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나야, 예쁜 은경이~^^
오랜만에 듣는 아주 얄미운 목소리...친구 정은경이다.
-니가 웬일이야? 남자친구 있다고 우리 모임에도 안 나오면서~
-실은… 선경아, 나 큰 일 생겼어~
<큰일? 그 남자와 깨졌구만…^^>
-큰 일이 뭔데?
-나 결혼해~^^
(오마이 갓!!! 뭐시라....겨…결혼!!!)
-니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결혼이야? -.-;
-그게 뭐가 중요해? 그건 그렇고 다음주 토요일인데, 올 수 있지?
아참, 너, 그날 내 부케도 받아야 하니까 예쁘게 하고 와~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야?>
-야! 정은경!!! 간만에 전화해서 뭐라고? 부케 받으라고!!!!
너 도대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줄 몰라서 그래?
도대체… 넌 예의가 없어!!! 몰라, 나 지금 바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웅, 알았어~라고 얌전히 대답한다.--;
한데, 이 지지배, 더 염장을 지른다.
-선경아, 내가 널 위해 뜨끈한 정보 하나를 입수했지^^
-모..몬대?
- 우리 정우씨 선배 중에 아직 남은 노총각이 몇 있대..
나이가 37살인가?...너랑 6살 차이니까, 딱 좋지? ㅎㅎㅎ
(아휴??? 정말....정보를 말해주는건지…놀리는 건지…)
-야, 미쳤니? 내 나이 31살에 37살 노총각 만나게 됐어?!!!!
야...전화끊어!!!!
라고 또,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나 지금 바뻐서 이만 끊을게~
라고 말해버렸다.
끊고 나니, 속으로 삼켰던 나의 열 받음이 고스란히 내 주먹에
담겨졌다.
그리고는 책상에 ‘쿵!!!’ 하고 전달했다.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모라고...? 37살 노총각이나 만나보라고?
난 절대적으로 나보다 2살 이상인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을 꺼야
라고 지 귀에 못이 닳도록 말했고만….6살 차이라구?
나~삔 지지배)--&&&&
이런저런 생각에 정신을 차려보니 사무실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럴까?
아무튼, 그 나~삔 지지배 때문에 아침부터 내 기분은 우울 mode…-.-
(이럴 때, 우리 인표씨가 나타나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에 사무실 입구 쪽을 보았다.
하지만 인표씨는 어림없고, 쾌쾌한 정팀장만이 보일 뿐이다.
(아휴...저 남자는 저렇게 패션감각이 없어서야....)
누리끼리한 남방에…
어머어머… 반바지 밖으로 삐져나온 털 좀 봐!!!!
어머머… 징그러워-.-;
갑자기 가슴에 털이 난 개그맨이 생각났다.
이름이 모였지? 궁금한 건 절대 못참는데….
암튼, 오~노!!! 징글징글!!!!
오전은 모…--;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화영선배랑 점심으로 생선초밥을 먹기로 했다.
-우리, 저기로 가자!
큰 대로변에 있는 조그맣고 깨끗한 초밥집 이었다.
-값도 싸고 무엇보다 초밥 위에 얹혀진 회가 너무 신선해.
이런 점심시간에는 빨리 가야 그나마 구경할 수 있다니까~
선배 말대로 작은 그 초밥집은 금새 만원이었다.
우린 각기 스페셜 정식을 하나씩 시켰다.
-아저씨, 대마끼두 있음, 2개 주세요~
-선배, 여기 마끼두 있어?
날치알이 듬뿍 담긴 마끼 또한 이 집의 자랑거리란다.
난 초밥을 기다리는 동안 오전에 들었던 은경의 결혼소식을 전했다.
허나, 선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선배, 선배는 별로 놀라지 않네?
-모가 놀라워? 남녀가 서로 만나다 결혼하는게 놀라워?
-아니, 그게 아니라....만난지 6개월 만에 결혼한대자나…
더군다나 그 지지배 내둥, 연락없다가 뜬금없이 전화해서....
화영 선배, 나의 말을 자른다.
-선경아, 너 질투하는 거지?
-선배!
-미모로 보나, 학교성적으로 보나, 그래, 너 학교 다닐 때
남자 선배들이 너 많이 좋아했었다. 그치?
-모…쫌 되었었지~ 아…화려한 옛날이여~^^;
-너보다 나을게 없다는 친구가 먼저 결혼한다니까,
너, 화 나는 거 아니야?
-선배....무슨...-.-
-암튼, 내가 볼 때, 넌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 말도 안돼, 내 사전엔 질투란 단어는 없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풍성한 생선초밥이 나왔다.
하얀 속살의 광어쯤으로 생각되는 초밥을 입에 넣었다.
-근데, 왜, 결혼들을 할까?
-어머어머...그럼, 선배는 결혼 안 할거야?
-응, 난 결혼 생각 없어.
어떻게 한 남자만 바라보며 살 수 있니?
그것 뿐이야?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되잖아.
난 한 남자도, 아이도 자신 없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다.
난 선배를 나랑 똑같은 노처녀라고 생각했었는데,
선배는 싱글족이었나보다.
-난, 날 위해 투자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들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데, 가정이란 건 그럴 수 없자나…
-….
-그렇다고 가정을 희생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해하진 않지만,
지금처럼 자유롭고, 나에게만 투자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결혼은 나에게 맞는 삶의 형태가 아닌거 같아~
-선배, 인간이면 적당한 미혼의 기간을 가지다가 결혼해서
기혼의 삶을 사는게 우리의 인생이 아닌, 삶의 또 다른 형태라고?
나의 약간 상기어린 질문에 선배가 웃는다.
-난 그래~ 꼭 결혼을 해야하는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물론, 사랑은 중요해…하지만 사랑도 나의 인생도 꼭 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자나…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정말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 사람과 꼭 가정을 이루어
같이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사랑은 사랑대로 하면 되고, 내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고…
나에겐 사랑도 내일도 어느 것 하나 2위로 미룰 수 없어…
-그래두 선배, 혼자 살기엔 넘 외롭지 않을까?
나이 들어서를 생각해봐. 남편도 없고, 자식두 없구…또…
-그래서 난 똑똑한 조카 한명에게만 투자를 할거야.
그렇다고 모 양자를 삼자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럼, 어느 정도 위안은 되지 않을까?
난 좀 혼란스러웠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정답이란 것은 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것에 반(反)하는 다른 형태의 사고를 접하면
왠지, 걱정이 앞선다.
그 때, 선배의 핸드폰이 울린다.
-hi, honey~
요새 새로 사귀고 있는 영국남자인가 보다.
핸드폰에 쪽~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조금 거북스러웠다.
그리고 난 마지막 남은 초밥 하나를 먹으려 하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어초밥이 남았다.
먹을까~말까….
생선초밥에는 촛물로 버무려진 초밥 위에 신선하고 생선회가
알맞은 크기로 올려져 있다.
특히, 그 생선회에는 어떠한 간도 조미료도 향신료도 필요 없다.
오직 신선한 생선만이 올려져 있다.
세상에 결혼이라는게 꼭 필요한 걸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어야만 성립되는 결혼…
그냥, 생선회처럼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도
결코, 우울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초밥집이라서 그런지 초밥왕이라는 만화책이 나를 보고 반짝거린다.
난..언제쯤 초밥왕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초밥의 다양하고 형용할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