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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60

싱글 vs 결혼


BY scentsera 2004-06-09

-여보세요?

-나야, 예쁜 은경이~^^

오랜만에 듣는 아주 얄미운 목소리...친구 정은경이다.

-니가 웬일이야? 남자친구 있다고 우리 모임에도 안 나오면서~

-실은
…
선경아, 나 큰 일 생겼어~

<큰일? 그 남자와 깨졌구만
…
^^>

-큰 일이 뭔데?

-나 결혼해~^^

(오마이 갓!!! 뭐시라....겨
…결혼
!!!)

-니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결혼이야? -.-;

-그게 뭐가 중요해? 그건 그렇고 다음주 토요일인데, 올 수 있지?

아참, 너, 그날 내 부케도 받아야 하니까 예쁘게 하고 와~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야?>

-야! 정은경!!! 간만에 전화해서 뭐라고? 부케 받으라고!!!!

너 도대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줄 몰라서 그래?

도대체
…
넌 예의가 없어!!! 몰라, 나 지금 바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웅, 알았어~라고 얌전히 대답한다.--;


한데, 이 지지배, 더 염장을 지른다.

-선경아, 내가 널 위해 뜨끈한 정보 하나를 입수했지^^

-모..몬대?

- 우리 정우씨 선배 중에 아직 남은 노총각이 몇 있대..

나이가 37살인가?...너랑 6살 차이니까, 딱 좋지? ㅎㅎㅎ

(아휴??? 정말....정보를 말해주는건지
…놀리는 건지…
)

-야, 미쳤니? 내 나이 31살에 37살 노총각 만나게 됐어?!!!!

야...전화끊어!!!!

라고 또,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나 지금 바뻐서 이만 끊을게~

라고 말해버렸다.


끊고 나니, 속으로 삼켰던 나의 열 받음이 고스란히 내 주먹에

담겨졌다.

그리고는 책상에
‘쿵!!!’
하고 전달했다.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모라고...? 37살 노총각이나 만나보라고?

난 절대적으로 나보다 2살 이상인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을 꺼야

라고 지 귀에 못이 닳도록 말했고만
…
.6살 차이라구?

나~삔 지지배)--&&&&


이런저런 생각에 정신을 차려보니 사무실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럴까?



아무튼, 그 나~삔 지지배 때문에 아침부터 내 기분은 우울 mode
…
-.-

(이럴 때, 우리 인표씨가 나타나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에 사무실 입구 쪽을 보았다.

하지만 인표씨는 어림없고, 쾌쾌한 정팀장만이 보일 뿐이다.

(아휴...저 남자는 저렇게 패션감각이 없어서야....)

누리끼리한 남방에
…


어머어머
… 반바지 밖으로 삐져나온 털 좀 봐!!!!

어머머
…
징그러워-.-;

갑자기 가슴에 털이 난 개그맨이 생각났다.

이름이 모였지? 궁금한 건 절대 못참는데
…
.

암튼, 오~노!!! 징글징글!!!!

오전은 모
…
--;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화영선배랑 점심으로 생선초밥을 먹기로 했다.

-우리, 저기로 가자!

큰 대로변에 있는 조그맣고 깨끗한 초밥집 이었다.

-값도 싸고 무엇보다 초밥 위에 얹혀진 회가 너무 신선해.

이런 점심시간에는 빨리 가야 그나마 구경할 수 있다니까~



선배 말대로 작은 그 초밥집은 금새 만원이었다.

우린 각기 스페셜 정식을 하나씩 시켰다.

-아저씨, 대마끼두 있음, 2개 주세요~

-선배, 여기 마끼두 있어?

날치알이 듬뿍 담긴 마끼 또한 이 집의 자랑거리란다.

난 초밥을 기다리는 동안 오전에 들었던 은경의 결혼소식을 전했다.

허나, 선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선배, 선배는 별로 놀라지 않네?

-모가 놀라워? 남녀가 서로 만나다 결혼하는게 놀라워?

-아니, 그게 아니라....만난지 6개월 만에 결혼한대자나
…


더군다나 그 지지배 내둥, 연락없다가 뜬금없이 전화해서....

화영 선배, 나의 말을 자른다.

-선경아, 너 질투하는 거지?

-선배!

-미모로 보나, 학교성적으로 보나, 그래, 너 학교 다닐 때

남자 선배들이 너 많이 좋아했었다. 그치?

-모
…쫌 되었었지~ 아…화려한 옛날이여~^^;

-너보다 나을게 없다는 친구가 먼저 결혼한다니까,

너, 화 나는 거 아니야?

-선배....무슨...-.-

-암튼, 내가 볼 때, 넌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 말도 안돼, 내 사전엔 질투란 단어는 없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풍성한 생선초밥이 나왔다.

하얀 속살의 광어쯤으로 생각되는 초밥을 입에 넣었다.


-근데, 왜, 결혼들을 할까?

-어머어머...그럼, 선배는 결혼 안 할거야?

-응, 난 결혼 생각 없어.

어떻게 한 남자만 바라보며 살 수 있니?

그것 뿐이야?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되잖아.

난 한 남자도, 아이도 자신 없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다.

난 선배를 나랑 똑같은 노처녀라고 생각했었는데,

선배는 싱글족이었나보다.


-난, 날 위해 투자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들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데, 가정이란 건 그럴 수 없자나
…


-
….

-그렇다고 가정을 희생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해하진 않지만,

 

지금처럼 자유롭고, 나에게만 투자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결혼은 나에게 맞는 삶의 형태가 아닌거 같아~



-선배, 인간이면 적당한 미혼의 기간을 가지다가 결혼해서

기혼의 삶을 사는게 우리의 인생이 아닌, 삶의 또 다른 형태라고?



나의 약간 상기어린 질문에 선배가 웃는다.

-난 그래~ 꼭 결혼을 해야하는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물론, 사랑은 중요해
…하지만 사랑도 나의 인생도 꼭 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자나
…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정말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 사람과 꼭 가정을 이루어

같이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사랑은 사랑대로 하면 되고, 내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고
…

나에겐 사랑도 내일도 어느 것 하나 2위로 미룰 수 없어
…



-그래두 선배, 혼자 살기엔 넘 외롭지 않을까?

나이 들어서를 생각해봐. 남편도 없고, 자식두 없구
…또…

-그래서 난 똑똑한 조카 한명에게만 투자를 할거야.

그렇다고 모 양자를 삼자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

그럼, 어느 정도 위안은 되지 않을까?




난 좀 혼란스러웠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정답이란 것은 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것에 반(反)하는 다른 형태의 사고를 접하면

왠지, 걱정이 앞선다.



그 때, 선배의 핸드폰이 울린다.

-hi, honey~

요새 새로 사귀고 있는 영국남자인가 보다.

핸드폰에 쪽~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조금 거북스러웠다.



그리고 난 마지막 남은 초밥 하나를 먹으려 하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어초밥이 남았다.

먹을까~말까
….



생선초밥에는 촛물로 버무려진 초밥 위에 신선하고 생선회가

알맞은 크기로 올려져 있다.

특히, 그 생선회에는 어떠한 간도 조미료도 향신료도 필요 없다.

오직 신선한 생선만이 올려져 있다.




세상에 결혼이라는게 꼭 필요한 걸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어야만 성립되는 결혼
…


그냥, 생선회처럼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도

결코, 우울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초밥집이라서 그런지 초밥왕이라는 만화책이 나를 보고 반짝거린다.

난..언제쯤 초밥왕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초밥의 다양하고 형용할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