는대도

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