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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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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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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BY 마야 2004-02-27

현재.1989.겨울.밤 10시. 태백선 완해열차 안.

 

서로 마주보고 열차칸 바로 앞 좌석에 진,봉숙,섭이가 앉고.

진의 맞음편엔 원, 혁, 건이가 앉아 369 개임중이다.

빼꼭히 들어찬 각 좌석에는 사람들이 성애낀 창에 기대어

잠을 자고있다.

소리를 작게 내려고 갖은 애를 쓰면 쓸 수록

키득거리는 소리가

열차칸에 세어 나온다.

 

섭:  야~건이 너 걸렸다. 자아~. 한잔.

혁:  나도 걸릴래.

원:  나도 걸릴려유.술 마시고 싶어라~.

진:  갑자기 우왠 사투리?

봉숙: 킥킥킥!. 아저씨는 너무 우스버예.

원:  봉숙이!. 아저씨가 뭡니까?.

섭:  잘했어!. 잘했어, 야~아!. 그럼 봉숙씨 눈에 니가 총각으로

      보일 줄 알았어 마?. 잘했어요 봉숙씨!.

진:  히히히...그럼 숯총각!. 뭐 이렇게 불러?.

혁:  그래도 그렇지...아저씨가 뭡니까...너무 했구면유?.

      까지도 않았는데...맞지?.

섭:  심했다.

원:   엉?. 뭐가~. 사실인걸.뭐?. 크윽크윽...

건:  오빠라고 불러. 엉?. 알았지?.

섭:   너 안마셔?. 이게 까불래~.

건:   형!. 흑흑흑!. 어머니가 만두국 끓여준 성으를 기억하시어,

       제발 이 경월 쏘주만큼은 고만 마시게 해주라...

일동:   원샷!. 그렇지~.

목소리: 아이참!. 우리 잠좀 잡시다.(신경질 적으로).

일동:    헉!.쉬이~.

섭:      누가 경월 소주를 10병이나 사자고 했냐?.

건:    아무도 안그랬어요 형!. 내가 그냥 싼맛에 샀다구~.

원:    얼마나 남았냐?. 커억!. 아무리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술 이로세.

혁:    금복주 한잔 하고 싶다. 그치.

일동:  끝난!.

목소리: 김밥이요. 삶은 계란이 두줄에 천원!. 시원한 맥주가 왔습니다.

일동:  꿀꺽!.

진:    야아~ 벌써 배 고프면 안돼는데...김밥 맛 있 것다.

        아참!. 봉숙씨 졸리면, 자요 길도 먼데...

원:    근데...봉숙씨 몇 살 이래유?.

봉숙:  지는...스믈...두 살 인데예.

건:    캬아~꽃다운 청춘.

진:    어쭈구리...지가 구렁이만큼 늙은지 아나...?.

섭:    고향이 정확히 어디라구요?. 저는...강릉에서 태어났는데...

진:    맞네. 형 고향이 강원도지?.

혁:    고향 사람 만났네?.

원:    근데 성남엔 어떻게 왔어유 아가씨?.

건:   형!.(눈을 껌벅거린다).

원:   왜?. 너 눈에 뭐 들어갔냐?.

진:   그 왜...곽시형이 알지? 경희대 한방과 바람둥이. 아참!. 그 한량

       말야...

봉숙: 괜찮아예...저희집엔 제가 큰 딸이구요. 위로 오빠 하나 있는데,

       관동 대학교 다니다가, 군대 갔어예. 그리고...동생이 둘 있고,

       아버지가 탄광에서 일를 했는데, 탄광이 문을 닫기 전에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장님 이시예...해서...제가 돈을 벌어 보려고

       성남시 작은 봉제 공장에 취직을 시켜준다는 아저씨를 따라서 태백에서

       이런 기차타고, 스무 살 때 왔는데...공장이 아니구예...아저씨들에게 술

       청을 드는 일를 하는 곳에 잡혀 있게 됐었어예.

건: ...스물 두살이라구요?.

봉숙: 예~에.

혁:   하여간 우리 이 여행 잘 온것 같다.

섭:   난 그냥 이 기집애 제안이 마음에 들어서 탈영하는 기분으로

      이렇게 따라 나섰는데...

원:  야아~그러고 보니...여기 탈영병 있네?. 지역을 떠나면 안돼는것 아냐?.

섭:  짜아식~. 그러는 너는 국가의 녹을 받으면서, 너 학교 한 번이라도 갔어?.

원:  내가 안 가고 싶어서 안 갔나?...눈 뜨면 해가 지는걸 난들 어쩌라고요.

     허허헉!. 강의를 오후 여섯 시에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고요.

혁:  그렇지!. 머리가 한참 맑아져서 잘 굴러가려고 하면 강의 끝.

원:  퍼덕!.

