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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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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BY 고은샘 2004-05-12

아이들은 별것도 아닌걸루 싸우곤 한다

거실 가득 장난감이란 장난감은 다 풀어놓고도 페스트푸드점에서 선물로 받은 조그마한 소방차 한대를 서로 쥐고 당기고 밀고한다

기어이 으앙하고 성민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오랜만에 만난 윤희와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던 나는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리고 나서야 아이들곁으로 걸어간다.

나는 지우의 손을 장난감에서 확 떼어낸다.

"지우야. 너는 성민이 가고 나서 실컷 가지고 놀면 되잖아."

"그래도 지금 갖고 놀고 싶단 말이야."

"그럼 너도 성민이집에 갔을때 성민이 장난감 하나도 못만지게 하면 좋겠니?"

"나 성민이집에 안 갈꺼야."

아이는 막무가내다.

윤희는 윤희대로 성민이를 달랜다.

"성민아. 너는 다른거 갖고 놀자. 여기 멋진 버스가 있네."

윤희는 장난감 버스를 아이에게 주면서 슬며시 소방차를 뺏으려 한다.

그러자 갑자기 지우가

"내가 버스할래." 한다.

그것으로 두 남자의 신경전이 끝난듯 잠시 조용하다.

윤희는 하려던 말을 계속한다.

"그래 내가 어디까지 얘기 했었지?"

"그래서 전화했다구."

"응 맞다.맞어."

윤희는 얼마전 이혼을 했고 지금은 그의 아들 성민이와 친정에 얹혀서 살고 있다.

유달리 성격이 화통하고 야무진 아이라 나는 친구들중에서 제일 잘 살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 윤희는 아주 가난한 노총각에게 시집을 갔었다.

그것도 홀어머니에 시누이까지 둘씩이나 딸린데다가 겨우 방두개에 주방겸거실이 딸린 20년도 넘어보이는 오래된 집으로 말이다.

평소에는 줄곧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같이 나이트도 가고 하던 사이였는데 성민이 아빠와는

번개불에 콩구워먹듯이 결혼을 해 버렸으니 말리고 어쩌고 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불꽃이 일었으면 잘 살기나 할 일이지 불과 2년만에 이혼이라니 한편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편 측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날개를 단듯 좋아한다.

하기야 워낙 성격이 활동적이고 솔직한 아이였던지라 2년동안 참 많이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나이트에서 주영이랑 놀다가 심심해서 그사람에게 전화했어."

"몇시에?"

"12시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밤 12시에 아무리 이혼을 했어도 아이딸린 여자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불러낼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그 남자는 경주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왔던?"

"물론!"

"정확히 전화한후 2시간반만에 왔던걸."

"그래서?"

"그래서 뭘? 밤새 놀았지."

"어디서?"

그때 윤희는 피식 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