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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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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3


BY 아리수 2004-05-12

 

남자들은 보통 연애를 하면 섹스도 같이 하길 원한다.(물론 안그런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보통의 남자들은 대게가 그렇다) 하지만 피임에 대해선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나중에야 어찌돼든 무조건 하고본다.  참으로 이기적인 동물들이다.  그러다 여자쪽에서

임신이라도 되면 뭐. 양심이 좀 있는 놈들은 결혼으로 갈것이고,  안그런 놈들은

수술비를 주던가 정말 싸가지 없는 놈들은 여자가 그런것도 제대로 못하냐고 핀잔에

헤어져 버린다.  여자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설마 내 남자는 안그렇겠지

라는 그야말로 한가닥의 거미줄같은  희망을 갖고 사랑을 한다. 물론 여자들 중에서도

프로들이 있다. 그치만 남자에 비하면 발가락의 떼만큼도 안되니까 제껴놓자.

수원에 있는 윤영이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현모가 헤어지자고 했다면서 혹시 현모가

다른 여잘 만나는 것 같냐면서 물어왔다. 윤영이와 현모는 입사때부터 사귀어왔었다.

비쩍마른 체구에 키도 작달막한 현모는 여자들이 좋아할 타입이 아니었다.  윤영이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며 정말 끈질기게 쫒아다녔었다.  그렇게 한 일년정도를 보내고

나서야 윤영이가 마음을 열어줘서 지금 결혼까지 가게되었던 거다.  사실 둘은 날을

잡아놓고 있었었다. 그래서 윤영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수원집에 올라가 요리학원이다

무슨학원이다 하며 신부수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에 나는 윤영이의

갑작스런 전활 받게 된거였고..  아닌밤중에 홍두깨라고 다자고짜 울면서 이유가

뭐냐고 다그치면 내가 알게뭐냐고..  낼 회사가서 알아보겠다고 간신히 달래놓고 전활

끊었다.  싸가지없는 새끼.  그렇게 좋다고 쫒아다닐때는 언제고 지가 감히 윤영이를

차?  정말 어이가 없고 귀가막히고 코가 막히고....... 

드디어 아침해가 떴고 출근하자마자 난 그놈의 부서로 달려갔다.  조용히 그놈에게가서

'사무실에서 망신당할래 나갈래?'  고갤 푹숙이고 따라나왔다.  동정심도 바랄

상대한테나 바래야지..  앗 그런데 이놈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가. 지가 감히..

딴 여자가 생긴건 죽어도 아니라고 믿어달랜다. 그치만 이유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거야 도대체..  답답해 죽겠다.  어린나이에 결혼할려니 덜컥 겁이났나

아님 노는데 맛을 들여 더 놀고 싶어졌나...  아님 윤영이 말고 더 멋진 여잘 찾아

결혼하고 싶어 그런건가. 아닌 이건 아니겠다. 현모 외모에 윤영이도 과분한데  더

멋진 여자가 미쳤다고 현모랑 결혼씩이나 하겠는가.  도대체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인 나는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에 윤영이가 기차로 내려왔다.  일단

현모를 만나서 얘길해보고 싶단다. 과연 윤영이에겐 털어놓을 란가. 그렇게 나간지

2시간만에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들어왔다.  입을 닫고 얘길 안했단다.  나한테했던

식으로 여자가 생겨서 그런게 아니란 말만 하고 그 외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단다.

윤영인 어떻게 현모가 그럴수 있냐고 자기가 왜 이런일을 당해야 하냐고 억울하다고

목놓아 울었다.  아무런 위로도 할 수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미래 설계를 하면서

좋아하던 윤영이였는데... 그렇게 둘이서 껴안고 울고 잠들었다가 또 깨서 울고

그러면서 아침을 맞았다.  정말 우울하게도 화창하고 상쾌한 아침이었다.

밤새 울어 퉁퉁 부은 얼굴로 되지도 않는 화장을 억지로 하고 나는 출근을 했

다. 윤영일 깨울까 하다가 푹 자는게 좋을 것 같아 그냥 나왔다.

현모 때문에 모든 남자에게 짜증이 난 나는 괜시리 부서원들에게 그 짜증을 다 풀어

버렸고 부서내 남자들은 이유도 모르채 하루종일 당해(?)야 했다.

윤영인 쪽지도 한 장 남기지 않고 그냥 수원으로 올라가 버렸다. 갈려면 그냥 갈 것

이지 집청소를 왜 하나?  깔끔해진 집에 있을려니 마음이 더 아파서 지갑만 들고

나와버렸다.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근처 바로 갔다. 말이 '~~바' 지 그저그런 구석

동네  좁은 술집이다.  그치만 바텐더(주인)아저씨가 성격이 좋아 술 생각날 땐

혼자서 자주 찾곤 했다.  그날도 아저씬 '나 무지 선한 사람이야'란 미소를 지으며

반겨줬다.  혼자서 술마시러오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바의 자리는 내 지정석처럼

되버렸다.  그날은 바위에 술잔이 놓여있는 것이 누가 마시고있었나보다. 

"아저씨 누가 내처럼 혼자 온 사람있나?"

"그래. 나도 첨보는 손님인데 혼자와서 저카고있네, 잠깐 화장실 갔는 모양이네."

"아저씨 데낄라 젤 독한걸로 줘봐요"

"으이그  알았다.  저늠의 성질..."

술잔이 놓여있던 곳에 누가 와서 앉았다.  그 술잔의 주인인가보다. 호기심에 옆으로

돌아봤다.  인상이 낮이 익다.  어디서 봤더라...   나쁜 머릴 한참 굴리면서 생각하다가

포기해버렸다.  술이나 마시자.  한숨 한번쉬고 한잔 마시고,  또 한숨쉬고  또 한잔..

그러다 생각이 나버렸다. 누군지...  그때 나이트에서 본 인상파.... 그  인상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