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카락입니다.
주인님의 목덜미 즈음의 길이로 매달려 때에 달라 나풀나풀, 살랑살랑 살고 있는 나는 머리카락입니다. 색깔은 밝은 갈색이지요. 나의 주인님은 제 몸 색깔에 아주 만족해 하십니다. 그런 나의 주인님은 여고 2학년의 발랄한 말괄량이 입니다.
'예쁘냐고요?.'
음~ 보기에 따라서 예쁠 수도 귀여울 수도 있답니다. 전요? 제 타입의 여자는 맞는 듯 하기도 하고 맞지 않는 듯도 합니다. 하!하! 그렇다고 제가 주인님을 싫어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저를 매일 빗어주고 씻겨주고 간간이 예쁘게 셋팅해서 봉긋하게 말아올려 주시는 깔끔이시랍니다. 곧잘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머! 저 머리 참 예쁘다'는 소리를 저에게 듣게 해 주시거든요. 사람들의 그 말은 곧 저를 나 머리카락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학생 신분에 그게 뭐냐고 타박을 하시지만 그래놓고 이내
"어쩌면 그렇게 예쁘게 머리를 했니? 다음에 나도 한번 해 주렴"
하고 부탁을 하시거든요?. 주인님은 어머니에게 뻐기면서 말을 한답니다.
"음 생각해 보고 내가 해 줄께요!"
주인님은 언제나처럼 버스 뒷자리에서 3번째 자리옆 창가에 섰습니다.
주인님이 타는 버스는 출발지에서 중간 지점이라 늘 자리가 없답니다. 아주아주 운이 좋은 날 아니면 자리를 잡고 앉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인님은 버스를 타면 자연스럽게 뒤 쪽으로 들어 갑니다. 다행히 주인님이 타는 이 곳은 대형 백화점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이고 많이 타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인님이 좀 더 잽싸게 움직인다면 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주인님은 집에서와는 다르게 우아한 걸음 걸이로 버스를 타기 때문에 자리를 잡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오늘도 자리를 잡지 못한 주인님은 서서 가기로 합니다.
마침 조금 열어둔 창문사이로 아침 바람이 찹니다. 버스안의 숱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들이 바람과 함께 흩어집니다. 주인님이 쓰신 샴푸의 향도 내게서 조금씩 날아 갑니다.
어라! 응큼한 뒷줄의 남학생 나의 향기에 코가 좋아라 합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깊은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저는 압니다. 주인님은 간간이 손각락을 벌려서 저를 쓸어 넘깁니다. 아마 주인님은 은밀하게 저의 부드러운 촉감을 즐기는 모양입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주인님이 내릴 준비를 하며 버스 출입구 쪽으로 나갑니다.
아쉬운 듯 그 남학생이 힐끔 주인님을 쳐다 봅니다. 저는 주인님 대신 그 남학생에게 안녕을 합니다. 싱긋 웃는 표정이 밝아서 멋있군요. 내일 다시 만나기를 바래 봅니다.
버스에서 폴짝 뛰어내리던 주인님은 뒤따라 도착한 다른 버스에서 내리는 은녀를 보았습니다.
"안녕 친구!."
"응 안녕 짝지."
깔깔 웃기 시작하며 소근대는 두 사람은 손을 덮석 붙잡습니다. 그리고 두사람은 바지런하게 걷기 시작합니다.
"어머 야~ 너 머리 염색했네."
"응! 촌스럽지?."
" 아! 씨 나도 여름방학되면 염색 하고 싶다"
나는 주인님의 염색이라는 소리에 내 귀를 의심합니다.
"야 은녀 뛰자 지각하겠다."
두 사람은 교문을 저만큼 두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교문을 학생부장 선생님이 한쪽부터 닫으시려 하시고 있습니다.
"민서. 뛰어라 문 닫는다 ."
학생부장 선생님을 보더니 주인님은 짐짓 여유를 부리며 걷습니다.
"저 놈 봐라. 민서 뛰어."
"아 참! 선생님 이래뵈도 제가 왕족이쟎아요?. 체면이 있지?. 어떻게 뛸수가 있겠어요?."
큰 소리로 여유를 부리다가는 마지막 한쪽 교문이 닫히려 하자 후다닥 뛰어 교문안으로 들어섭니다. 선생님의 웃음을 뒤로하고 주인님은 교실로 향합니다.
수학시간 입니다.
주인님은 수학을 싫어 합니다. 주인님은 나른하게 선생님 몰래 하품을 합니다. 눈가에 눈물이 찔끔 맺힙니다. 반장 체면에 마음놓고 졸지도 못 합니다.
나도 주인님을 따라 지루해 집니다. 문득 아까 주인님이 하신 '염색'이라는 말이 생각 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예전부터 사람들은 화장을 하고 머리 모양을 다듬고 화려한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꾸몄을때 변화가 많이 나는 것이 머리카락입니다. 예전에는 머리모양으로 자신을 남들과 다르게 다르게 보이려 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아예 머리카락의 색갈을 바꾸는 것입니다.
염색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염색이란?. 머리카락에 색갈을 입히는 것입니다.
머리카락을 염색할때는 암모니아와 염료를 섞어쓰거나 과산화수소를 씁니다.
암모니아는 머리카락을 부풀게하여 표면의 비늘을 들뜨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염료와 과산화수소가 머리카락에 쏙쏙 잘 들어 가겠지요?.
과산화수소는 머리카락에 있는 멜라닌 색소를 없애 버리고 머리카락을 하햫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하면 염료분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염료가 노랑색이면 노랑머리가 되고 빨간색이면 빨간머리가 되는 것입니다. 머리카락 속에 있는 고유의 멜라닌 색소를 죽이고 원하는 색갈을 집어넣는것 이것이 바로 염색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머리카락의 색갈을 바꿀수 있지만 머리카락은 자신의 원래의 모습을 바꾸는 것인만큼 엄청난 고통을 껵어야만 합니다.
나는 주인님이 염색을 하면 어떻게 하나?는 걱정에 가슴이 탑니다 다만 여름방학이면 하겠다는 생각에 다소 여유를 갖습니다. 그 동안에 제발 주인님의 마음이 바뀌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