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행
나는 남편을 미행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기회를 노렸다.
먼저 딸아이를 재우기 위해 거실만 남기고 집 안의 불을 모두 껐다.
초저녁잠이 많은 딸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나는 딸아이 옆에 누워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에 감도는 정적으로 인해 졸음이 몰려왔지만 애써 정신을 가다듬어 잠을 쫓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포시 선잠이 들었나보다. 다행히 잠귀가 밝은 편인 나는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남편은 안방으로 건너가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딸아이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모두 잠들었음을 확인한 남편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뒤따라 나온 나는 남편의 뒷모습을 눈으로 바삐 쫓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장마 비가 계속되는 여름밤은 후덥지근했다. 가로등 불빛에 가느다란 빗줄기가 반짝이고 있었다.
골목을 따라 걷던 남편의 모습이 갑자기 샛길로 사라졌다. 내가 예측했던 길을 벗어난 남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맸지만 남편은 증발이라도 한 듯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나는 곧장 공원으로 향했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남편이 운동을 간 게 분명하다면 공원에 나타나리라 기대하면서.
공원입구는 가로등만 불을 밝히고 있을 뿐 인적이 끊겨 적막하고 어둠을 품은 숲은 무섭게 느껴졌다. 깊은 어둠에 잠긴 산책로를 혼자 걸을 만큼 담력이 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며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안방에 들어가 누웠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위에서 뒤척이며 삼십 분쯤 지났을 때 남편이 집에 돌아왔다.
옆자리에 누운 남편의 몸에서 담배냄새가 났다.
나는 자다가 깬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 이제 와?
- 응, 안 잤어?
- 자다가 깼어. 근데, 비 오는 것 같던데 운동하는 사람들 있어?
- 그럼, 많아.
- 비 오는 밤에 대체 무슨 운동을 하는데?
-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도 있고, 철봉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고, 얼마나 시끄러운데.
- 그래? 비 오는데 배드민턴을 친다구. 당신처럼 중독된 사람이 많은가보지?
- 비 안 와. 다 그쳤어.
- 근데, 당신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네.
-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이 사람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나.
- 가만있어 봐. 담배 냄새 같은데?
- 아 참, 화장실이 급해서 공원 화장실에 갔는데 누가 담배를 피웠는지 연기가 가득 하더라구. 냄새가 옷에 밴 모양이군.
남편은 피곤한 듯 침대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남편의 미행에 실패한 나는 다시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