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민혁을 보자 하루의 피로가 날아갔다. 하루종일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는 환경에 맞추어 일하는 것이 사람의 체력을 한계에 달하게 만들었다.
비현이 다가서자 민혁이 조수석 문을 열어 그녀를 태우고 자신도 운전석에 앉았다. 눈밑이 그늘이 져있는 것을 보자 안스러웠다.
" 힘들지? 조금만 참아라. " 민혁은 머리를 기대고 누워 있는 비현의 안전벨트를 매주고는 그녀의 볼을 한손으로 감쌌다.
" 참아라 아저씨, 여기 내가 일하는 직장이다. 어서가 점심도 못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 비현은 민혁에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의 따스한 손길이 너무나 좋았다.
" 말참 예쁘게 한다. 알아서 모시지." 민혁은 그러면서 그녀를 따스하게 한번더 쳐다보는 것을 잃지 않았다.
정갈한 일식집은 입구에서 부터 편안 한 느낌이였다. 다다미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 오자 민혁이 도우미 대신에 비현의 재킷을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 한숨 자고 싶다. 민혁씨 나중에 나 재워주고 집에 가라. " 비현의 말에 맞은 편에 앉으면서 민혁이 피식하고 웃었다.
" 이 아가씨가 겁도 없네, 어제 처럼 당신 재우면서 내가 가만히 있으라는 보장이 어딨다고 그런 말을 해. 정신차려 비현양, 나도 늑대라고."
" 알아 늑대지, 이빨빠진 늑대, 난 걱정한해. " 비현은 자신의 말에 장나스레 누을 치켜뜨는 그를 보고 콧웃음을 날렸다.
" 비현아 어제나 오늘 처럼만 웃으라. 너무 예쁘고다. " 민혁은 자신의 말에 조용히 미소만 짓는 비현이 정말이지 예뻣다.
음식이 나오자 정말이지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는 비현을 보자 여린 그녀을 자신옆에 놓고 하나 에서 부터 열 까지 챙겨주고 어린양을 받아 주고 싶었다. 힘들어 일하고 들어 오면 자신옆에서 편안 하게 다리를 뻗고,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자신에게 마음을 다 열어 놓지 않는 그녀를 이렇게 지켜 주는 것이 다 라는 것을 알았다. 차츰 자기에게 기대게 하고 싶었다. 한걸음....한걸음.... 그렇게 그녀에게 공기처럼 없었어는 안될 사람으로 인식이 되게 하고 싶었다.
" 내 아파트로 들어와, 여기는 청소부터 모두 비현이 네가 해야 하잖아. 힘들이지 말고 들어와." 자신의 침대에 앉아 말하는 민혁을 보면서 비현은 고개를 저었다.
" 살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저도 옮길 수 있어요, 하지만 커다란 집은 싫어, 이렇게 작은 오피스텔도 때론 혼자 지내려면 얼마나 힘든데. 민혁씨 맘만 고맙게 받을께. " 비현은 민혁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 부터 자신을 쳐다보는 민혁의 시선에서 평생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 했던 사랑을 보았다. 자신을 사랑하는 민혁의 눈을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마음이 그리고 가슴이 오전히 이 남자를 받아 들이지 않고 있었다. 아직은.....
" 그만 가야 겠다. 편하게 쉬어. 내일 클럽으로 전화해, 그곳에 있을 거야. " 민혁이 나가고 나자 비현은 눈을 감고 그가 가져다준 평온 함을 느꼈다.
" 선생님, 점심 식사하러 가시죠?" 어제 부터 자신의 옆에서 팔랑거리는 이제 갖 인턴이된 김 성주선생이 비현의 진료실로 들어 왔다.
" 미안, 나 약속 있어, 점심은 혼자 해야할 것 같은데, 혹시 김 선생 왕따야? 어째 같이 점심 먹으로 가자는 예쁜 간호사 한명 없는지. 아이구 한심한 인생아. " 비현의 말에 김선생은 억울 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 아니예요, 제가 워낙에 잘났다 보니까 함부로 접근 못해서 그래요. 선생님은 저의 인기를 몰라도 너무모른다. " 김선생의 말에 비현은 오랫만에 소리를 내고 웃었다.
