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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BY 캐슬 2004-04-01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 다리가 쏘~옥 앞 다리가 쏘~옥…'

침대 머릿장 어딘가에서 울어대는 핸드폰의 알람소리에 주인님은 팔을 쓱 내밀어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습니다. 팔을 이리저리 휘저어도 핸드폰이 잡히지 않자 잠이 덜 깬 졸리운 눈으로 일어나 곰 인형을 집어 들어 침대 아래로 던져 버립니다. 곰 인형 아래 깔려서 알람소리를 열심히 내던 핸드폰 녀석은 탁! 하고 볼따귀를 한 대 얻어 맞고 맙니다. 주인님은 다시 나를 벼게 속에 들이 밀어 비비적대며 이불을 끌어 당겨 덮습니다. '그만 일어나지……잘난 몇분 더 잘거라고…' 나는 주인님 흉을 봅니다. 거실에 불이 켜지는 걸 보니 엄마가 일어나신 모양입니다. 이내 슬리퍼 소리가 나고 씽크대 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가스불이 점화되는 소리도 납니다. 엄마는 거실 TV를 켜십니다.

우리 주인님이 일어날 시간이라는 암시입니다.

TV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는지 주인님은 한 손으로 이불자락을 걷어 냅니다.

깊은 숨을 내쉬며 정신을 차려 보려는 모양입니다.

"민서  일어나야지? 학교 가지~"

엄마는 음절마다 악센트를 주어가며 노래처럼 주인님을 깨우십니다. 주인님은 끄덕도 안하고 누워만 있습니다. 다시 몇 분의 시간이 흘러 갑니다.

"민서 너 학교 안갈거가?."

엄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 지십니다.

"너 어제도 지각 할 뻔 했다고 해놓고 또 그 모양이냐?."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집니다. 주인님은 더는 못 버티겠는지 일어납니다.

"아이씨~ 일어나려고 한다"

주인님은 능청스레 말을 둘러대며 침대에서 빠져 나옵니다. 두 손으로 언제나처럼 나를 쓸어 올려 고무줄로 질끈 묶어 버립니다. 나는 숨이 막힐듯한 졸림으로 사지를 비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내 나는 포기하고 맙니다. 조금있으면 주인님은 켜 둔 보일러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 속에 담구어 내 몸에 묻은 땀과 먼지들을 씻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빨리 머리 감아라 머리 안 감을 거냐?. "

"감을거다 씨~"

주인님은 습관처럼 툴툴거리며 내 목을 조르고 있는 고무줄을 풀어 손목에 척 끼워 두며 욕실로 들어 섭니다. 쭈욱 내 몸뚱이를 위로 끌어 당겨 얼마나 길었는지 거울속으로 이쪽 저쪽 비추어 봅니다. 그러고 나면 이내 내몸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따뜻한 물과 샴퓨의 향기가 나를 간지럽힙니다. 린스로 나를 다시 부드럽게 헹구어주면 나는 최고로 행복해집니다. 내 몸에서 흐르는 물기를 막기 위해 주인님은 두터운 수건으로 나를 온통 감싸 버립니다. 나는 숨이 막히고 후덥지근하지만 내 몸에서 나는 향기로 위로를 받습니다. 주인님은 나를 잊었는지 교복을 입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여유를 부립니다. 이럴때 나를 구해주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엄마이십니다.

"민서 머리에서 수건 내려라. 그래 싸매어 가지고 그 머리 언제 마르냐?. 풀어 두어야 바람에 마르지"

역시 주인님보다 엄마가 더 제 맘을 알아 주십니다. 주인님은 수건을 획 나에게서 벗겨내어 주십니다. 그리고는 이내 욕실로 들어가서는 양치질을 하고 드라이기를 듭니다. 저는 오늘도 고장나지 않은 드라이기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내 몸을 뜨겁게 하지 못하도록 저놈의 드라이기가 고장나기를 어제 밤에도 얼마나 바랬는데도 드라이기는 말짱합니다. 물기를 말린 주인님은 이번엔 드라이기를 바꿉니다. 내 몸을 쭉 늘이며 또 동그랗게 말아 올리는 이 이상한 고문 앞에서 나는 녹초가 되고 맙니다. 내가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할 지경에 이르면 주인님은 드라이기를 놓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다시 비추어 보고는 만족해 합니다.

"어라 늦겠다"

가방을 어깨에 매고는 집을 나섭니다.

"엄마 갔다 올께?"

"오지마 절대로"

오라는 말인지? 정말 오지 말라는 애기인지? 나는 그 말을 들을때마다 혼란스럽습니다.

"올꺼다!. 씨~"

주인님의 대답에 엄마는 소리없이 웃으십니다. 나는 주인님의 발걸음의 흔들림에 매달려 학교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