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중전화앞에 그 여자가 서있었다
힐끔거리며 지나치는 사람들을 무시할수 없어서 그여자, 고개를 푹 숙이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그렇게 서있었다
집을 나와서 공중전화까지 올때만해도 이렇게 절망적이고 한심스럽진 않았었다
물론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또 그만큼의 설레임과 희망이 함께 하고 있었기에
걷는 발걸음이 가벼울수 있었을터다
그여자가 공중전화를 택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흔한 핸드폰이 없었을뿐더러 집에는 엄마가 있었다
아무리 조용조용 말을 한다해도 조그만 평수의 집안에서 엄마를 의식하지 않고 할수있는 전화는 아무래도 아니었다
뜨르르.............철컥
공중전화 특유의 신호음과 함께 수화기 저쪽에서 "여보세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사람이다
몇번을 망설이게 하고 용기내게 하고 그럼에도 반가운 목소리
"나..에.요"
순간 수화기 저편이 침묵한다
침묵과 동시에 그여자만 알수있는 좌절감
후회가 되기 시작한것은 그 순간부터였지만 그렇다고 전화를 끊을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자도 침묵할수 밖에 없었던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왜....라니..........맥이 빠지기 시작한다
"저..그냥.."
그냥..이라고..?.......한심해지기 시작한것도 그때였다
수화기 저쪽이 다시 말한다
아.주. 냉정하다
"전화하지마...듣고 있지?..전화하지마라..응?"
짧은 순간 머리속에서 해야할 말들과 듣고 싶었던 말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아니..사실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멍해졌다는것이 맞으리라..
그렇게 그여자가 멍해진 머릿속을 가다듬고 있을때 어느틈에 전화는 끊긴 신호음을 내고 있었다
눈물이 나기 시작한것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공중전화 문을 비집고 나온순간부터였다
차마 그 모습 그대로 집으로 갈수 없어서 그여자 그 공중전화 문앞에서 한참동안 서있었다
어느덧 상가들이 하나씩 둘씩 불을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