" 어서 가, 이렇게 어영부영 하다가는 또 응급 환자 터지면 밥이고 뭐고 없다. 나중에 후회 하지말고 식사나 하고 오도록 제군. " 비현이 등을 떠밀자 그제서야 김선생이 못이긴 듯이 나갔다.
김선생이 나가자 얼마 안있어 민혁이 일식도시락을 들고 진료실로 들어 왔다. 어제 헤어지면서 끝내 비현의 진료실을 구경하고 싶다는 그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서 비현은 하는 수 없이 오늘 온다는 것을 허락했다. 자신의 일터에 개인 적으로 아는 사람이 찿아 오는 것은 싫었지만 어쩐지 민혁, 그에게 만은 자신의 또다른 일하는 비현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켠에 짙게 깔려 있었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초대하고 있었다.
" 험, 이곳이 천재의사 선생님이 일하는 곳이군, 깨끗하네. " 짐짓 거드름을 피우며 말하는 민혁의 모습에 비현은 피식하고 웃었다.
" 정신없다. 앉아요, 안그래도 당신 기다린 다고 멋진 인턴이 식사 하자는 것도 그르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입맛에 맛는 것 사가지고 왔으리라 생각해요. 아니면 오늘 부터 당신 국물도 없어. " 비현의 웃음 가득 베인 말에 민혁은 자신의 가슴이 따스해 왔다.
" 비현아, 너 저말 예쁜 것 알아. 오늘 정말 예쁘다. "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비현의 볼이 예쁘게 물들 었다.
" 민혁씨, 당신 그거 알아, 당신이 말하는 그 한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의미로 와닿는지, 정말 고마워, 정말. " 그녀의 말에 민혁이 다가와 업스타일로 빗은 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 식사해. 당신하고 같이 먹고싶어. " 민혁이 한쪽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 음식을 올리자 비현은 자신을 위하는 민혁의 마음이 느껴졌다.
비현이 가만히 민혁을 등 뒤에서 안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든 짐을 들어 줄것 같은 등에 가만히 기댔다.
" 민혁씨, 나 한 걸음씩 다가가도 기다려주라, 당신이 내 옆에 있어주라. 당신만 나를 기다려준다면 나 조금씩 당신에게 다가 갈께, 그래 주라. " 자신이 기대고 있는 그의 등이 살며시 떠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기다린다. 자신의 마음이 그에게 닿을때 까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남자는 자신을 기다려 줄 것이라는 것을 비현은 알았다.
" 비현아, 난 당신의 기사야, 알아? 기사는 공주님이 명령하기 전 까지 언제난 곁에서 기다려라 한다고, 당신의 나를 밀어 내지 않는 이상에는 당신을 기다릴께, 하지만 비현아 빠리와라, 당신 안고 싶다....." 그의 말에 비현이 웃으면 미혁의 등을 살짝 때렸다.
" 정말이지 늑대의 기질이 다분하다니까. " 하지만 비현은 그렇게 말 해주는 미혁이 좋았다.
제일큰 병원 대합실을 지나면서 비현은 민혁과 자신에게 쏟아지는 직원들의 시선을 느꼈다. 특히나 넋을 잃고 보는 간호사나 원무과 여직원들을 보자 새삼 자신 옆에서 겉고 있는 이 남자가 잘난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런 시선은 아무것도 아닌 듯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이여자는 임자 있는 여자라는 것을 확실이 가르쳐 주려는 듯이 병원을 활보하고 있었다. 비현은 자신의 어깨를 빼내려 했지만 미혁이 그럴수록 더욱 어깨를 옥 죄는 것이였다.
" 당신왜이래, 애도 아니고." 비현이 가까이 다가와 종용히 말하면서 그만하라는 듯이 말했다.
" 가만 있어라, 여기 의사들 많다면서 혹시라도 내것에 눈독 들이는 놈들 있을 까봐 미리 눈도장 찍는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 그런데 여긴 의사들이 왜이렇게 젊어. 제길.." 투덜거리는 민혁이 비현은 귀여웠다. 세상을 가진 남자 한테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이남자는 귀여웠다.
" 민혁씨, 당신이 내 기사거든 그러니 신경쓰지마, 어찌 기사를 배신하겠어. " 큭큭 거리는 민혁이 비현에게 인사를 하고 신유가 대기 하고 있던 차로 올랐다.
" 오늘 못맛난다. 전화 할께. " 민혁이 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