     하여간, 자아 이 마구라로 머리를 좀 쌀래?.

섭:  왜?. 스타일 구겨져서 안돼, 제도 있는데 뭘...나 보다 더 짧아.

진:  내 머리는 왜 걸구 넘어져?. 싸는게 좋을꺼다.형!. 강원도면...

      검문소 많을껄...히히히. 이내봐 내가 싸메줄께...아랍인처럼?.

일동: 좋지!.끝~난!.

섭:   (풀어내며) 나아 그래도 이거 안 쓸래.

건:   그럼, 봉숙씨. 어떻게 거길 빠져 나왔어요?.

진:   햐아~. 짜식 돼게 끈질기네...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너 여직 그 생각

      하고 있었단 말야?.

      시형이가 어느날 이 처자 데리고, 코딱지 만한 내 자취방에 들러서 이 처자를

      나에게 맡겨 놓고 사라 지더니, 코빼기도 안비치기를 일 주일, 이 처자 이야기

      듣고, 내가 생각해 낸 것이 그냥 이 아가씨 집까지 데려다 주는게 났겠다

      싶어서 이 여행 제안 했다, 왜?.

건:  아~아!.(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다 알겠다.

일동: 퍼덕!. 오소독소!. 히히히...

봉숙: 고마워예.

건:   그게 아니구요... 형님들...하여간 잘했다 진이야.

진:   야아~ 너 팔육 계속 까불래?.

건:   음...알았지, 팔오...님.

진:   어쭈구리...너 경월 쏘주 벙째로 다 마셔 볼래?. 선배님의 명령이면!.

건:   예!. 불바다도 건넌다.

섭:   그렇지...진이야...자아~ 한잔 따라 보아라!.

진:   헹?.

섭:   나는 팔사 너는 팔오.

진:   으이그~...악!.

원:   집이 정확히 어디에 있어유 봉숙씨?.

봉숙: 태백시에서 한참 멀어예.그러니까...연화산 넘어가다 보면 탄광촌...

       지금은 탄광촌도 아니구요, 폐광이 되서...거기 작은 마을이 있어에.

혁:    그러니까...태백시가 고향이군요.

봉숙: 고향은...태어나기는...아버지 고향이 경상남도 양산이구예. 지가 아주

       어렸을 때, 불이나서 어머님 눈을 잃으신 뒤로 고향을 떠나서 내내 태백에서

       자랐으예.

원:   그러니까...우리 이번 여행에 임무가 있는거네?. 봉숙씨를 무사히 귀가시켜라!.

       뭐 이런건가?.

진:   그렇쥐이!. 역시 형이 최고다.

혁:   그러면, 우리 이 소대원을 이끌 대장님이 필요한데...(두리번).

섭:   우리 봉화에 내리면 밤새 이 추위에 걸어야 되니까...대장을 뽑자.

건:   나이가 제일 많은 혁이 형이 대장님 하셔요.

혁:   나이로 말씀드릴것 같으면...섭이가 제일 많지?.

섭:   또 뭔소리야?. 야아~. 호적상 나이로 하자구.

진:   뭘 싸워!. 싸우지 말고 제일 젊은 놈 대장으로 삼자구!.

일동: 좋~다!. 커어~좋다봐!. 역시 진이는 시원시원해서 좋아요.

원:    저럴땐, 꼭 황비홍 같단다!.

일동: 대장님! 오늘부터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모두 일어서서 건이를 향해 꾸벅).

건:    어어~왜 이러셔요, 형님들!.

일동: 말씀 놓으셔요, 대장님!.

건:    형~아들!...제발 이러지 마셔요...정말 무섭다.

진:    대장님은 우리의 하늘이시니 말씀 놓으셔요.

원:    그럼요...

건:    근데...대장은 뭘 하는데요?.

섭:    어?. 뭘하긴, 야~아!.

일동: 섭이형!. 진정하시게나...대장님에게 어디 반말을 하냐?.

섭:   죄송합니다. 대장님, 키득키득!...허허허햄.

      그러니까...우리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걸랑?, 그래서 우리가 이

      따뜻한 기차에서 벗어 날 때부터 봉숙씨를 집까지 무사히 귀환 시키고,

      성남시까지 우리가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게 무사히 안내 하면 돼.

일동: (섭을 노려보며) 됩니다!.

섭:   음!. 됩니다.

건:  그러니까...내가 밥도 얻으러 가야하고, 돈이 없으면,

      돈도 구걸해야하고, 잠깐만 그러니까...

      원삼이네?. 거지 대장말야!.

      진이야, 나 너 누나라고 부를테니까...나 대장 시키지 말아주라...

진:   빽(Back)없어유 대장님!.

일동: 빽 없어유 대장님!. 한번 대장은 영원한 대장님.

건:   정말 빽 없...어?.

일동:...(고개만 끄덕끄덕).

