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울 엄마...음, 님께서 만두 만드셨다, 어제."
" 엉? 그래....그럼...우리가 먹어 주셔야죠, 그렇지!"
"근데...꼬마 중님 아직 안 왔냐?...어디 갔디야."
"응? 아직..."
뒤 돌아 보던 건이는 버릇처럼 앞 이마를 찌푸리며
경원대 정문 발치를 보는듯 마는듯 흘깃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아무 말 없던 원이가 바둑판 위를 정리 하면서 거들었다.
"그렇지! 우리가 맛나게 먹어줄께, 건아!"
"좋지! 그럼...우리 모두 오늘 밤 우리집으로 가는거지?"
"좋지! 꺼억!"
혁과 원이 바둑을 개가 하면서 내어 지르는 특유의 함성같은
긍정의 의미를 담은 답변 이었다.
" 반 집승! 아이고...잘 뒀습니다."
" 오호반 공제했어?...그렇군! 잘 뒀습니다.
좋은데?...근데...꼬마 중 어디서 뭘하시나...."
" 꼬마 중님의 모습은 안 보이고 저기~저어기 섭이형님 모습이..."
" 짜아식! 뭐가 저렇게 좋을까? 하하하하."
" 여어~ 나의 군중들이여! 형님께서 오늘 월급을 탔다.
자아~ 우리 한잔 하러 가야지? 그치?...."
" 그래? 오늘은 먹을 복이 터졌네? 얌얌얌...카리스트
안가도 안굶어 죽어요..그렇지?"
원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이구동성으로 껄껄 웃으며
합창 하듯이 외쳤다.
" 그렇지 ...커이~!"
바로 그때, 꼬마 중이라 불리우는
진이가 아름다운 젊은 여자 하나를
데리고 언덕을 올라오는 중 이었다.
" 어? 어? 형님들! 저 여자 분은 누구여요?"
" 엥? 와아...예쁘다! 그치...험험험..
혹시 나를 위해서 진이가?"
섭이 이렇게 말을 하자, 진이가 여자분을
뒤 따르게 하고 올라섰다.
"어이~! 왜?.... 뭐 묻었어? 내 얼굴에?"
"아니!"
셋은 합창을 하듯이 고개를 가로 저은뒤, 고개를 어디에 두어야 될지
몰라 모두 안절부절 했다.
" 정신차려! 별것 아니야...중대한 발표가 있어!"
" 우리도 있어!...내일이 설날 이라서..우리는 모두 우리집으로
가서 우리 엄마 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만두국 먹으러 간다."
" 어마님께서 우리 이 떨거지 모두 오래?"
" 그럼! 우리 팬클럼 맴버야...울엄마!"
" 헉! 끝난....하하하하..팬클럽???"
모두는 박장대소하고 웃기 시작했다.
중대한 발표가 무엇인지 또 잊어 버린체.
건이는 K대 전기공학과 3학년.
혁이는 동대학 물리학과 4학년.
섭이는 동대학 청치학과 휴학중, 방위로서 국무를 다하는 중.
원이는 Y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카리스트 대학원 1학년.
진이는 K대 철학과.
그렇게 다섯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성남시 진입로에 있는 경원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여러 다른 대학 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뭉쳐다니는
의지의 한국의 대학생 무리이다.
그들 스스로는 그 자연스럽게 구성된 그 모임의 이름을
언젠가 부터....[ 건전한 놀이 문화 보급회] 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그도 그럴것이 이상하리 만큼, 그들이 모여서 하는 모든 작은
행동은 삽시간에 유행이 되어 각 대학으로 퍼져 나갔다.
예를 들면, 우유를 마신뒤...괜히 심심해서 둥그렇게 모여서서
우유팩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공중으로 차 올리는 일면,
팩차기 놀이만 해도 그렇다...
그 놀이가 각 대학으로 퍼지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경원대에는 오후가 되면 경원대생 보다
타교생들의 출입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 놀이를 본 타교생들이 자신들의 학교로
돌아가, 그 놀이를 보급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만이 정치학을 전공한 섭이의
이론이 가장 유력한 이론이었다.
아참 이야기가 시작 되기 전에 이 다섯의 특징을 간략해야
독자들이 즐겁게 여행을 함께 더날 수 있을 것 같다.
해서....
우선, 섭이는 집이 없다.
그 흔한 자취 방도 없이, 경원대 도서관에서 잠을 잔다.
심마니 아버님이 가끔 찿아 오시기는 하지만, 어머님이 보고
싶을 때는 종로 어느 분식집에서 요리를 하시는
어머님을 뵈러 가곤 하는 아주 낙천적인 성격의
유유자적 형의 사람이다.
물론, 군대 생활을 방위로 떼우고 있는 중 입니다.
원이는 늙은 아버지와 단 둘이 단칸 방 지하실에서 사는데...
벽에 목을 기댄체 노승처럼 잠을 자는법을
아버지로 부터 수련해서, 어느곳 어떤 위치에서도 잠을 곤히 잘 수있는
비법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별로 말이 없지만, 한 번 입을 열면 모임에
웃음을 선사하는 키치가 넘치는 젊은이다.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서, 카리스트를 선택했지만,
늘 이 모임에 있어서, 일년째 수업엔 한 번도 참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혁은 팔남매의 장남으로서, 좌골 소아마비를 앓고 한 쪽 다리를 절면서도
축구를 해야할 상황에서 절대로 물러 서지 않는, 아주 의지가 강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의 취미는 베토벤의 판을 돈만 생기면 사다 모으는 클레식 광이기도 하다.
그리고 진이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하늘을 보느것을 취미로
가진 여성이다.
스님이 되기 위해 입산을 하려다 말고 갑자기 공장으로 발길을 돌려
공장에서 노조 활동을 시작하더니, 지금은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작가 지망생이다.
혁과 섭, 그리고 원이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중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을 다니는...(마지막 원서를 원이가
Y대학으로 넣지 않았다면), 물론 원이만 제외하곤 말이다. 물론, 건이는
같은 고등학교 일년 후배이고, 대학도 일년 후배라서...이 모임의 가장
막내둥이 인 셈이다.
거기에 우연히 다른 대학의 어느 친구의 주선으로 진이가 모임에
결합 한 것은 그러니까...바로 그해, 1986년.
어느 겨울이었다.
" 너희는 서로 만나야돼...왜냐하면...미친놈! 미친년 이니까..."
라는 그럴싸한 감언 이설에 말려들어, 그렇게 다섯은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의 우정이 하늘을 찌르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진이는 늘 이 모임의 홍일 점 이지만, 그녀는 늘 머리를 삭발하고
다녔기 때문에, 꼬마 중이라 불리우고 있었고, 좀더 낳은 별명은
보살님이다.
혁, 건, 섭,원이는 진이가 항상 여자라는 사실을 자주 잊곤할 정도다.
그녀의 눈썹이 반달형이고, 그녀의 얼굴은 늘 정말 스님처럼
맑고 근엄했기 때문에.
다섯은 정말 공통점이 많았다.
가난. 꿈. 열정.
유머. 여행. 기타등등의 취미마져 같을 정도로....
1989년을 맞을.
새해가 하루 남은 그날.
밤새 방위 월급 몇푼이 거덜 날 때까지 건아하게
막걸리를 마신 다섯은, 건이의 집으로 자정이 되어서야
발길을 돌렸다.