건:   전진만이 있단 말이지?.

일동:...(고개만 끄덕끄덕).

봉숙: 그런데예...봉화군 가난해서...어데 얻어 먹을데나 있을지 몰라예.

       버얼써 배가 고파 올라고 하는데예...

진:   설마 설세고 부엌이 텅텅 빈 시골이 아직도 있을라구요?.

섭:   봉화군은 꽤 가난해...글세?. 인심은 잘 모르겠는걸?.

 

머리맡 철제 선반에서 베낭을 내린 건이가

베낭을 열어서 지도를 꺼내준다.

그리고 일회용 도시락 같은것을 꺼낸다.

아무도 보지 못하고, 지도에 감탄하고 있다.

 

일동:  어? 지도!. 역시 우리 대장님은 훌륭하신 분 이셔요.

원:   이렇게 준비가 철저하잖아?.

섭:    제같이 어디 떠나는데...준비 잘 하는얘는 대학 오년 내내 본 적이 없어.

진:    오년 내내 이렇게 어울려 다니니 그렇지?.

혁:    떽!. 얘라니...대장님을.

섭:    엉?. 죄송합니다, 용서하셔요, 아직 훈련이 안돼서.

원:    방위는 그런거 훈련 안 하냐?.

진:    현병이다!.

섭:    (봉숙의 등에 머리를 처박고) 크르~렁.(코고는 소리).

혁:    갔어, 야~ 일어나...

원:    그러니까...이 빨간 마구라로 머리에 터번을 쓰라니까는...

섭:    야!. 진이야 쓰자.

진:    봉숙씨!. 머리좀 감아 주셔요.

봉숙: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예?.

진:  그냥...왜 있잖아요...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그런 머리처럼...

원:   그냥 둘둘 말아 주면 돼요 봉숙낭자!. 아까 진이가 한것처럼.

 

봉숙이 섭의 머리에 빨강 머풀러를 둘러서

모자처럼 만들어 묶어주고

머리를 맞대고 봉화군을 찿아서 태백까지

거리를 예측하는 섭.원.혁.진.

건이가 김밥 도시락을 열자 냄새가

나는지 모두 코를 씰룩거린다.

 

진:    흠~흐~흠!. 이게 무슨 냄새야?.

일동: 우~와!. 대장님!(넙죽 연달아 절을 한다.)

 

건이가 도시락 뚜껑을 열어서 얼굴을

굳게 굳히고 근엄한 표정으로 김밥을

넷의 머리위에서 뱅글뱅글 향을 피우듯

반복 동작을 한다.

 

건:   김밥이야요!. 이럴줄 알았지...오마니께서...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이렇게 준비 해 주셨습니다, 자아~. 일동 묵념으로 오마님께,

      감사의 기도를.

      사랑하는 오마님!.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 까지 당신의 손길을 펼치시어 이처럼

     오마님의 정성이 담긴 김밥을 정성들여 싸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민주누나 늘 누나를 괴롭혀서 정말로 미안해.(계속).

 

기도가 계속되는 동안 한 사람씩 고개를 들어

건이가 쥐고 있는 김밥을 하나씩

집어서 입으로 넣는다. 건이는 아직도 기도중.

번갈아 가며 김밥을 먹고, 한 통의 도시락이 거의 비워져,

김밥이 두 롤이 남자 기도가 끝났다.

 

일동: 아멘!.

건:   어? 김밥...(두리번)

일동: (시치미 떼고) 자아~ 대장님!. 설마, 오마님께서 한 통만

        싸 주신 건 아니시겠죠?.

봉숙:  킥킥킥!. 기도 하실 때예...우리가 하나씩 다 주워 묵었다 아닙니껴...하하하하.

건:    나참, 이런 대원들 데리고 무사히 이 도보를 끝낼 수 있을지...

        하늘도 무심하시지...(한숨).

        자아~. 여기 더 있어요...삶은 계란은 아직 못줘요.

        내일 먹을 식량이야요.

일동:  감~사!. 우리의 대장님!. 으샤!.으샤!. 계란까지????.

        계란 씩이나?.

목소리: 아~참!. 그 학생들, 우리 잠좀 잡시다.

안내 목소리: 이 차는 청량리 역을 출발해서 종착역

                태백까지 가는 태백선 완행

                열차 입니다. 다음날 아침 아홉시 이십 분에

                이 차의 종착역 태백시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승객들께서는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이 되시길 빌며,

                아울러서 열차와 열차칸 사이는 위험하오니,

                난간에 서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고,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나 고성방가는 삼가하여

                문화시민의 긍지를 살립시다.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되십시요.

일동: ...자아~ 반성합시다.

봉숙: 아까예...헌병 아저씨 안 지나갔었으예.

섭: 퍼~덕!.

일동: 킥킥킥! 히히히히...그래도 보기조~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